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2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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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우리가 봐야 할 건 어둠이 아니라 그 어둠 너머에 있는 푸른 바다라는 것.

푸른 바다를 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지만, 두 눈을 감으면 그 바다를 떠올릴 수 있어요. 바다가 그곳에 있다는 걸 두 눈으로 봤고, 느꼈으므로.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바다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 없을 거예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거죠.

우리가 밤의 어둠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곧 해가 뜨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어떤 때는 그 어둠이 못견딜 정도로 길어서, 다시는 해가 뜨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일 때가 있어요. 어떻게 참고 기다릴 수 있을까요.  


이철환 작가님의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려낸 장편소설이에요.

동네마다 있음직한 중국집 '고래반점'의 용팔 씨와 영선 씨 부부를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어요.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과 부유한데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처음엔 투닥투닥 말다툼을 하는 용팔 씨네 부부의 현실 대화가 영 불편했는데, 나중에 그들 각자의 사연을 알고 나니 둘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표현에 서툰 것이지, 사랑 없는 부부는 아니라는 걸, 무엇보다도 평범한 두 사람의 일상이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부부의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도 행복은 무슨 행복이냐며 투덜대고 있을 용팔 씨에게 긍정의 아이콘 영선 씨의 구박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용팔 씨는 말은 험해도 꽤 쓸모 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영선 씨는 잘 들어주는 편이에요. 말다툼인 줄 알았던 둘의 대화는 용팔 씨가 얼마든지 잘난 척 할 수 있도록 영선 씨가 깔아준 멍석이었네요.

반면 주변 사람들은 남모를 아픔이나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괴로운 현실에서 구원해줄 영웅은 그 어디에도 없었어요.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민 건 영선 씨와 투덜이 용팔 씨였는데, 그마저도 망설이느라 큰 도움이 되진 못했어요. 중요한 건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가 아니라 손을 내밀어준 용기였어요. 

현실을 닮은 이야기는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냥 슬프고 절망적이진 않았어요. 작은 빛을 발견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빛이 점점 더 커져서 어둠을 몰아낼 거라 믿기 때문에. 그러니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 책에서 얻은 것들은 덧없이 사라지지 않고 심연에 쌓여 서로 부딪히고 적대하고 화해하면서

우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할 거야. 

누군가가 우리에게 건네준 애정 어린 말과 눈빛과 지지와 심지어 비판까지도 

우리의 심연에 쌓여 우리를 밝혀줄 빛이 되고 안내자가 되어주는 것처럼......

생각해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것들이 우리도 모르게 벼락처럼 떠오를 때가 있잖아." 

"맞아. 그럴 때가 있어."

영선이 발랄한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용팔이 말했다.

"책이나 영화를 통해 얻은 것들이 우리 마음속에 쌓이고 또 쌓이면 

우리도 언젠가는 해와 달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지 않겠어?"

"그건 또 뭔 말이래? 해와 달을 동시에 본다고?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는데 어떻게 해와 달을 동시에 봐?"

"일종의 역설이야. 철학자 최진석의 말처럼 해 日와 달 月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밝을 명 明을 얻을 수 있잖아." 

"어렵다. 쉽게 설명해봐."

"사물이나 사건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지 말라는 뜻 아니겠어?"  (53-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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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
이철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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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이철환 작가님의 신작이에요.

용팔 씨와 영선 씨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집 가게 이름은 '고래반점'이에요. 첫 장면은 꽁꽁 얼어붙은 길 때문에, 부부가 투닥대며 말다툼을 하고 있어요.

영선 씨는 어제 눈이 올 때부터 얼기 전에 치워야 한다고 남편에게 말했고, 용팔 씨는 치운다고 약속까지 해놓고는 나몰라라 딴청을 부리고 있어요. 영선 씨는 가난하게 살았어도 옛날이 좋았다며, 예전에는 눈이 오면 얼어붙을까봐 너 나 할 것 없이 연탄재를 들고 나와 빙판길에 뿌렸던 때를 회상하는데, 용팔 씨는 그건 모두가 가난했으니까 서로 비교하거나 질투할 게 없었던 거지 특별히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라며 딴지를 걸고 있어요. 

