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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이론 -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유산
윤성철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내가 세상에 어떻게 비쳐질지 모른다.
나는 단지 바닷가에서 뛰어놀면서, 쉽게 볼 수 없는 매끈한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기뻐하는 작은 아이일 뿐이다. 내 앞에 놓인 거대한 진리의 바다는 발견되지 않은 채로 있는데.
I do not know how I may to the world, but to myself I seem to have been only like a boy, playing on the seashore,
and diverting myself, in now and then finding a smoother pebble or prettier shell than ordinary,
whilst the great of truth lay all undiscovered before me.
천재적인 과학자 뉴턴이 말년에 썼다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나네요.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받는 뉴턴이 이토록 겸손하게 표현할 정도니, 과학도 모르는 사람은 바닷가 근처는커녕 안개 속에 갇힌 꼴이 아닐까 싶네요.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안개를 벗어나 거대한 진리의 바다로 향하는 길... 책 속에서 찾고 있어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단 하나의 이론>을 만났네요.
만일 기존의 모든 과학 지식을 송두리째 와해시키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이 남긴 유명한 질문입니다.
파인만이 꼽은 단 하나의 지식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되어 있다"라는 원자론입니다. 이어서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입니다.
"하나의 이론에 약간의 상상과 추론을 더하면, 이 세계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 (7-8p)
이 책은 파인만의 질문에 대한 21세기 지식인들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천체물리학자 윤성철, 사회학자 노명우, 미생물학자 김응빈, 신경심리학자 김학진,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신경인류학자 박한선까지 모두 일곱 명의 지식인들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지적 유산을 전하고 있어요.
천문학적 관점에서 원자와 인간은 다르지 않아요. 우리 인간의 몸도 전 우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DNA 구성 성분인 수소, 탄소, 질소, 산소, 황, 인이 모두 빅뱅과 별이 남겨놓은 먼지들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신비로운 것 같아요. 빅뱅 이후 현재까지 138억 년 동안 물리법칙의 성질이 바뀌지 않았지만 먼 미래에도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주의 팽창은 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다고 해요. 우주가 진화하는 과정이라면 아직 미완성의 상태인 것이고, 인간의 존재 역시 그 과정 속에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인간에게 우연히 나타난 의식의 발현이야말로 우주 역사의 특이점이라고 표현했는데 매우 공감해요. 의식의 확장이 인류를 우주로 향하게 만든 원동력이니까요.
사회학자는 호모사피엔스는 혼자가 아니였다는 역사적 증거들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경계를 벗어나야 할 한계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복지 제도가 형성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인류 공동의 위협이 되면서 다시 한 번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네요.
미생물학자는 생명이란 우주의 해마이며, 우주의 메모리반도체라고 비유하고 있어요. 분자생물학에서 현존하는 유전자는 자연선택의 산물이기 때문에 과거 특정 시공간의 자연환경 정보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러니 우주와 생명에 관한 미스터리를 풀 열쇠는 이미 가까이에 있었네요.
반복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항상성의 불균형이 지속되는 상태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라고 부른대요. 오랜 기간 타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알로스테시스 기제가 신체항상성의 불균형을 악화시켜 오히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돌이켜보고 관찰하는 자기감정인식은 신체항상성 유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발달한 알로스테시스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본연의 기능이라고 해요. 매순간마다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귀 기울일 때 자연스럽게 타인과의 공감도 확장될 수 있고, 타인과의 감정소통 능력도 향상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제 마음의 주인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편견, 차별, 혐오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뛰어난 공감 능력이에요.
통계물리학자가 미래 세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지적 유산은 열역학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이라고 하네요. 물리학이 어떤 발전을 하더라도 열역학의 두 법칙을 위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외계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고 해도 열역학은 우리와 같을 거라는 얘기예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일어날 확률이 아주 큰 사건은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최근 심리학자들이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바로 좋아함과 원함의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명확하고 분명하다는 점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욕구의 충족과 이에 기초한 행복의 추구가 수월해진다는 거예요. 이것은 삶의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심리학자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문화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주체적인 자세로 오직 나에 대한 감탄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 삶이야말로 의미 있는 행복을 줄 수 있어요. 또한 인간은 공존해야 하므로 욕구의 충족은 깨끗한 방법을 통해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해요.
신경인류학자는 인간의 정신이 진화의 결과이기 때문에 진화적 접근을 통해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인간 정신에 관한 단 하나의 이론을 제시한다면 그건 존재를 위한 투쟁으로서의 마음의 진화라는 것. 많은 인류사적 비극이 인류가 스스로 과대평가하여 일어난 것이니, 나약하고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인류에게는 존재를 위한 투쟁이 진화적 트라우마이기에 심리학, 철학, 문학 등 인간 정신에 관한 통찰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