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의 쓸모 - 미래를 예측하는 새로운 언어 쓸모 시리즈 2
한화택 지음 / 더퀘스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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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미적분과의 아찔한 추억이 있을 거예요.

수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빌런이랄까. 

그럼에도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걸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나봐요. 

나를 괴롭힌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오해였더라고요. 수학의 쓸모, 수학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들 덕분에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게 되더라고요.

<미적분의 쓸모>는 우리 일상에 숨겨진 미적분의 활약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그동안 미적분을 풀어야 할 문제로만 봤다면, 이 책은 미적분을 통해 어떻게 과학기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적분이란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언어라는 것.


미분을 간단히 설명하면 속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어요. 우리는 차이를 통해 변화를 느끼는데, 두 개의 다른 상태를 비교해서

 차이를 인식할 수 있어요. 속도 역시 마찬가지로 속도가 빠른 것과 점점 빨라지는 것, 뜨거운 것과 점점 뜨거워지는 것은 명확히 구별이 돼요. 빨라진다는 것은 속도에 관계없이 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말하며 뜨거워진다는 것은 온도가 몇도인건 상관없이 온도가 올라가는 말해요. 속도의 방향이 바뀌는 것도 변화인데, 이 변화량이 바로 함수값의 차이가 되고, 미분은 변화량, 즉 함수값의 차이에 주목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변화는 셋 중 하나예요.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우 그리고 변화하지 않는 경우예요.

뉴턴이 가속도를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 미분이며, 미분은 근대에 탄생한 움직임에 관한 수학이라고 해요.

미분을 통해 세상의 순간적인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분을 통해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과거를 적분하면 현재를 이해할 수 있고, 현재를 미분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쓸모 있는 미적분 개념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응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속방지카메라부터 드론, 로켓 엔진, 우주선,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컴퓨터 단층촬영이나 전기영상법 등 의학 첨단기기의 핵심 원리로 이용되고 있어요. 가장 흥미로운 미분방정식 응용 사례는 영화 <토이스토리>인 것 같아요. 백퍼센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의 탄생 뒤에는 픽사의 수학자와 전산과학자들의 공이 컸다고 해요. 눈송이, 해일 같은 움직이는 자연 현상을 자연스럽게 구현해내기 위해 고안한 3D 애니메이션 기법과 해상도 조절 기법에는 미분방정식이 숨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배우는 미적분은 미적분항이 들어가는 미분방정식이 아니에요. 미분방정식은 대학교에서 배우는데, 자연과학이나 공학, 경제학, 사회학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분방정식으로는 맥스웰 전자기 방정식, 슈뢰딩거 파동 방정식, 블랙숄즈 방정식, 감염확산 SIR 방정식, 나비에-스토크스 유동 방정식이 있어요. 

미분방정식은 현재의 상태와 변화율의 관계를 연관 짓는 방정식이라서 과학법칙에 따라 자연현상을 시뮬레이션하고, 경제 모델을 만들어 경제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필수적인 수학 도구라는 것.

제 수준에서 미분방정식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책 덕분에 미적분의 쓸모는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면 미적분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겠어요.


"세상은 모두 미분방정식이며, 우리는 모두 그저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All the world's a differential equation, and the men and women are merely variables.

    - 벤 올린 Ben Orlin , 《이상한 수학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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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김병선 지음 / 웨일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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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이 폐지되었어요. 희극인들에게만 불행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전 국민이 즐겨보던 개그프로그램이 한순간에 없어지다니, 참으로 씁쓸했어요.

<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의 저자가 개콘 KBS 공채 개그맨 김병선님이라고 해서 반가웠어요.

앗, 근데 어떤 코너에 나왔지? 

이름만으로는 얼굴도, 유행어도 떠오르진 않더라고요. 어쩐지, 책 제목이 한순간에 이해되는 순간이었어요.

이 책에는 김병선(코미꼬)님의 좌충우돌 범퍼카 같은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정말 대단히 놀라운 도전과 모험기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엔 슈퍼카인 줄 알고 덥석 탔더니, 웬걸 사방으로 부딪쳐대는 범퍼카였다니!

