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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지음, 권기연 그림 / 예미 / 2021년 6월
평점 :
누군가를 돕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어설픈 도움은 되레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 소외된 이들 옆에서 좀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쉼과 작은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하네요.
"정말 힘들 땐 '그저 뒤척거리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반백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우산을 씌워주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비를 맞고 걸어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 우리를 쓰담쓰담해주고, 두근두근 설레게 하고, 덩실덩실 춤출 수 있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저앉아 있을 때 뭉그적거릴 수만 있어도'라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15p)
<꿈틀꿈틀 마음 여행>은 예쁘고, 귀엽고, 다정한 의태어들이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모여 있는 책이에요.
우와, 반가워라~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동시를 읽던 시절에는 일상에서 의태어를 종종 사용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도통 의태어를 쓰질 않았던 것 같아요. 마음만 삭막해진 게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도 단조로워진 게 아닌가 싶어요.
책 속에 나오는 의태어들을 소리내어 말해보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어요. 의태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해야 할까요.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이 일렁일렁, 의태어들과 함께 뛰어노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네요.
사람들은 마음속에 동그란 마음 항아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 항아리는 늘어나거나 줄어들지도 않고 항상 고만고만한 크기입니다.
내가 미칠 듯이 행복해도, 내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듯해도 커지거나 늘어나지 않고,
너무 속상하고, 초라하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일 때도
그 항아리는 작아지지 않습니다.
단지 기쁨과 행복이 가득할 때는 슬픔과 불행이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나 누군가를 위한 분노가 들끓을 때는
기쁨이나 행복이 끼어들 틈이 없게 됩니다.
....
굳은 것들을 살금살금 꺼내어 쓰다듬어 날려버리고,
내 마음의 항아리에 보드라운 흙을 깔고 예쁜 꽃씨 뿌려
소담스러운 꽃송이로 키워보면 어떨까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설렘, 고마움, 충만함, 감동들을
내 마음 항아리에 다보록다보록 담아보아요.
* 다보록다보록 : 풀이나 작은 나무 따위가 여럿이 다 탐스럽게 소복한 모양. (30p)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이 시보다 더 시적인 산문이며, 시인보다 더 감성적인 언어와 마음의 손길을 지녔다고 이야기하네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동시집을 떠올릴 정도로 시적인 감성과 따스한 마음을 느꼈어요. 어디를 펼쳐도 예쁜 의태어들이 나를 향해 방긋 웃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속상했던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버린 것 같아요. 포근포근 사르르 말랑말랑 뭉클뭉클 나긋나긋 와르르 ~~~
왠지 의태어들이 마법의 주문처럼 마음 항아리를 예쁜 것들로 채워주는 것 같아서, 매일매일 소리내어 불러줘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