저 역시 옛날 사람인가봐요. 시대가 바뀌었고, 인심이 변했다는 것을 눈 오는 날에 느꼈거든요. 골목길이 사라지고, 이웃의 개념이 희박해지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집앞 거리에 눈이 쌓여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게 되었어요. 연탄길이 까마득한 추억으로 잊혀진 것 같아요. 온몸을 불태워 주변을 따뜻하게 해준 연탄은 다 타버린 뒤에도 빙판길에 뿌려져 미끄러지지 말라며 제몸을 내어주는데... 연탄하면 자동적으로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구절이 떠오르면서, 이철환 작가님의 <연탄길>이 생각났어요.

이번 소설에서는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짜장면을 공짜로 내어주는 일화가 등장하지만 감동의 거품을 완전히 거둬내고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용팔 씨와 영선 씨 부부가 나누는 솔직한 대화와 그들의 행동을 보면 평범한 이웃의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모질게 굴다가도 어느새 다정한, 딱히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 있어요. 특히 용팔 씨의 이중적인 면은 무척 흥미로웠어요. 말투는 거칠지만 속내는 여린, 겉보기엔 그저 중년의 아저씨지만 책을 좋아해서 독서모임을 하고 틈틈이 생각나는 문장을 수첩에 적어가며 소설을 쓰고 있는 예비작가라는 것. 그래서 용팔 씨가 단골 손님이자 독서모임으로 친해진 정 선생과의 대화를 즐거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책을 매개로 하여 자유롭게 지식과 생각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보면 어쩐지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그만큼 작가님이 우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대목들이 있어요.


"나라 밖에 적이 없고 나라 안에 근심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맹자는 말했다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너무 소란스럽지 않아?"

"소란스럽다는 건 그만큼의 자유가 있다는 뜻인지도 몰라요. 서로 적대하는 두 세력이 서로를 깔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턱대고 상대를 깔보면 상대의 실체를 못봅니다. 사람의 생각은 그의 이해관계에 따라 혹은 신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도 있고, 

반대의 목소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혁명이 반혁명이 되는 것은 반대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있어야 혁명은 시작되고, 반대의 목소리가 없을 때 혁명은 반혁명이 됩니다."

"그래도 상식이라는 게 있잖아, 보편타당성......"   

용팔이 조금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상식에 대한 기준이 다르니까 문제지요. ... "  (125-126p)


가겟세를 올리려는 악덕 건물주 최대출은 용팔 씨네 '고래반점'을 비롯한 세입자들 앞에서는 갑질을 해대면서 국회의원 앞에서는 굽신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용팔 씨의 맏아들 동현의 담임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라는 잔소리 뒤에 공부 못하면 쓰레기가 된다는 막말을 떠들어대고 있고요. 참으로 못난 어른들의 모습이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 실재한다는 사실이 씁쓸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돈과 권력으로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나쁜 놈들을 싸악 혼내주고 싶지만... 과연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기 안의 선량한 마음을 키워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용팔 씨처럼 선뜻 나서지 못한 용기가 어둠 속에 감춰진 빛인지도.


어둠은 어둠이 아니었다. 어둠이 감추고 있는 빛의 실체가 있었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 명명했다.

캄캄한 시간을 통해서만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다.

오직 어둠을 통해서만 인도되는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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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배쌤의 수학역할극 - 내 아이가 주인공!
이영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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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재미있는 수학 활동이 궁금하다면, <똘배쌤의 수학역할극>이 있어요.

우와, 기발하네요. 

똘배쌤은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 참여형 수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고 해요.

