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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 - 어떤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할 우리에게 김제동과 전문가 7인이 전하는 다정한 안부와 제안
김제동 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1년 3월
평점 :
봄이 왔네요.
봄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김제동님의 신간이 나왔어요.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인터뷰집이에요.
제가 좋아했던 프로그램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가 떠오르면서, 그동안 쌓였던 그리움이 컸구나 싶었어요.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뭐냐고, 왜 그러냐고... 세상을 향한 질문,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
이 책에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학평론가 김창남 교수까지 일곱 명의 전문가와 대담을 나눈 인터뷰가 실려 있어요.
코로나19 이후의 달라진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김제동이 묻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답해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질문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두드려라, 열릴 것이요, 질문하라, 답을 찾을 것이니.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학습된 경험 때문인지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어려운 일이었어요. 모르니까 질문을 하는 것인데, 그 모른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 같아요. 뭘 물어봐도 비난하거나 핀잔을 주지 않는 존재의 부재랄까. 그러다 보니 질문하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자,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나 대신, 나보다 더 질문을 잘하는 김제동님이 있고, 누구보다 더 잘 답해줄 전문가들이 있으니까요.
그동안 궁금했던 내용들도 있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으로 새롭게 알게된 내용들도 있어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나봐요. 배우는 재미가 있어요. 소크라테스식으로 묻고 답하는 내용을 통해서 부족했던 지식의 영역을 채워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가장 유용한 지식은 '무지'에 대한 재발견인 것 같아요. 무지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무지하다는 걸 모르는 게 문제일 뿐이지. 애초부터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고 질문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을 거예요. 신기하게도 전문가들에게 묻는 질문들을 똑같이 자신에게도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안다'라는 사실보다 알아가는 과정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흔히 전문가들의 인터뷰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수업을 받는 느낌이 드는데, 김제동의 인터뷰는 소통이 즐거운 대화의 시간 같아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제동 : 쌤 얘기 듣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뭘 모른다고 할 때, 예를 들면 제가 양자역학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무지(無知)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무지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자기 생각에 갇혀 있다보면 그걸 깨치기가 참 어려워요.
상욱 : 어렵죠.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제대로 읽어야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평가할 수가 있잖아요.
문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일뿐더러 종종 자기도 자기를 모르잖아요.
... 마음이 질량을 가지고 있나요?
... 여기서 문제는 마음이란 게 정의가 잘 안 되는 단어거든요.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의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편이죠.
아직 의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합의된 정의가 없어서 뭔지 잘 모르는 거죠. 물론 의식이 있어서 나오는 현상은 있어요.
의식이 잇기 때문에 우리가 손도 움직이고, 고통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배후에
이 모두를 관장하는 좀더 고차원적인 뭔가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없어요.
증거가 없을 때 과학에서는 그냥 모른다고 그래요.
제동 : 모른다고 하면 된다고요? 전 점점 더 과학이 쉽고 좋아지네요. (웃음) 증거가 없으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가볍게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네요.
상욱 : 제가 어디 가더라도 별로 겁이 없는 것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모르면 모른다, 그러면 돼요. 모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지금 과학은 모르는 게 많죠.
하지만 과학은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역사적으로 다른 학문과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거예요. (64-66p)
제동 : 신영복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사상과 살아오신 이야기에 기대고 싶은 관계를 만들어놓고 가신 거잖아요.
무엇 때문에 우리가 자꾸 신영복 선생님을 불러낸다고 생각하세요?
창남 : 그분의 사상을 저는 '성찰적 관계론'이라고 정리하는데, 나는 그게 이 사회가 수십, 수백 년에 걸쳐 우리에게 강요하고, 우리가 이미 매몰돼서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자본주의적이고 경쟁주의적인 세계관을 성찰하면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를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주는 담론이라고 생각해요.
... 선생님이 오래전에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모든 답을 가진 줄 안다. 답이라는 건 결국 자기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건데, 나보고 자꾸 답을 달라고 한다." 이런 말씀을 푸념하듯이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 거죠. 답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거죠. 다만 그 답을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의 근거를 신영복 선생님의 책과 말씀, 그분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588-58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