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1 와일드카드 1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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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좀비가 대세여서 잠시 외계인의 존재를 잊고 있었네요.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포에 시달리며 고립되어 있는 동안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디지털 대전환기라고 해야 할까요. 네트워크 발달로 초연결 사회가 도래한 시점이라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가 이미 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예요.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의 영역은 무한대라는 걸 깨닫게 되네요. 겨우 보이는 것만 짐작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주의 신비를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단계인 것 같아요.  

<와일드 카드>는 지구에 유출된 외계 바이러스 '와일드 카드'로부터 출발하고 있어요.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보니 바이러스의 등장이 낯설지 않은 것 같아요. 놀라운 건 제1권 <와일드 카드> 가 1987년 처음 출간되었다는 사실이에요. 그때부터 2021년까지 제29권 <조커 문>이 출간되었고 미국 NBC 유니버설 '피콕'으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해요. 굉장히 유명한 SF 슈퍼히어로 시리즈가 국내에는 처음 출간된 것이라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어요. 왜 이제서야 나왔나 싶지만,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타이밍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이 작품의 세계관은 엄청난 스케일이라서 읽는 내내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지 R.R. 마틴과 미국에 내노라 하는 SF작가 43인이 창조해낸 세계관이라는 점이 슈퍼히어로 마블 영화를 그대로 책속에 옮겨 놓은 것 같아요. 단편들이 치밀하게 짜여져 큰 그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여러 작가들의 합작이라는 사실이 전혀 의식되지 않아요.

외계의 타키스 행성에서 개발된 와일드 카드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지면서 서막을 열려요. 도대체 외계인들은 왜 이 위험한 바이러스를 우주선에 싣고 와서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는지, 그들의 속내를 드러내지만 이미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돼요.

와일드 카드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90%가 사망하고, 남은 생존자들은 돌연변이체 조커로 변하거나 초능력자 에이스로 거듭나게 되는데, 각국 정부는 돌연변이 괴물이 된 조커들은 고립시키고, 에이스들을 통제하여 이용하려고 들어요. 이거야 원, 외계 바이러스 때문에 끔찍한 계급이 생겨났네요. 새로운 방식의 차별과 혐오라고 해야겠네요. 암튼 1% 에이스의 능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퍼히어로를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하필이면 소설 속 시간적 배경이 냉전시대라는 점이 여러 가지 변수와 맞물려 혼란에 빠진 지구를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 방대한 SF 연대기가 펼쳐질 예정이라 흥분되는 마음을 누르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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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
레이먼드 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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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년>은 레이먼드 조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해요.

앗, 저자 이름이 익숙하다 싶더라니, <바보 빅터>의 공동 작가였네요.

자기계발서를 써왔던 저자가 한국 느와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삼 년 동안 매달렸다는 후기를 읽으면서 이 작품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했어요.

한창 조폭 영화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코믹한 요소를 곁들인 재미 위주의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인생 막장을 그려낸 비극이라서 늘 뒷맛이 씁쓸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느와르는 영화보다 소설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기네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형이 생각난다.  (7p)


프롤로그의 첫 문장을 곱씹게 되네요. 왠지 '마지막 소년'이라는 단어를 보면 '바람'이 떠오를 것 같아요. 하늘하늘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일 수도 있고, 부디 행복하길 바라는 바람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소년이 그토록 바라던 소박한 어른이고 싶은 바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요.

만약 주인공 '바람'이 마약중독 미혼모의 아들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요.

조직 폭력배 보스 '백기' 밑으로 들어갈 일은 없었겠죠. 아무리 바르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쳐도 진흙탕에 뒹구는 꼴이니... 주인공 바람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안타깝고도 슬펐어요.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믿었던 보스는 행방불명이 되면서 소년의 울타리는 무너지고 말아요. 각박하고 잔인한 세상에서 진실이란 가혹한 운명이 아닐까요. 비열하고 더러운 인간들 속에서 마지막 소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뻔한 전개, 정해진 결말일 줄 알았는데 소설은 소설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네요. 주인공의 독백과도 같은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어른이 된 소년을 생각했어요. 진짜 소년의 이름 대신 바람으로 기억하면서, 그래, 너와 다르지 않아...


내가 소년이었을 때, 살아갈수록 삶은 하루하루 더 고단해질 거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어른이 되면 세상은 선명하게 보이리라 기대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세상은 헤치고 헤쳐도 흩어지지 않는 안개 속이었다. 미궁이었다.