수학역할극은 똘배쌤이 개발한 실생활 수학 학습 방법으로, 그 방식과 내용이 이 책속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


이 책의 활용법은 단원별로 제시된 대본을 읽고, 그 내용에서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고 대본 연습을 하여 실제로 연기해보는 거에요.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궁금증 찾기를 해보고 연습한 뒤에 실연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꿀팁은 5분 안에 역할극 연습에서 실연까지 끝마치는 거예요. 정해진 5분 안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수학역할극 대본이 2학년 1학기 과정부터 학년별, 차시별로 담겨 있어서 해당 학년마다 활용할 수 있어요. 사실 2학년 내용은 너무 쉬운 게 아닌가 싶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수학의 개념을 일상에 적용한 내용들이라 난이도로 따질 게 아니라 순서대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고, 수학이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수학역할극 대본이라는 방식이 신선하고 기발하여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높여주고, 수학 활동을 아이 스스로 주도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 유익한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역할극이라는 활동을 신나는 놀이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똘배쌤의 수학역할극 덕분에 수학이 재미있고 즐거운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걸 체험하게 되었어요. 수학 문제를 풀면서 풀이과정을 꼼꼼히 안 적어서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개념 이해의 부족이더라고요. 교과서나 문제집의 개념 설명이나 온라인 강의로 개념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아이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수학역할극을 활용하면 될 것 같아요. 수학역할극은 단 5분이라 단기간 집중력을 높이기에는 제격인 것 같아요. 대본에서 궁금증을 직접 적을 수도 있고, 궁금한 내용의 질문을 제시해준 것도 있어서 다양하게 학습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도 수학역할극으로 수업에서 적극 활용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똘배샘의 수학역할극으로 수학으로 웃는 아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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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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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는 아모스 오즈의 장편소설이에요.

정말 희한하게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유대인들은 유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기독교인들에게 유다의 존재는 '배신자'라는 상징적인 인물일 거예요. 유다에게 내려진 저주는 유대인들의 비극적인 운명과도 맞물려 있으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분쟁을 그러한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했지, 제대로 그 역사를 알고 있는 건 아니었어요.

만약 유다가 없었다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아주 잠시, 유다에 대해 생각했던 적은 있어요. 히틀러처럼 역사에서 도려내고 싶은 인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본 정도라고 할 수 있어요. 어찌됐든 인간의 실수는 반복되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유다가 아니었어도 또다른 유다가 등장했을 것이고, 역사는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유다는 존재가 아닌 상징으로 기억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다>는 1959년 말에서 1960년 초 겨울 동안, 대략 3개월이라는 시간에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주인공 슈무엘 아쉬는 스물다섯 살의 젊은이로 사랑도 실패했고, 연구에 진척도 없는 데다가 부친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상황까지 악화되어 석사 학위 과정을 중단한 채 일자리를 찾고 있어요. 우연히 카페테리아 옆 게시판에서 구인광고를 보게 되었어요. 


인문학을 공부하는 미혼 남학생,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는 세심한 대화가 가능한 분.

저녁마다 다섯 시간 정도 학식이 깊고 지적인 일흔 살 장애인 남성에게 말동무를 해 주시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소액의 월급도 지급함.

이 장애인은 자력으로 생활할 수 있으며 도우미가 아닌 말동무가 필요함. 

...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면접에 통과한 사람은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해야 함. (26p)


그 장애인은 일흔 살의 게르숌 발드였고, 과부가 된 자신의 며느리 아탈리야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발드와 슈무엘의 대화, 그리고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미묘한 관계가 우리를 그들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어요. 유대인들에 눈에 비친 예수와 유다, 특히 가룟 유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유대인들을 미워하는 자들은 항상 유대인들을 가룟 유다로 여겼다는 것. 그러나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새로운 유대인들은 전혀 강하지도 악의적이도 못하다는 것. 그들의 대화와 논쟁은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끊임없이 격돌하는 투쟁처럼 느껴지지만 그로 인해 관계가 깨지거나 멀어지진 않아요. 오히려 알 수 없는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어요. 

아탈리야는 불행한 삶을 살아온 여성이며, 그 이면에는 아버지 아브라바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아랍인과 유대인들의 공존과 평화를 원했던 이상주의자였던 아버지는 모두에게 미움을 받았고 배신자라고 불렸어요. 과연 그는 배신자일까요. 발드와 슈무엘은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쉽지 않은 토론을 하고 있어요. 갈라지고 분열된 세상, 배신자로 낙인 찍힌 유다처럼 외면당하는 진실 속에서 진정한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유다>는 아모스 오즈의 유작이라고 해요. 세상을 뜨기 두 달 전 암으로 투병하면서 마지막 인터뷰를 남겼어요. 

