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반딧불이를 보고 얼마나 신기하고 예쁘던지.

하지만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된 추억이 되었네요.

언젠가부터 곤충은 박멸해야 하는 해충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어쩌다가 곤충과 멀어지게 된 걸까요.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만 한 게 아니라 자연과도 거리를 두고 살아왔네요.


<충선생>은 한자 이름에 벌레 '충 蟲'자가 들어간 생물체 스물한 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오랜 친구인 곤충과 벌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기에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스승이 되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그러니 곤충을 멀리하고 아예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곤충에 대한 마음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음을 여는 시작인지도 모르겠네요.

잠자리,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이처럼 친근한 곤충 외에도 점점 사라져가는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그리고 대표적인 곤충인 개미, 절지동물인 거미와 지네, 해충으로 알려진 모기, 파리, 바퀴벌레, 메뚜기, 마지막으로 곤충이 아닌 충선생인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에요.

재미있는 건 곤충을 한자 이름으로 접근했다는 점이에요. 한자 이름을 지녔다는 건 그만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다는 의미니까, 곤충에 관해 하나씩 알아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저자가 우연히 곤충의 '곤 昆'자를 구글링하여 중국 도시인 '곤명 昆明'을 찾았고, 무작정 곤명에 소재한 중국자원곤충연구소에 전화로 문의하여 직접 방문까지 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곤충에 진심이라는 걸 느꼈어요. 한자문화권에 있는 동양인의 관점에서 동양 철학과 곤충에 대한 해석론을 널리 전파하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가 통했는지 곤명의 중국 연구원들과 여러 의견을 나눌 기회를 얻었다고 하네요. 

평소에 안다고 여겼던 곤충들의 지식뿐만이 아니라 곤충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자연 안에서 인간과 곤충은 똑같이 소중한 생명체라는 것을 깨닫고 곤충을 바라보니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충선생들이 가까이에 있었네요.


매미를 한자로 蟬 (선)이라고 쓴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벌레 훼 虫 와 음을 나타내는 單 (홑 단)이 합쳐진 말인데, 매미의 생애가 그대로 함축된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매미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 년을 보내고 부화하면 유충이 되는데, 매미 유충은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땅속으로 들어가 홀로 單 긴 시간을 보내며 5년간 네 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고 해요. 초여름 비가 촉촉히 땅을 적신 밤, 유충은 온 힘을 다해 땅을 뚫고 나와 6~7년 만에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요.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나무 위로 올라간 매미 유충은 탈피하고 우화하여 몸과 날개를 펼치며 어른이 돼요. 우화는 천적이 깊이 잠든 시간에 이루어지며, 늦어도 달이 지기 전이나 해가 뜨기 전에 끝내게 되는데 보통 두 시간 정도 걸려요. 두 시간 내에 축축한 날개를 말리고, 곱게 펴는 과정까지 모두 마쳐야 해요. 우화 시간이 늦어지면 아침에 새들의 먹이가 된대요. 매미는 최고로 길게는 17년 즉, 884주를 땅속에 있다가 겨우 3주라는 짧은 생을 살아요. 매미가 우는 건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의 표현이라, 수컷만 울고, 암컷 매미는 울지 않아요. 예민한 청각을 지닌 암컷 매미는 좀 더 우렁찬 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택하여 짝짓기를 하는데, 끝나고 나면 수컷은 바로 죽어요. 이어서 암컷 역시 나무껍질 안에 산란관을 박고 300여 개의 알을 낳은 뒤 곧 죽고 말아요. 저도 매미의 생애를 알고 난 뒤에는 여름이면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저자는 매미가 우중충한 옷을 벗고 화려한 날개를 얻는 탈피와 관련된 고사성어를 소개를 하고 있어요.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금선탈각 金蟬脫殼'은 유방이 항우군에 포위되었을 때 부하가 유방으로 변장하고 대신 잡혀서 그 틈에 유방이 도망갈 수 있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인데, 자기의 허물을 과감히 벗어던진다는 것과 은밀하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대요. 사람들은 현실이 괴로울 때 지금 이 순간을 탈피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매미가 보냈던 7년의 세월은 모른 채 그저 껍질을 벗고 멋진 날개를 다는 환희의 순간만을 원하고 있는 거예요. 진정한 탈피는 하기 싫고 괴로운 일만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이 걸친 껍데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그것을 탈피하기 위한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러한 해석을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또한 매미 이름에 들어간 '한 가지'를 의미하는 '단 單'은 매미의 삶 자체로 단순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선생의 면모인 것 같아요. 단순하게 하나에 집중하며 매순간을 살 수 있다면 우리의 짧은 생도 찬란히 빛날 수 있을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 20년 동안 베스트 상품 광고에 쓰인 카피 2000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쥰이치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 부자되세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유명한 카피 문구는 세월이 흘러도 명언처럼 기억되는 것 같아요.