그의 사연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승-전-  다음은 당연히 해피엔딩이어야 할 순간에 확뒤집히는 반전이 있어요. 처음부터 안 될 것 같았으면 시도하지도 않았을 텐데, 꼭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가 엎어지니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보통 이런 경우라면 절망, 좌절, 포기라는 수순을 거치면서 쓰러질 것 같은데,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났어요.


서울대생에서 KBS 공채 개그맨이 되고, 외국이 좋아서 통역 알바로 스페인에 갔다가 열정페이는커녕 백수가 되어 스페인 노숙자 신세가 된 사연은 기가 막혔어요. 그야말로 사기를 당한 건데, 하필 외국이라서 억울함을 토로할 곳도 없고 도움을 구할 곳도 없다는 게 가장 큰 위기였던 것 같아요. 바로 그때 저자는 바에서 코미디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과감하게 도전했어요. 우와, 한국인이 스페인에서 스탠딩 코미디로 현지인을 웃기다니! 

안타깝게도 스페인에서 스탠딩 코미디언으로 막 성공하려는 찰나에 엎어졌어요. 누구는 이걸 실패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인생 여정을 조금 알고나니 값진 경험이었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이 고생했지만 멋져보이는 건 그의 도전 정신 때문인 것 같아요. 또한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에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솔직히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에 비하면 저자의 도전은 훌륭했어요. 물론 그가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그러한 경험들을 했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이 완성된 게 아닐까요. 

오늘의 불행을 내일의 농담거리로 가뿐하게 씹을 줄 아는 사람, 앞으로 김병선이라는 이름 석자를 진짜 개그맨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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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2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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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 반야심경>을 통해 경전에 담긴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경전 대신 소설을 통해 배운 것 같아요. 

주인공 선재가 겪은 불운은 우연이 아니었어요. 세상만사 우연이란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년 선재가 관음사로 가서 지월 노스님과 인연을 맺고 스님의 길을 가기까지... 그 과정에도 수많은 인연들이 있었어요.

'반야'가 지혜라는 뜻을 가졌다는 걸 알고나니, 선재가 관음사에서 만난 소녀 지혜와의 인연이 어떻게 먼훗날까지 이어져왔는지를 알 것 같아요.

기구하고 고독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선재, 아니 해인 스님.

교통사고로 인해 온몸이 으스러지고 실명에 이르자, 해인은 절망했고 방황했어요. 인간적인 고뇌.

스님이라고 해서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해인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과거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렸고, 감춰진 진실까지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진실이란... 밝혀내기 위해 그토록 애썼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저자 혜범 스님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소년 선재에게 노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2권 마지막 부분에 혜범스님의 반야심경 해제가 실려 있어요. 지혜로써 도를 닦는 일은 곧 마음의 고난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

경전에 담긴 용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반야심경의 기본은 배운 것 같아서 좋았어요.

결국 깨달음은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을, 혜범 스님은 이 소설을 통해 알려주셨네요.



"스님, 어찌하면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지요?"

"우리가 육신의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네?"

"마음의 눈을 뜨려면 그건 간단하지.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되는 거란다."
"......"    
"학學 이 각覺 이 아니다. 

알음알이에 빠지지 마라. 참된 수행을 해야만 깨달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번뇌망상은 우리와 한 묶음, 번뇌가 바로 보리인 것이야. 

화두, 그 물음과 해답을 통해 자유의 길로 가는 것이지."    

"...... 스님, 번뇌를 끊을 수가 없어요. 어찌하면 이 번뇌를 끊을 수 있어요?"

"세상을 다시 봐라. 번뇌라 보면 번뇌지만 보리라 보면 보리 아닌 것이 없어.

번뇌를 끊으려 하지 말고 번뇌와 부딪혀 싸워서 그 번뇌를 부숴버리면 

자유 그리고 해방이 돼."

