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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금고 뱉는 말 - 나댄다는 소리도 싫지만 곪아 터지는 건 더 싫어서
박솔미 지음 / 빌리버튼 / 2021년 5월
평점 :
누군가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면 맞장구치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이 감정으로 되살아날 때가 있어요.
속상해, 억울해, 후회돼... 이러한 감정이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건 아마도 해야 할 말을 꾹 눌러 삼키면 사라지지 않고 쌓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 책을 읽다가 잊은 줄 알았던 그때의 삼킨 말과 감정이 떠올랐고, 책을 덮으면서 결심했어요.
이제는 훌훌 털어내자고요. 김치는 묵힐수록 맛있고 몸에 좋지만 먼지는 쌓일수록 건강에 해로운 법. 오래 머금고 쌓인 말들은 먼지보다 나빠요.
<오래 머금고 뱉는 말>은 박솔미님의 에세이예요.
카피라이터이자 에세이 작가, IT 회사에서도 글을 쓰고 다듬는 일을 하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살면서 했던 명발언과 못했던 불발언에 대한 경험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여기서 '명발언'이란 어떤 이유로든 뜨거워진 마음이 폭발할 때 함께 터져 나온 발언들에 대해 저자가 붙힌 이름이에요. 반대로 '그때 이렇게 말할 걸...'라며 후회했던 말들은 '불발언'이라 부르기로 했대요.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보통의 삶에서 열연한 자신을 위해서, 더 나아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해요. 위대한 인물들의 말만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들의 말도 소중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거죠. 공감해요, 다들 말 때문에 스스로 자책하며 괴로웠던 기억들이 있을 거예요. 그러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 4 명발언
"쉬는 시간에는 쉬어야죠."
퇴근을 했으면 일 얘기는 그쳐야죠.
잘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느냐고 묻지 말아야죠.
열심히 하는데 열심히 하느냐고 보채지 말아야죠.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왜, 틀린 말을 하는 기분이죠. (59p)
# 11 불발언
"네, 자신 있어요." (164p)
♣ 아껴둔 발언
빛이랑 이름이랑
비슷한 구석이 있더라고
내 이름보다
남의 이름을 훨씬 더 많이
부르며 살듯
남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그것만 글쎄
헤아리게 되더라니까. (189p)
저자의 아껴둔 발언을 읽다가 수수께끼가 생각났어요.
내 건데, 나보다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름'이에요.
좀 오글거리지만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말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냥 '나'라는 표현 대신에 '○○○' 이름 석 자를 넣어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하여 '○○○'라는 이름을 예쁘게 불러주다 보면, 왠지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도 커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모든 불발언에는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지만 그 불발언들은 헛된 게 아니에요. 참고 눌러서 쌓이고 쌓인 불발언들이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명발언으로 터뜨릴 그 날을 위하여, 고이 모셔둔다고 생각하면 돼요. 저자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어요. 오늘의 불발언은 우리가 못났기 때문이 아니라고, 명발언은 쓸데없이 나대는 게 아니라고, 우리의 소소한 발언들도 위대할 수 있다고.
말 말 말... 이리저리 치여 힘들 때, <오래 머금고 뱉는 말>을 꺼내보면서 힘을 내자고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