요즘 SNS를 보면 카피 문구처럼 짧지만 강렬하게 끌리는 문구로 눈길을 끄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만큼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가 중요해졌고, 이제는 카피라이터가 아니어도 카피라이팅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은 베테랑 마케팅 카피라이터인 간다 마사노리와 기누타 쥰이치의 책이에요.

저자 간다 마사노리는 영업자부터 대통령까지 누구나 '돈 버는 말의 기술'이 필요한 시대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디지털 시대에 마법의 램프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라이팅 기술이라는 거예요. 아마 다들 공감하는 부분일 거예요. 매일 수시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접하는 정보들 중에 무엇을 클릭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카피 문장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무작정 끌리는 문장을 만들라는 건 무리예요. 실제 카피라이터처럼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요. 

이 책은 카피라이팅 기술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필요한 카피 단어를 골라서 쓸 수 있도록 돕는 '카피 단어장'이에요. 어떤 글이든 쓰다가 막히거나, 좋은 카피가 생각나지 않을 때, 바로 그럴 때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주는 단어 모음집이에요. 

카피라이팅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PASONA 법칙'을 적용한 단어들이라서, 좀더 수월하게 필요한 카피 단어를 찾을 수 있어요.


Problem 문제 : 고객이 안고 있는 '고통'을 명확히 짚는다

Affinity 친근 : 판매자가 고객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Solution 해결 : 그 '고통'의 근본 원인을 밝히며, '해결'로 가는 접근법을 소개한다.

Offer 제안 : 해결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한다.

Narrow 범위 좁히기 : 상품을 구입한 이후 만족할 것 같은 타깃 고객의 범위를 '좁힌다'.

Action 행동 :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행동'이라고 설득한다.

▶ 앞 글자를 따서 이 구성 법칙을 'PASONA 법칙'이라 부르고 있다. (10p)


개인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글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꼭 좋은 카피 문구를 써야 하는 부담감은 없어요. 하지만 물건을 세일즈하는 카피를 써야 한다면, 카피의 기본 원칙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듣고(알고) 싶어 하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카피의 진짜 목적은 읽는 사람에게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카피라이팅은 행동경제학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심리를 알면 좋은 카피를 쓰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은 카피라이팅의 기술이 녹아있는 카피 단어들만 엄선했다는 점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단어장'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PASONA 법칙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에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읽고난 후 해야 할 행동까지 촉구하는, 완벽한 카피 문구네요. 


- 당신이 지금 고민하고 있는 상황.

A - 힘들었던 나의 인생, 카피라이팅의 세계를 알게 된 계기.

S - 카피라이팅 기술은 당신의 인생에 플러스가 된다.

O- 카피라이팅 기술은 익히기만 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다.

N - 하지만 아직 소수의 사람만 그 기술을 알고 있다.

- 열심히 카피라이팅 기술을 연마해서 인생이 바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55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대청 외교와 『열하일기』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서가명강 시리즈 16
구범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방영되던 드라마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폐지되었어요.

장르가 판타지 사극이라면서 등장인물은 조선의 임금을 비롯한 실존인물들로 묘사하여 조선의 역사를 폄하하고, 중국풍의 소품들로 우리 문화가 중국의 것을 모방한 것처럼 연출했다니, 이건 해도 너무 하다 싶을 정도의 역사 왜곡이었어요. 앞서 똑같은 작가의 전작이 이런 논란이 있었음에도 시청률이 높았기 때문에, 연달아 동일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어요.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드라마는 폐지되었지만 작가나 PD 등 방송 관계자들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반복될 일이에요.

근래 중국이 김치, 한복 등을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며 문화 왜곡까지 벌이는 이 시기에 드라마까지 왜 이러나 싶었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 콘텐츠 제작에 깊숙하게 들어온 중국자본이 있었네요. 단순히 제작진의 실수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역사 왜곡이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어요. 


