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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 - 미디어로 보는 차별과 인권 이야기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8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평점 :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고요.
만약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바로 이 책으로!
<이 장면, 나만 불편한가요?>는 미디어를 통해 차별과 인권 문제를 짚어보는 청소년 인문서예요.
저자는 현재 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사회 과목을 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한 책들을 여러 편 집필했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미디어 세상에서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겼던 문제들을 삼촌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고 있어요.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재벌의 모습, 주인공이니까 뭘 해도 멋지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재벌 가문의 자녀가 빠르게 승진하고 경영권을 물려받는 구조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재벌 2세나 3세가 젊은 나이에 경영을 승계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묘사되는 장면, 이 장면에서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능력으로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은 셈이에요. 실제로 대표적인 재벌 기업의 불법, 편법적인 경영 승계가 우리 사회에 끼친 파장을 생각해보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불공평한 현실을 당연히 여기면 공정하지 못한 구조가 더욱 공고히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
드마마 속 여주인공은 왜 실수하고 남주인공은 해결할까요. 뻔한 줄거리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은연중에 드라마 속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당연한 성 역할의 공식으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예요.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 TV에서 사라진 건 성 상품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 연예인에 대한 비하가 일상적으로 이루지고 있다는 건 심각하게 다뤄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다양한 미디어와 채널에서 성차별이나 성희롱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도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근래 법률과 제도 차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을 보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증거일 거예요.
미디어에 비쳐지는 장애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는데, 불쌍하고 동정받아야 하는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 좋은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어요. 또한 교과서에서도 장애인을 배려나 보호의 대상으로만 묘사하는 장면들이 많다고 해요. 이는 학생들에게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라는 편견을 불러일으켜서 불편하고 싫은 감정까지 생기게 만든다고 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교과서도 인권 감수성을 키울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고, 개선 중이라고 하네요.
최근 들어 인권과 평등이 중요해지면서 사회적 소수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북한 이탈 주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미디어를 통해 커질 수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해요.
무심코 지나쳤던 미디어의 장면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많은 문제점들이 보였어요.
먼지 차별(Microaggression)이라는 용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 먼지처럼 사소한 일상의 대화 속에 숨겨진 차별을 의미해요.
예를 들면, "아파트 30평대 정도는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여자라면 화장하고 다니는 게 예의지." , "흑인이니 운동 잘하지 않아?" 등 듣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는 말들이에요. 특정 성별이나 지역 혹은 인종에 대해 차별하는 표현들 모두가 먼지 차별에 해당한다고 해요. 예전에는 먼지 차별의 말을 듣고 반박하는 사람을 예민하고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받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사소한 말이나 행동 속에 숨어 있는 먼지 차별을 알아채고, 그 문제를 알리는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아마 이 책을 읽고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거예요. 먼지 차별을 비롯한 수많은 차별과 편견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될 테니까요. 수많은 미디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수용력과 인권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