원인과 결과가 어긋나는 아싸리판. 어찌해야 하나요? 

가슴을 쥐어뜯으며 물을 때마다 신은 답한다. 소곤소곤. 

잘 안 들립니다. 소곤소곤......  ( 5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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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거리를 수놓다 - 프랑스 자수로 완성하는 유럽의 20가지 모습
샤를 앙리.엘린 페트로넬라 지음, 신용우 옮김, 아뜰리에 올라(이화영) 감수 / 이덴슬리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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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거리를 수놓다>는 독특한 책이에요.

단순히 프랑스 자수 기법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라 유럽의 예술적 감성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두 명의 젊은 예술가 덕분이에요. 파리지앵 사진작가 샤를이 스웨덴의 손자수 예술가 엘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특별한 손자수 작품이 탄생했다고 해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와 함께 프랑스 자수로 완성된 유럽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멋진 것 같아요. 

예전에 프랑스 자수 세트를 구입해 간단한 도안을 완성한 뒤로는 손을 놓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마음이 꿈틀댔어요. 

바느질이 서툰 초보자라도 일곱 가지의 기본적인 자수 스티치 기법만 알면 책속에 나오는 작품들을 완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배려가 느껴졌어요. 아직 바늘을 잡아보지 않은 사람은 손자수를 그냥 바느질로만 여길 수 있어요. 하지만 자수를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한 땀 한 땀 수놓는 과정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되며 힐링된다는 것을 알 거예요. 저자는 만약 바느질을 하는 과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가볍게 실을 끊으라고 이야기하네요. 지루하고 힘들다면 언제든지 멈추면 돼요. 

처음부터 자수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어요. 이 책은 느긋하게 감상 모드로 즐길 수 있어요. 두 명의 젊은 예술가이자 연인, 아니 부부가 여행한 곳들을 사진과 도안, 그리고 완성된 자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어요. 샤를의 말처럼 주변 풍경과 건축물을 스케치해서 수놓았더니 생생한 작품이 탄생했어요.

푸르른 잎사귀와 꽃들을 볼륨감 있게 표현한 부분이 정말 아름다워서 자꾸 바라보게 되네요. 명화를 벽에 걸어놓듯이 책속에 모든 작품들을 액자에 넣어 매일 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어요. '프로방스 카페'라는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풍경인데도 테라스 테이블과 문은 단순하게 표현하고 꽃과 풀이 돋보이게 수놓아서 특별하게 느껴져요. 원래 프랑스 자수가 멋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샤를과 엘린의 도안으로 완성된 작품은 힐링되는 느낌이 있어요.

코로나 시대에 답답한 마음을 유럽의 거리를 수놓으면서 달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 파리 브르퇴이 거리, 몽마르트, 카페 레 되 마고, 노트르담 대성당, 프로방스 거리, 프로방스 카페, 이탈리아 로마 베스파, 로마 거리, 콜로세움, 플로렌스 산타 크로체 대성당, 베네치아 거리,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 포르투갈 리스본 알파마 거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 바르셀로나 거리, 덴마크 코펜하겐 니하운, 코펜하겐 거리,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영국 런던 이층버스까지 자수 작품으로 유럽 여행을 한 기분이에요.

새삼 프랑스 자수에 반했던 그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멋진 작품 덕분에 행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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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모의 기술 - 탈모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는 최강의 발모법
이해민 지음 / 서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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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모의 기술>은 한의학적인 탈모 치료와 발모 기술에 관한 책이에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은 적이 있어서 모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머리카락이 더 이상 빠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본격적인 탈모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아니라서 샴푸, 헤어에센스 등 헤어제품에 신경쓰는 편이에요. 주변에서는 프로페시아를 복용하거나 모발이식도 많이 보편화된 것 같아요. 대부분 탈모 치료와 관련된 정보들은 현대 의학, 즉 서양의학적 관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비교함으로써 탈모의 원인과 해법을 한의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먼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근본적인 관점 차이는 치료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체를 보느냐, 아니면 인간을 보느냐. 동양의학은 인간이 가진 '기'와 '자연에너지'를 치료에 응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탈모 치료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탈모인 내부에 있는 발모인자와 탈모인자 간의 싸움으로 보고, 그 싸움의 주체로서 이기도록 돕는다고 하네요. 

