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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2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평점 :
『반야심경』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 반야심경>을 통해 경전에 담긴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경전 대신 소설을 통해 배운 것 같아요.
주인공 선재가 겪은 불운은 우연이 아니었어요. 세상만사 우연이란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년 선재가 관음사로 가서 지월 노스님과 인연을 맺고 스님의 길을 가기까지... 그 과정에도 수많은 인연들이 있었어요.
'반야'가 지혜라는 뜻을 가졌다는 걸 알고나니, 선재가 관음사에서 만난 소녀 지혜와의 인연이 어떻게 먼훗날까지 이어져왔는지를 알 것 같아요.
기구하고 고독한 운명을 살아야 했던 선재, 아니 해인 스님.
교통사고로 인해 온몸이 으스러지고 실명에 이르자, 해인은 절망했고 방황했어요. 인간적인 고뇌.
스님이라고 해서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해인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 과거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렸고, 감춰진 진실까지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나 진실이란... 밝혀내기 위해 그토록 애썼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저자 혜범 스님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소년 선재에게 노스님이 들려준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2권 마지막 부분에 혜범스님의 반야심경 해제가 실려 있어요. 지혜로써 도를 닦는 일은 곧 마음의 고난에서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
경전에 담긴 용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반야심경의 기본은 배운 것 같아서 좋았어요.
결국 깨달음은 경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을, 혜범 스님은 이 소설을 통해 알려주셨네요.
"스님, 어찌하면 마음의 눈을 뜰 수 있는지요?"
"우리가 육신의 눈으로 너무 많은 것을 보기 때문이다."
"네?"
"마음의 눈을 뜨려면 그건 간단하지.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되는 거란다."
"......"
"학學 이 각覺 이 아니다.
알음알이에 빠지지 마라. 참된 수행을 해야만 깨달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번뇌망상은 우리와 한 묶음, 번뇌가 바로 보리인 것이야.
화두, 그 물음과 해답을 통해 자유의 길로 가는 것이지."
"...... 스님, 번뇌를 끊을 수가 없어요. 어찌하면 이 번뇌를 끊을 수 있어요?"
"세상을 다시 봐라. 번뇌라 보면 번뇌지만 보리라 보면 보리 아닌 것이 없어.
번뇌를 끊으려 하지 말고 번뇌와 부딪혀 싸워서 그 번뇌를 부숴버리면
자유 그리고 해방이 돼."
"네......?"
"...... 부처가 되기 위해 애쓰지 말고 먼저 사람이 되는 거야.
인즉시블 人卽是佛 , 헛것의 세상, 허상에서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변화와 발전을 일으키는 사람,
그 사람이 부처야. 사람이 부처를 만드는 것이지, 부처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고.
깨달아 가는 삶의 기쁨을 느끼거라.
즉심즉불 卽審卽佛 비심비불 非心非佛 ,
그 마음이 곧 부처이며, 마음 아닌 것은 부처가 아니다.
직지인심, 견성견불. 심의수불임을 명심해라."
"사랑은요?"
해인이 다그쳐 묻자 노스님은 씩 웃었다.
"너 이놈, 사랑을 하는 거냐? 사랑만한 수행이 없단다.
성장통이라고 하잖아. 이별을 해봐야 절망이 뭔지,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지.
사랑을 해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는 거야." (129-13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