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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를 꿈꾼다 -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21년 4월
평점 :
<우리는 우주를 꿈꾼다>는 넬슨 토머스 집안의 세 남매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제목 때문에 외계인이나 우주비행을 상상했어요. 제목 아래에 적힌 '가족은 복잡한 은하다'라는 문장은, 다 읽고나니 또렷하게 보이네요.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것 이외에는 뭐 하나 닮은 것이 하나 없는 세 아이들.
우리가 꿈을 꾼다는 건 희망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그만큼 희망과 절망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동전의 양면처럼.
사실 좀 놀랐어요.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라서.
제가 아동문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봐요. "2021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라서 밝고 명랑한 성장소설을 떠올렸거든요.
착각 내지 오해였어요. 세상이 온통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는 다섯 살?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면 눈물이 딱 그치는 아이일 때나 가능하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저는 열두 살 무렵쯤 알게 된 것 같아요. 비둘기처럼 다정한 가족들과 장미꽃 넝쿨이 우거진 집은 환상이라는 걸.
여기 넬슨 토머스 집안의 세 남매는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첫째 아들 캐시는 열세 살이에요. 농구를 하다가 팔목을 다쳤고 성적이 자꾸 떨어져서 중학교 2학년을 또 유급할 위기에 처했어요.
둘째 아들 피치는 열두 살이에요. 매일 오락실에서 '해벅 소령'이란 게임을 하며 개인 최고 점수 갱신에 온 힘을 쏟고 있어요. 가끔 화가 나면 불같이 폭발하는데 본인도 제어하질 못해요. 셋째 딸 버드는 피치의 쌍둥이 동생이에요. 기계 조립을 좋아하고 똑똑해요. 나사 최초의 여성 우주선 사령관을 꿈꾸지만 학교나 집에서 늘 투명인간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가족들 중 누구도 버드의 꿈에는 관심 없거든요.
세 남매의 부모님은 매일 싸우기 때문에 아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고 있어요. 아빠는 일찍 퇴근해도 저녁은 엄마가 차려야 한다며 꿈쩍을 않고, 퇴근한 엄마는 그 모습에 화를 내며 싸우는 거예요. 서로 양보할 만도 한데, 그럴 기미가 없어요. 얼핏 보기엔 평범해보이는 가족들인데, 각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안타깝고 속상해요.
어쨌거나 이들 가족의 진심을 제3자인 나만 아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서로 왜 말하지 않는 걸까...
자존감이 바닥에 가라앉은 캐시, 감정조절이 어려워서 늘 혼란스러운 피치, 똑똑하지만 예쁘지 않다는 말에 상처받은 버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986년 1월 28일 터졌어요.
아하, 그제서야 이 모든 이야기가 1986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나사 최초의 여성 우주선 사령관을 꿈꾸던 버드가 절망에 빠졌을 때, 놀랍게도 큰 오빠 캐시는 버드의 아픔을 알아차렸어요. 피치 역시 그동안 한 번도 버드를 신경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쌍둥이 동생을 걱정했어요. 버드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캐시와 피치는 서툴지만 버드를 위로해주었어요. 아쉽게도 엄마와 아빠는 버드가 겪고 있는 고통을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 버드의 침묵을 사춘기소녀의 흔한 증상으로 여기는 건지도... 세 남매는 부모님 없이 서로를 다독여주고 있지만 그 모습이 나쁘진 않네요.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마지막으로 살롱가 선생님이 해준 말씀이 가슴에 콕 박혔어요. 캐시는 여동생 버드를 위해 그 내용을 전해줬고, 결국 버드는 그 덕분에 힘을 냈어요. 우주를 꿈꿀 수 있어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거니까요.
"챌린저호의 우주 비행사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탐험가가 되기 위해서 몇 달 동안 힘들게 훈련했어.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고도 감수했지. 우리는 이 세상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어.
자신에게도 그렇고, 모든 사람에게.
내가 아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어.
우주가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왜 망설이냐고?" (33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