"삶 자체가 배신이다. 부모의 꿈으로 태어나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며 첫 꿈의 고결함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닌가.

타협이란 배반의 한 형태다."  (517p)


"...  자네가 머지않아 자네의 길을 가고 나면 나는 여기서 가끔은 자네를 그리워하겠지, 

주로 빛이 빠르게 스러지고 저녁이 뼛속으로 스며들 무렵,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말일세.

나는 이별과 이별 사이를 살고 있군."  (4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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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 (특별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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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99.9999997 퍼센트 정확한 'DNA 매치'가 당신의 완벽한 파트너를 찾아줍니다!

당신은 'DNA 매치'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더 원 THE ONE>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운명의 짝을 찾아주는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SF영화에도 종종 등장했던 소재라서 낯설지는 않습니다. 다만 유전자가 알려주는 운명적 사랑이 과연 완벽한 사랑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DNA 매치' 시스템은 현재의 결혼정보회사처럼 커플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신청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사귀고 있는 커플이나 결혼한 부부의 경우는 매치 유무를 알려주고, 싱글인 경우에는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는데 언제 찾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신청 후 몇 주만에 찾는 행운아가 있는 반면 몇 년째 감감무소식이거나 머나먼 이국 땅에 사는 외국인이라서 만나기 어려운 커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제껏 'DNA 매치'로 만난 커플들의 사랑 성공률은 백퍼센트라는 겁니다. 

물론 'DNA 매치' 없이도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커플들이 있습니다. 닉과 샐리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고, 사귄 지 4년째 되었으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소에 'DNA 매치'를 반대해왔던 커플인데, 주변 친구들이 계속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에 샐리가 넘어갔고, 그 결과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에서 굳이 검사를 해야 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결혼 전에 궁합이 안 좋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커플이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마음을 확신한다면 다른 뭔가로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늘 불안과 의심이 문제의 불씨인 것 같아요.

서른일곱 살 맨디는 이혼한 상태인데, 남편이 그 망할 'DNA 매치'로 짝을 찾아 떠나버렸기 때문이에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맨디도 'DNA 매치'로 운명의 짝을 찾았어요. 잘생기고 멋진 스물일곱 살의 청년 리처드. 그러나 기쁨도 잠시 리처드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왜 맨디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기 때문에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만약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맨디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어느 쪽이 더 행복할지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덜 불행한가를 생각하게 되는 사연이었어요.

제이드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을 진학했지만 졸업 후 그녀의 삶은 꽃길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자갈밭이었고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하게 되었어요. 찬란한 청춘 대신 찌질한 삶에 화를 내며 살던 중 'DNA 매치'에서 운명의 짝인 케빈을 찾았고 웃음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제이드는 영국에 있고, 케빈은 호주라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어요. 비싼 비행기값 때문에 망설이던 제이드가 드디어 용기를 내어 호주로 날라갔고, 그곳에서 만난 케빈은... 우와, 상상 밖이에요. 제이드는 누구라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어요. 

엘리는 'DNA 매치' 시스템 개발자이자 CEO예요. 끔찍한 연애만 경험했던 엘리는 모든 남자들을 피하고 있어요. 자신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의 목적은 돈이 아닐까라는 의심 때문에. 더군다나 'DNA 매치'를 반대하거나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총탄 세례를 받은 뒤론 어딜가나 경호원을 대동하고 있어요. 누굴 만날 엄두를 못내는 엘리는 용기를 내어 'DNA 매치' 검사를 했고 몰래 그 상대 남성인 탐을 만났어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아이러니하죠?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크리스토퍼예요. 그에 관한 정보는 비밀에 부쳐야 될 것 같네요.

어쩌면 그를 통해서 'DNA 매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문제점을 감지하게 될 테니.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일,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일이에요.

하지만 스스로 찾아낸 것이 아니라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하는 시대가 된다면 그때야말로 인간의 자유가 박탈되는 게 아닐까요. 운명의 짝을 만나는 순간의 짜릿하고 놀라운 경험이 우리를 유혹하겠지만 정해진 유전자의 시나리오 대로, 조정당하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사는 건 너무 끔찍할 것 같아요. 사랑은 결코 유전자 매치만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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