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렵지만 확률·통계는 알고 싶어 알고 싶어
요비노리 다쿠미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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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수학책이에요.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된다니까요.

설마? 

당연한 반응이에요. 수학책을 술술 읽는 건 천재나 가능한 거 아닌가?

전혀 천재도 아닐뿐더러 수.알.못(수학을 알지 못하는)에 가까운 제가 단숨에 읽었다고요.

이건 정말이지 '마술' 같아요. 수포자, 수알못도 거뜬히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마술!


<수학은 어렵지만 확률 통계는 알고 싶어>는 유튜브 채널 '요비노리'의 운영자가 쓴 책이에요.

저자 요비노리 다쿠미는 대중에게 널리 과학과 수학을 알리고 싶어서 대학교 수준의 수학과 물리학 과목 강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58만 명 이상이 구독하고 조회수도 누계 8,500만 회를 돌파하면서 교육 분야의 인기 유튜버가 되었다네요. 일본 TV 방송에서는 '수학의 마술사'라는 별명의 수학강사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고 하네요. 어쩐지, 이 책을 펼치자마자 제가 느낀 게 바로 '마술 같다!'는 거예요.

이 책은 수학 교과 과정에 나오는 '확률과 통계'의 개념을 깔끔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책의 구성이 재미있어요. 실제 일대일 강의를 하듯이 다쿠미 선생님과 수포자를 대표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에리 씨가 등장해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다들 경험해봤겠지만 학교 수업이나 강의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는 입장이라서 잠시라도 정신을 팔면 돌아오기가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럴 틈이 없어요. 다쿠미 선생님의 설명이 기가 막히게 훌륭해서 이해가 쏙쏙 되고, 중간에 막히는 부분은 에리 씨가 질문하여 속시원하게 풀어주거든요.

9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수업 시간에 질문한다는 게 무척 낯설 거예요. 잘 모르는 부분은 질문을 통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그때는 왠지 질문하면 무식한 걸 티내는 거라고 창피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아예 질문을 차단하는 선생님들도 있었기 때문에 질문의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성인이 되고나서야 질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어요. 암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한 번 확인했어요. 열린 대화가 곧 참교육이구나.

에리 씨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궁금한 것은 바로 질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다쿠마 선생님 덕분에 확률 통계를 제대로 배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확률 통계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된 것 같아요.

신기하죠?  수학을 모를 때는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고 우겨댔지만 수학을 알고 나니 정말 쓸모가 많네요. 마술의 비밀이 풀리듯, 확률 통계가 확 이해됐다는 게 놀라워요.



%EB%AF%B8%EC%86%8C%20%EB%82%A8%EC%9E%90 다쿠미 선생님 : 확률 · 통계는 문자 그대로 '확률'과 '통계'라는 수학의 두 단원을 합친 말입니다. 

이 두 단원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불확실한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EB%AF%B8%EC%86%8C%20%EC%97%AC%EC%9E%90 에리 씨 : 불확실한 것을 다루는 학문이요?

확실하지 않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정해진 미래'라는 건 없긴 하네요.

%EB%AF%B8%EC%86%8C%20%EB%82%A8%EC%9E%90 다쿠미 선생님 : 그렇습니다. 미래는 기본적으로 '불확실'하지요. 

다만 그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해서 뭐하겠어?'라며 포기하느냐,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생각해 보자'라는 자세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만들어진답니다.

%EB%AF%B8%EC%86%8C%20%EC%97%AC%EC%9E%90 에리 씨 : 역시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하지요!

%EB%AF%B8%EC%86%8C%20%EB%82%A8%EC%9E%90 다쿠미 선생님 : 맞습니다! 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생각해 보자'라는 접근법 중에서 

언뜻 우연처럼 보이는 것을 수학적으로 이해해보려 하는 노력이 바로 확률 · 통계랍니다.    (15-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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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토리 초등 국어 독해력 쑥쑥 + 낱말 쑥쑥 4학년 초등 자이 국어 독해력 (2026년) 4
수경출판사 국어 콘텐츠 연구소 지음 / 수경출판사(학습)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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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방송을 통해 '문해력'에 대한 현주소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과거에는 글을 소리내어 읽을 수 없는 경우를 문맹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글을 읽을 수는 있으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문해력 문맹이 심각하다고 해요.

설마 그 정도로 문해력이 떨어질까 싶었는데 실상을 알고 나니 너무 걱정이 되더라고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동영상에 익숙해질수록, 글을 읽는 행위를 불편하게 느끼고 독서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자이스토리 초등 국어 독해력 쑥쑥 + 낱말쑥쑥>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와중에 발견한 교재예요.

독해력과 문해력은 모두 글을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문해력은 독해력보다 더 고차원적인 글 읽기라고 할 수 있어요.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단계인 사고의 확장, 즉 사회적인 맥락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죠.

이 교재는 하루에 한 지문씩 재미있는 독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책을 아예 읽지 않는 아이에게 억지로 독서를 강요하는 건 역효과일 거예요. 

