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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와드 - 고도 3954
장마르크 로셰트.올리비에 보케 지음, 조안나 옮김, 김동수 감수 / 리리 / 2021년 6월
평점 :
<엘프와드 : 고도 3954>는 그래픽노블이에요.
아무리 무거운 주제라고 해도 그래픽노블을 통해 보면 한결 편안하게 느껴져요.
앗, 물론 이 작품이 무겁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미지의 세계를 경험해보는 기회여서 좋았어요.
바로 산악인, 알피니스트의 세계!
알피니즘(Alpinism) 오직 산에 오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스포츠로서의 등산. 또는 그러한 등산에 대한 사고방식
(출처 : Oxford Languages)
그동안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을 보면 제 머릿속에는 온갖 물음표들이 떠올랐어요.
쭉 그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어요.
뭔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조금 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주인공 로셰트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열여섯 살 소년이에요. 이 책은 만화작가 장마르크 로셰트의 자전적 성장기라고 하네요.
어쩐지 지금까지 봐 왔던 그래픽노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이즈였어요.
첫 장면이 강렬했어요.
로셰트는 미술관에서 한 작품 앞에 서서 푹 빠진 채 바라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 작품이 실재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에 제 눈에는 빨갛게 일렁이는 모양이 불꽃이라고 생각했어요.
파란색 배경과 대비되어 빨간 불꽃이 굉장히 도발적으로 느껴졌어요. 마치 불멍처럼 로셰트도 그 느낌에 빠진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동차 안에서 엄마는 잔소리를 했어요. 틈만 나면 미술관에 틀어박혀 있으니 걱정이 되신 거죠.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자동차는 멈췄고, 엄마와 로셰트는 우비를 입고 걸어가고 있어요.
그때 로셰트는 방향을 틀어 홀린 듯이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갔어요.
그날이었다. 내가 산과 사랑에 빠진 날.
그건 지극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날 이후 난 온통 산 생각뿐이었다.
오른다, 정상에 오른다. (15p)
로셰트는 등반을 좋아하는 친구 상페와 함께 등반가들의 메카 라베라르드로에 갔어요. 엘프와드는 고난이도의 루트라서 지금은 갈 수 없다고, 그래서 둘은 나중에 꼭 엘프와드 북벽에 오르자고 약속했어요. 비박을 한 다음 날 아침, 해발 3,300m 높이의 템플고개에 올라섰어요.
그곳에서 맞이한 아침 햇살과 발 아래로 펼쳐지는 세상은... 바로 그 순간에 로셰트는 말했어요.
"수틴보다 더 아름다워."
"수... 뭐라고?"
"수틴이라고, 그르노블 미술관에 있는 「가죽을 벗긴 소」라는 작품을 그린 화가야." (65p)
아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해됐어요.
경이로운 아름다움, 로셰트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됐던 거예요. 그 대상이 그림에서 산으로 바뀐 것일뿐.
무엇보다도 엄마의 역할이 컸던 것 같아요. 엄마는 처음엔 네 주제를 알라고 하셨거든요. 등반은 애들 장난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로셰트와 함께 템플고개의 일출 풍경을 본 뒤로는 달라지셨어요. 전세역전이라고 해야겠네요.
로셰트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오르고, 또 올랐어요.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위험, 그래서 산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곳인가봐요.
반면 기숙사 학교는 숨 막히는 곳이었어요. 누구라도 로셰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디로든 탈출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산은 굿초이스였어요. 어쩌면 산이 로세트를 선택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성인이 된 로셰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간극장, 휴먼다큐멘터리였어요. 로셰트의 삶에서 엘프와드는 무엇이었을까요.
적어도 한 가지는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알피니즘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 맨 마지막에 산악인 베르나르 아미의 말을 통해서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정리된 것 같아요.
"모든 사람에게는 산을 친숙한 땅으로 보고,
알피니즘이 항상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리했다는 사실을 믿으며,
알피니스트가 되길 손꼽아 기다리는 자신의 일부가 있다.
다시 말해 내 안에 산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29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