<1780년,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은 서가명강 시리즈 열여섯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구범진 교수님이며 중국 근세사를 전공했고, 조선과 청나라의 외교 관계, 명청 시대 경제사 등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고 해요.

한국사에서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저자는 『열하일기』에서 1780년의 열하에 주목했고, '열하 이야기'가 사실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것과 1780년을 분수령으로 조선과 청의 관계가 크게 달려졌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어요. 1780년 조선의 정조는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의 칠순을 축하하는 특별 사절을 보냈고, 그 역사적 사실이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탄생한 계기지만 그 내용이 역사적 실제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어요. 

흥미롭고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로만 여겼던 열하 이야기 속에 조선과 청 양국의 미묘한 관계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열하일기』에서 박지원은 건륭의 칠순 잔치 자체보다 판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이유는 '봉불지사'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청과 몽골, 티베트의 관계에 대한 박지원의 이해 수준이 그다지 높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봉불지사를 위한 변호가 건륭 칠순 만수절을 덮을 정도의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거죠. 지금까지 우리는 박지원의 명성에 가려 『열하일기』를 역사학적 사료의 비판 대상으로 올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가 우리 역사뿐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은 확실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이며, 우리 역시 올바른 역사의식과 역사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네요.

1780년에 정조가 사행을 통한 칠순 만수절 진하라는 전례 없는 생일 축하 외교를 펼친 것은 대단한 외교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조와 건륭이 성의와 은혜를 주고받는 우호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양국 관계의 증진 또는 격상을 가져왔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한반도의 역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중 외교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1780년의 열하'라는 외교 전략을 현대에 알맞은 새로운 해법으로 살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 덕분에 열하 이야기를 조선 시대 사람들이 중국을 여행하고 남긴 기록만이 아닌 숨겨진 한중 외교사로서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한 역사 공부가 되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분이 콩나물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돼? - 수학의 쓸모를 모르고 자란 대한민국의 수포자들에게
쏭쌤.정담 지음 / 루비페이퍼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앗, 적분!

수학 시간에 나를 괴롭혔던 적분을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적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는 거예요.

한 걸음 떨어져서 수학을 바라보니, 수학을 싫어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궁금하고, 좀더 알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분이 나물 사는 데 슨 도움이 돼?>예요.


이 책의 저자인 송쌤과 정담은 <적.콩.무>라는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해요. 본격 수학 팟캐스트 방송인 <적.콩.무>는 수포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심리치료 힐링을 목표로 하여 지금까지 꽤 많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이렇듯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네요.

와우, 수포자들은 모여라!

대부분의 수포자들은 "도대체 수학은 배워서 뭐해요?"라고 물어요. 이 책은 그 답을 알려주고 있어요. 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즉 수학의 쓸모를 조목조목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수힉은 최대한 넣지 않았다고 해요. 수포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용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에요.

그러니까 수학, 적분이라는 단어에 기겁하지 말고, 일단 이 책을 펼쳐보시길.


책의 구성은 깔끔하고 세련된 매거진 같아서 좋아요.

먼저 우리는 왜 수학을 싫어하게 되었는지, 수학은 왜 쓸모없다고 느끼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한 뒤에 차근차근 수학의 쓸모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평균, 표준편차, 로그, 집합, 집합의 연산, 명제, 역, 이, 대우, 필요조건, 충분조건, 곱셉 기호, 정규분포, 통계적 추정, 조건부 확률, 작도, 도형의 방정식, 좌표기하학(해석기하학), 기하학, 삼각비, 호도법, 삼각함수, 적분 미분, 순간변화율...  나열된 단어만 보면 머리가 아플 수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무작정 공식을 외우느라 수학의 개념과 원리는 등한시했던 수포자들에게는 신세계가 열릴 거예요. 진작에 이런 설명을 해줬더라면... 물론 그랬어도 수학은 어려웠겠지만 적어도 싫어하며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수학의 쓸모를 안다는 건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니 수포자들 입장에서 <적.콩.무>는 수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수학의 진면목을 깨닫게 해주는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정담 : (두근) 드디어 적분이 콩나물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건가? 근데 뭔가 허전한데. 원래 미적분이라고 부르지 않아?

쏭쌤 : 미적분은 미분과 적분을 함께 아우르는 말인데, 교과서에선 미분을 먼저 배우고 적분을 나중에 배워. 그래서 미분 적분 하다 보니까 미적분이라고 부르곤 해.