"네......?"

"...... 부처가 되기 위해 애쓰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는 거야. 

인즉시블 人卽是佛 , 헛것의 세상, 허상에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변화와 발전을 일으키는 사람,

그 사람이 부처야. 사람이 부처를 만드는 것이지, 부처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고. 

깨달아 가는 삶의 기쁨을 느끼거라. 

즉심즉불 卽審卽佛  비심비불 非心非佛 , 

그 마음이 곧 부처이며, 마음 아닌 것은 부처가 아니다.

직지인심, 견성견불. 심의수불임을 명심해라."

"사랑은요?"

해인이 다그쳐 묻자 노스님은 씩 웃었다.

"너 이놈, 사랑을 하는 거냐? 사랑만한 수행이 없단다. 

성장통이라고 하잖아. 이별을 해봐야 절망이 뭔지,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지.

사랑을 해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는 거야."    (129-1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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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1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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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때는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면 알아요.

아프면 현실이고, 무감각하면 꿈인 걸.

산다는 것도 똑같은 것 같아요. 어쩌면 매번 고통 속에서 살아있음을 깨닫게 되는지... 모진 운명인 거죠.

그래서 부처님은 삶을 고행이라고 하셨나봐요. 불교신자가 아닌데도 붓다의 가르침은 찰떡 같이 이해가 돼요.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아도 인간으로 살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있어요. 삶의 고뇌는 선택 사항이 아닌 필연적인 삶의 조건이구나.

다들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당하느냐고... 억울할 것 없는 것이 나만, 그런게 아니라 나도 그런 거였어요.

다만 그걸 모르면 진흙탕 같은 삶인 것이고, 깨달으면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 같은 삶이 되는 것이겠지요.


<소설 반야심경>은 혜범 스님이 쓴 소설책이에요. 

그동안 스님이 쓴 에세이나 명상집은 읽어봤지만 소설은 처음인 것 같아요. 

혜범 스님은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수차례 수술을 하면서 몸이 껍데기라는 걸 알았다고 해요.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가운데 이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러니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고통은 허구가 아닌 실재였어요. 늙고 병들고 죽는 일 중에 우리는 이미 두 가지를 경험해봤으니 소설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요.

주인공 선재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반야, 즉 지혜를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기구한 운명이라 여겼는데, 


여덟 살 강선재는 양명원에서 살게 됐어요. 양명원은 한센병 환자들의 집단 수용 지역이에요. 양명원 陽命院 의 전 이름은 무명원 無明院 이었어요.

"어리석은 마음, 어두컴컴한 마음을 무명 無明 이라 했던가. 어차피 가야할 길이 칼날 위였던가, 어둠이었던가.

세상에 대해 무지한 것, 무자각한 걸 불각 不覺 이라 했던가."   (112p)

엄마는 중방이라는 곳, 아빠는 상방이라는 곳으로 이송 격리되었어요. 

먼저 전염된 건 아버지였어요. 아버지는 경찰관이었는데, 어느 날 외할아버지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에게 잡혀가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파직당했어요.

그리고 보름 후 가족들은 벽이 온통 흰 곳으로 격리 수용되었는데, 그때부터 아버지는 눈썹이 빠지고 피부의 근육들이 문드러지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나병 환자가 아니지만 아버지에게 전염된 보균자였어요. 처음엔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나병의 잠복기는 짧으면 보름, 길면 5년, 20년 가량 지속된다고 했어요. 

선재는 나환자의 아들, 미감아였어요. 식구들 중 말짱한 건 선재뿐이었어요. 미감아 수용 시설 자혜원으로 이감된 선재는 자신보다 세 살 많은 종숙이 누나 때문에 살인 사건에 연루되었고, 결국 부모님과 떨어져서 절로 가게 되었어요. 아빠의 친동생이 스님이라서, 그 삼촌 스님에게 선재를 부탁한 거예요. 지효라는 법명의 삼촌은 선재를 현계산 관음사 노스님에게 데려갔어요. 지월 노스님은 사흘 동안 방 안에서 꿈쩍도 않는 선재를 지팡이로 쑤셔대더니 여기서 잘 지내면 열여덜 살에 원하는 대로 살게 해주마 약속했어요. 그러면서 선재에게 바다로 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노스님은 선재의 법명을 해인 海印 이라 정해줬어요. 바다에 도장을 찍는다는 뜻으로 우주의 일체를 깨달아 아는 부처님의 큰 지혜라고요. 