약에 의존하는 치료는 탈모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동양의학의 발모 방법은 탈모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해요. 탈모인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발모를 위한 생활을 하면서 물리적으로 제조한 약을 사용하는데, 이때 물리적 약은 발모 유전자가 탈모 유전자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즉 탈모인 스스로 발모 유전자의 힘을 키워서 탈모 부위에 머리카락이 나게 하여 궁극적으로 탈모가 완쾌되는 과정인 거죠.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탈모 면적이 70% , 65세 이상인 사람들은 탈모 완쾌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다만 발모동기가 강력하면 발모기술을 적용하여 좋아질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가 개발한 한의학 기반의 발모제를 사용하여 탈모환경을 발모환경으로 바꿔주면 탈모인 스스로 발모열정이 활성화되어 퇴화된 발모력을 살려낼 수 있다는 이론이에요. 구체적인 발모 기술로는 발모제 사용법과 발모생활을 위한 가이드가 나와 있어요. 탈모 면적이 70% 이상인 탈모인들은 발모모자를 쓰고 하루 24시간 발모생활을 하도록 코치하고, 탈모 면적 20% 이하는 아예 발모캡을 쓰지 않아도 탈모 완쾌가 가능하다고 해요. 실제로 탈모 면적 70% 이상인 52세 남성 사례를 보면 완쾌 시스템으로 11개월째 발모생활과 관리를 받으면서 정수리가 발모되는 과정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탈모인의 체험 사례만큼 강력한 자극제는 없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원리를 알고 발모와 탈모 완쾌 해법을 꾸준히 실행한다면 기대해볼 만한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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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속의 우주 -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
한동훈 지음 / 호밀밭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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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매직아이 보는 줄 알았네요.

다 읽고 나서야 문양처럼 보였던 표지 디자인이 글자였다는 걸 알아챘네요.

앞표지는 문(文), 뒤표지는 자(字).

<글자 속의 우주>는 근래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신선했어요.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라는 부제답게 새로운 언어의 세상을 맛볼 수 있었어요.

이제껏 글자는 글을 쓰기 위한 도구였지, 그 자체로 주목하진 않았어요. 물론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글씨체를 필요에 따라 고르면서 나름의 미적 취향을 확인할 때는 있었죠.

이미 여러 서체를 활용하고 있다보니 서체 디자이너의 존재를 망각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누군가의 창작물이라는 걸 알지만 그 사실을 인식하는 건 다른 관점인 것 같아요.

이 책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카페 메뉴판부터 간판, 광고물, 자동차 트렁크 앰블럼, 기업 로고, 음악앨범 커버 디자인, 추억의 카세트와 오락기, 카메라, 스포츠 유니폼, 올림픽 로고 등에 담긴 서체를 주목하고 있어요. 눈 뜨고도 보지 못했던 서체의 특징들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무진장 노력했는데, 같은 반 친구의 유려한 명조체 때문에 늘 뒤로 밀렸던 기억이 나요. 세로획의 날카로운 삐침이 저랑 잘 안맞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따라 쓰려고 해도 그 삐침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져서 결국에는 제가 편한 방식대로 쓰다보니 맘대로 글씨체가 된 것 같아요. 근데 저자가 교과서체 트라우마를 이야기할 때 비로소 깨달았어요. 교과서 서체에 대한 거부감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구나. 지금도 제가 피하는 서체거든요.

인터넷 밈이 인터넷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마케팅과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트렌드가 야음정음을 탄생시켰다고 하네요. 야민정음이란 한글 형태가 가진 단순성을 최대치로 응용한 것으로, 댕댕이(멍멍이), 띵문머(명문대), 네넴냉면(비빔냉면), 판땅띵소(관광명소), 롬곡옾눞(폭풍눈물) 등의 단어들이 있어요. 야민정음은 로만 알파벳으로 번역할 수도 있어서, 최근 농심에서 너구리 라면을 해외에서 'RtA'로 부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타이틀 레터링을 뒤집은 패키지를 출시했다고 해요. 사진을 보니 뒤집은 글씨가 한글사용자인 우리에겐 한글로, 영어사용자에겐 영어로 변신하는 것 같아 신기하네요. H워월V 는 한글과 한글디자인 사이의 모순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단어로 소개하고 있는데, 저 역시 공감해요. 한글의 아름다움은 반감되고 로만 알파벳과 헷갈리는 역효과만 낸다는 점에서 많이 아쉬워요.

서체 디자이너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한글디자인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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