정담 : 그러면 미분을 먼저 가르쳐줘야지!

쏭쌤 : 다 이유가 있어. 사실 적분이 미분보다 먼저 생겼거든. 그래서 적분부터 하는 거야.

...

쏭쌤 : 이제 본격적으로 적분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적분을 설명하려면 초등학교 때 배웠던 도형의 넓이부터 시작해야 해.

... 아마 도형마다 다른 공식을 외우느라 머리가 좀 아팠을 텐데 사실 모든 도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에 직사각형의 넓이가 들어 있어. 삼각형, 마름모, 사다리꼴, 평행사변형 등등. 직사각형만 찾아낼 수 있다면 그 공식들을 일일이 외울 필요가 없지.  (247-24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도 우릴 판단할 수 없어." 실카가 이를 악물고 말한다.
"너는 그게 어떤 건지 몰라. 우리에겐 둘 중 하나밖에 없었어.

살아남거나 죽거나."  (146p)


<실카의 여행>은 열여섯 살 소녀 실카의 비극적인 인생 여정을 다룬 소설이에요.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 것 같아요. 도저히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라 소설을 읽는 내내 힘들었어요. 주인공 실카는 겨우 열여섯 나이에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 갇혔고, 강간과 인권유린을 당했어요. 그런데 독일군을 소탕하러 온 소련군은 실카를 나치군에게 몸을 팔아서 살아남은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15년 노역형을 내렸어요. 3년을 지옥 같은 강제수용소에서 견뎠는데, 다시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리크 감옥으로 보내졌어요.

열여섯 소녀, 아직 여자라고 하기엔 어린애일 뿐인데 그 아이가 강간을 당하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고 그들은 실카를 창녀 취급했고 나치의 공모자라고 주장했어요. 그저 살기위해 버텨낸 것이 죄라는 건가요.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실카는 약자일 뿐이에요. 살아남은 죄, 오직 그 이유로 열여덟 살의 실카는 15년 감옥살이를 하게 돼요.

시베리아 보르쿠타 굴라크 감옥 역시 지옥이었어요. 가장 참기 힘든 건 똑같은 죄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열한 행동과 범죄인 것 같아요. 생존을 위해 짐승보다 못한 인간으로 변하는 괴물들... 여자수용소에 들어와 성폭행을 저지르는 남자죄수들, 죄수들을 괴롭히는 간수들, 그 간수들 위에 군림하는 상관들... 그 가운데 실카를 협박했던 한나를 잊을 수가 없어요. 한나는 자신은 나치에 맞서 싸우다가 붙잡혔으니, 실카와는 다르다고 여겼고, 실카의 과거를 빌미로 필요한 것들을 빼앗았어요. 한나와 같은 인간은 어디에나 있다는 게 현실의 비극인 것 같아요. 선량한 척, 정의로운 척하지만 위선과 가식으로 약자를 노리는 하이에나.

그곳에서도 실카는 묵묵히 참아냈고,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친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안타깝게도 실카는 자신의 과거 때문에 모든 걸 희생하는 삶을 선택했어요. 그건 살아남았지만 살았다고 볼 수 없어요. 그토록 끔찍한 곳에서 살아남았으면서, 왜 실카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않은 걸까요. 

실카 덕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실카를 기억할 거예요. 그녀가 얼마나 영웅 같았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그녀의 용기와 선행은 수많은 이들을 살렸어요. 

아무도 그녀의 과거를 비난할 수 없어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열여덟 소녀에게 손가락질할 자격은 그 누구도 없어요. 전쟁의 피해자에게 죄를 묻는, 몰상식한 자들은 누구인가요. 문득 일본군 위안부를 창녀 취급한 자들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오르네요. 우리가 무찔러야 할 적은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해요. 정확하게는 그들 내면에 도사린 악한 본성이 전쟁을 일으키고, 현실을 지옥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카는 자신의 비극적인 삶속에서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보여줬어요. <실카의 여행>은 한송이 연꽃처럼 치열하게 아름다웠던 한 인간의 삶을 담아낸, 역대급 감동 실화네요. 저자는 노신사 랄레로부터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듣게 되었고, 이 소설은 랄레가 수용소에서 자신을 구해준 세실리아 클라인이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여성이 아우슈비츠 이후에 겪은 실제 이야기를 썼다고 해요. 실카, 당신을 떠올리며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라이히 르샬롬 (평화가 있기를)." (360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