"바다로 가야지."

"바다요? 바다는 왜요?"

"이 세상이 바다니까."

"하필이면 왜 바다예요?"

"바다는 살아 아우성치니까."

"......"    (146p)


6학년, 열네 살이 된 선재에게 삼촌 스님이 찾아왔고, 새 호적을 만들어줬어요. 이제부터 강선재가 아니라 김산이라는 이름으로 내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어요.

며칠 뒤, 해인은 어머니에게 편지가 오지 않아 친구에게 편지를 썼는데 답장에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석 달 후에 엄마까지 돌아가셨다는 비보가 적혀 있었어요. 방황하는 해인을 붙잡아 준 건 지월 노스님이었어요. 

세월이 흘러 해인 스님은 현재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어요. 이 모든 이야기는 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해인의 현재와 정신적 고통을 겪는 해인의 과거가 맞물려 있어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통에 몸부림칠수록 해인은 노스님의 말씀과 함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바다로 가야지."라고 했던 그 말씀을 이제는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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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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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히면서 할 말을 잃게 될 거예요.

의심과 두려움은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다시 분노로... 복수는 끝나지 않았어요. 

아메리칸 드림 이면에 숨겨진 잔혹한 인종차별과 폭력, 혐오와 증오가 넘쳐나고 있어요.

더 이상 감출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을 보았어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한국계 미스터리 작가 스테프 차의 LA 타임스 도서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제목에서 풍기는 섬뜩함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소설을 통해 비극적 사건이 재구성된 것을 보니 확연히 달랐어요.

이건 단순히 짐작해서 알 수 있는 내용, 그 이상의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어서 저한테는 충격 그 자체였어요.

우선 이 소설에 모티브가 된 '두순자 사건'을 언급해야 될 것 같아요.

1991년 3월, 코리아타운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한국인 두순자 씨가 열다섯 살의 흑인 소녀 라타샤를 강도로 오인하여 총격을 가해 살해했어요. 이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에는 네 명의 백인 경찰이 검문하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있었어요. 연이은 두 사건으로 인해 흑인들의 분노는 커졌고 다음해에 LA 폭동 사태가 일어났어요. 당시 미국 언론들은 '두순자 사건'을 집중 보도하여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 갈등을 야기하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어요. 언론의 힘을 빌려 흑인들이 백인들에 대해 갖는 분노를 한국인에게 돌아가게 만든 것이었어요. 마치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가 한국인과 흑인 간의 갈등인 것처럼 몰고 간 언론들 때문에 끔찍한 유혈 사태라는 비극을 맞았어요. 

소설은 1991년과 2019년을 교차하며 비극의 전말을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엔 서로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각각의 사연들이 3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는 소름이 돋았어요. 

주인공은 LA 한인 마켓에서 약사로 일하는 그레이스 박이에요.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인 그녀는 평범한 우리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에요. 한인 마켓에서 벌어진 피격 사건으로 인해 잊혀졌던 비극이 재현되고 있음을 깨닫게 돼요. 뉴스에서 보도되는 온갖 사건들을 타인의 일이라고 여기면 그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어요. 그러나 그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 그때의 진실은 더 이상 감출 수도 없고, 감춰서도 안 될 일이 되는 거예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착각했을 뿐이에요. 진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어요.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순 없어요. 애초에 차별이 만들어낸 혐오, 증오라는 나쁜 마음들이 인간을 파괴하고, 이 사회를 비극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작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나니 너무도 심각한 문제라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우리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몰랐던 일이라고 외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비극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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