독해력 향상을 위한 첫걸음으로 매일 지문 하나씩만 읽는 거예요. 그 지문에 나오는 낱말의 뜻을 익히고, 지문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푸는 과정이 쉽고 단순해서 큰 부담은 없는 것 같아요. 배워야 하는 낱말들도 퀴즈 형식이 아니라 한 번 읽고, 옅게 적혀 있는대로 쓰기만 하면 돼요. 마치 필사 노트처럼 친절하게 낱말을 쓰면서 그 뜻을 익힐 수 있어서 편한 것 같아요. 지문도 초등 국어 교과 과정과 연계된 내용이라서 난이도가 딱 알맞은 것 같아요.

특별히 독해력 향상을 위한 교재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각 단계별로 지문을 읽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되어 있어서 혼자 공부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네요. 

여기서 알려주는  6가지 STEP 계단식 독해법이 정말 효과적인 것 같아요. 

[ ① 중심 낱말 찾기 - ② 중심 문장 찾기 - ③ 단락 요약하기 - ④ 단락 간의 관계 이해하기 - ⑤ 글의 구조 이해하기 - ⑥ 주제 알아보기 ]

매일 꾸준히 단계별 독해 연습을 할 수 있는 맞춤 교재라서 독해력, 문해력에 대한 걱정을 싹 날려주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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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 -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
이문현 지음, 박윤수 감수 / 포르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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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는 버닝썬 226일 취재 기록을 담은 책이에요.

MBC 사회부 기자였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버닝썬 게이트의 전말을 공개하고 있어요.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버닝썬 게이트가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을 뿐.

결론부터 말하자면 버닝썬과 경찰 유착 의혹은 사실이며, 몸통은 모두 빠져나간 채 수사는 마무리되었어요. 검찰은 경찰 유착 의혹을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했어요. 아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아요. 또한  2019년 6월 4일, '약물 사용 성범죄'에 관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당연히 법 개정이 된 줄 알았는데, 이토록 허무하게 폐지되었을 줄은 몰랐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GHB 범죄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어요.  당장 해결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성균관 대학교 장춘곤 약학과 교수는 GHB를 복용한 상태를 치매 환자의 상태에 비유했어요. 겉보기에 행동은 멀쩡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들을 기억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장 교수의 저서 《신경정신약리학》에 따르면, GHB를 섭취한 지 15분이 지나면 온화한 쾌감, 이완, 사회적 탈억제 증상이 나타나며, 과용량 복용 시 호흡을 억제하고 사용자가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해요. 이런 특성 때문에 GHB는 강간 약물로 사용됐고,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여러 연구가 이뤄졌다고 해요. 반면 국내에서는 GHB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으며, 1998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GHB가 2001년이 되어서야 마약류로 등재됐고, 수사기관은 20년째 GHB 범죄, 정확히 말하면 'GHB 사용 의심 범죄'에 대해 손을 놔버렸다고 하네요. (150-151P)


이 책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어요.

2019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버닝썬 게이트의 모든 것, 그 취재 기록을 읽다보면 그 어떤 범죄 영화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비리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본격적으로 확인시켜 준 사건이 버닝썬 게이트예요.

버닝썬과 경찰 유착을 일부 개인의 비리로 축소하기엔 그 수사 과정과 재판 결과가 터무니 없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취재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목격한 현실은 언론, 경찰, 검찰, 시민과의 관계 속에서 돈과 권력이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내용들은 빙산의 일각이었어요.

저자는 이 책이 버닝썬 게이트의 취재 기록인 동시에 반성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건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제라도 우리는 물어야 해요. 왜  처벌하지 않느냐고, 왜 미흡한 법을 바꾸지 않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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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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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신작이라 반가웠어요.

이 책에는 중편소설 4편이 실려 있어요. 그 중 <피가 흐르는 곳에>가 전작 <아웃사이더>의 후속편이에요.

앗, 장편을 기대했는데 중편이라니... 이건 마치 중국집에서 피자를 먹는 느낌이랄까. 어찌됐든 맛있게 잘 먹었지만 기대와는 다른 메뉴라서 살짝 당황했어요.

며칠 전 <아웃사이더>를 막 읽고 난 뒤라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저절로 커졌던 것 같아요.

주인공 홀리 기브니, 그녀의 활약은 조용하지만 강력했어요. 독특한 성격과 불안정한 면들이 괴짜가 아닌 호감으로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라 책을 덮은 후에도 자꾸 떠올랐던 것 같아요. 꿈인지 상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감고 있을 때 그녀가 등장하는 생생한 영화 한 편을 봤거든요. 굉장히 놀랍고 짜릿한 내용이었는데 눈을 뜨자마자 몇 분만에 사라졌어요. 머릿속에서 '와, 이건 기록해놔야 돼.'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굉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억이 나질 않아서 너무 아쉬웠어요.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경험이었다고 우기고 싶지만, 그냥 개꿈이겠죠?

