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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카피라이터 -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 생중계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6월
평점 :
<누구나 카피라이터>는 카피라이터 정철님의 생각이 글이 되는 과정을 생중계하는 책이에요.
왜 저자는 자신의 머릿속 생각을 공개하게 되었을까요.
그건 글 쓰는 행위가 직업적인 카피라이터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에요.
저자의 말로 표현하자면, 카피 한 줄 훔치는 책이 아니라 생각 덩어리를 훔치는 책이라는 거죠.
우선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다음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왜 생각을 글로 쓰는 일이 어려운지를 알 수 있어요.
누구나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카피라이터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머릿속엔 생각이라는 녀석이 살고 있지 않습니다.
... 생각은 찾는 것입니다. 꺼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머리를 때리고 비틀고 꼬집어 어렵게 받아 내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내가 '머릿속 생각'이라 칭한 것은 때리고 비틀고
꼬집는 노동으로 생산한 생각을 말하는 것입니다." (15p)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떠올랐어요.
영화 주인공은 11살 소녀 라일리, 정확하게는 라일리의 머릿속에 있는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라는 다섯 가지 감정들이에요.
인간의 복잡한 감정 세계를 다섯 가지 캐릭터들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기발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쓸모 없는 감정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줘서 좋았어요.
이 책에서는 감정 대신 생각이 주인공이며, 두 녀석이 등장해요. 하나는 영감이고, 또 하나는 과학이에요. 둘다 생각을 생산하지만 혼자 잘난 척 하며 싸웠다간 위대한 생각을 생산할 수 없어요. 영감과 과학이 잘 섞여야 생각은 더 큰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둘은 어떻게든 동업을 해야 할 상황이에요. 그리하여 영감과 과학은 동업 계약서를 작성하고, 드디어 생중계를 시작하네요.
저자의 머릿속 생각에서 찾아낸 카피 문구부터 기억에 적힌 문장들까지 어떻게 출발해서 완성되었는지를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카피라이터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구나,라는 구경꾼의 자세였다가 슬슬 나도 한 번 해 볼까,라는 도전 정신이 꿈틀대네요. 물론 진짜 카피라이터가 되겠다는 건 아니고, 새로운 발상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이라고 해야겠네요. 암튼 재미있어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는 세 가지 일을 한대요. 나 홀로 생각. 나 홀로 생산. 나 홀로 배달.
여기서 문제는 배달인데, 의뢰자에게 작업 결과물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일이라고 해요. 쓰는 일과 파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서, 글 잘 쓴다고 말도 잘하는 게 아니란 말씀.
그러나 먹고사는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하니까 계속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실력도 쌓이더라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의 내용을 잘 활용하면 생각 - 글 - 말 , 세 가지를 잘하는 능력자가 될 수 있어요. 대신 카피라이터와 비교하면서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 것.
책속에 "밑줄 긋기"라는 짧은 코너에 카피 쓰는 요령 내지 팁이 나와 있어서 정말 유용하네요. 무슨 일이든 요령이 있으면 시작이 한결 수월하니까요.
#1
함께
합계보다 큰 수. 1과 1의 합계는 2에 불과하지만, 1과 1의 함께는
3이 될 수도 있고 10이 될 수도 있다. 합계는 수학이지만 함께는
인문학이다. (155p)
#3
딸
그냥 예쁘다. 이래서 예쁘고 저래서 예쁜 게 아니라 그냥 예쁘다.
딸이 왜 예쁜지 모르는 사람은 설명해줘도 모를 것이고, 왜 예쁜지
아는 사람에겐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그냥 예쁘다. 어쩌면
세상 설명의 절반은 말의 낭비. (159p)
▤▤▤ 밑줄 긋기 ▤▤▤
- 읽는 사람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 글을 쓴다.
- 모두가 상식이라 믿는 장면을 해체한다.
- 영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 사람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 정답이 아닌 오답을 던진 후 생각을 확장한다. (1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