스티븐 킹은 작가의 말을 통해서 홀리 기브니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고 있어요. 홀리를 사랑한다고! 

원래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특이한 단역에 그칠 예정이었는데, 그녀가 자신의 심장을 훔쳐버렸다는 거예요. 우와, 작가의 심장을 사로잡은 주인공의 존재라니 황홀하네요.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하지만 그 손을 떠나는 순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오직 주인공에게 달려 있는 이야기.

근래 제가 만난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끌렸어요. 홀리가 지닌 강인함, 그건 외부의 적을 쫓는 탐정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두려움과 수없이 싸워내는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해리건 씨의 전화기>, <척의 일생>, <피가 흐르는 곳에>, <쥐>라는 4편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초자연적인 소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왜 스티븐 킹의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는 이야기 속에 담겨 있어요. 읽고 나면 이해하게 될 거예요. 어쩌면 제 경우처럼 꿈을 꿀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저를 홀려버린 홀리 기브니를 통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갈피를 잡은 것 같아요.

<아웃사이더>에서는 막 데뷔한 그룹의 멤버 같은 느낌이었다면 <피가 흐르는 곳에>라는 작품에서는 멋지게 솔로 데뷔를 했네요.

홀리와 랠프 앤더스 형사가 쫓던 그 사악한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아웃사이더, 즉 이방인이라고 불렀던 거예요. 이 책을 읽고나면 그것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지 느끼게 될 거예요. 섬뜩하고 두렵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그것.



"음...... 외부의 선이 있다고 믿으면 외부의 악도 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는데......"

"신 말이지?" 홀리가 말한다.

"네. 그럼 악마가 존재하고 구마의식이 악마를 퇴치하는 효과적인 대응책이며 진짜 악령이 있다고 믿을 수 있을텐데......"

....

"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대명사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러면 내부의 악이 남아요.

등신 같은 인간들. 자기 아이를 때려죽이는 남자, 브래디 쓰레기 하츠필드 같은 연쇄살인범, 인종 청소, 대량 학살, 9·11 테러, 오늘 사건 같은 테러리스트 공격."

...

"하지만 있잖아요, 내부의 악과 외부의 악의 핵심은 이거예요, 홀리.

내가 보기에는 차이가 없다는 거. 홀리가 보기에는 있어요?"

그녀는 그녀가 아는 모든 것과, 이 청년과 빌과 랠프 앤더슨과 겪은 모든 일을 곰곰이 생각한다.

"아니." 그녀는 말한다. "없어."    (243-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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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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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일상의 풍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개인적으로는 독서량이 꽤 늘어난 것 같아요. 책 욕심도 커진 탓에 미리 쟁여놓은 책들로 탑을 쌓았네요. 

장르를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 두루두루 읽고 있는데, 근래에는 추리, 미스터리물이 끌리더라고요. 축 늘어진 일상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책도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이름 때문에 덥석 읽게 되었어요.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제목처럼 애거서 크리스티의 생애를 통해 작품을 새롭게 읽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역사학자인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코로나 블루 내지 코로나 블랙을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이겨냈다고 하네요.

처음엔 그저 소설을 읽고 즐기는 단계였는데, 점점 역사가의 본능이 발동했나봐요.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과 자서전을 읽으면서 작가 애거서가 아닌 인간 애거서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 거예요. 

영국 역사를 전공한 사람답게 역사 속 한 인간의 삶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인생을 16개의 키워드로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

애거서는 <자서전>에서 자기 오빠를 심하다 싶을 만큼 부정적으로 묘사했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의 총애를 받던 오빠가 평생 골칫덩어리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비싼 사립학교 교육뿐만이 아니라 각종 지원을 받았던 오빠와는 달리 애거서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해요. 애거서가 학교를 가야 할 시기에 가세가 급격히 기운 탓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엄청난 독서광이었다고 하는데, 애거서 자신은 그것을 썩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고 해요. 저자는 《누명》의 잭 아가일과 《벙어리 목격자》의 찰스라는 인물이 오빠 몬티를 모델로 삼은 게 분명하며, 《엔드하우스의 비극》에서 주인공 닉 버클리가 "누가 나더러 교육받지 못했다고 말하겠어요?" (111p)라고 말하는 부분이 애거서의 항변으로 들린다고 하는데, 충분히 납득이 가는 해석이에요.

또한 추리소설 작가로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뒤에도 애거서가 "나는 여전히 작가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에 휩싸여 있다"(130p)라고 고백했다는 부분은 매우 안타까웠어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동료 작가들의 시선은 차가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거서의 작품들은 대중성에 비해 문학성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었고, 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실제로 애거서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실종되었다가 11일째 되던 날 해러게이트의 스파 호텔에서 발견되었는데, 이후 죽을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침묵했다고 해요. 과연 애거서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애거서의 자서전과 전집도 책탑에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작품보다 더 미스터리한 애거서의 진심, 정말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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