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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기도가 될 때 -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장요세파 수녀 지음 / 파람북 / 202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이 기도가 될 때>의 저자는 장요세파 수녀님이에요.
일본 훗카이도의 트라피스트 여자수도원에 입회하여 현재 창원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봉쇄수녀원에서 수도 중이라고 해요.
봉쇄수녀원은 세상과 단절된 수도원으로 그곳 수녀님들은 평생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묵상과 기도, 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하느님께 바친다고 하네요.
이 책은 장요세파 수녀님이 들려주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인데, 제게는 마치 편지처럼 느껴졌어요.
똑같은 대상, 그림을 주제로 하여 나누는 대화라고 해야 하나. 비록 제 목소리를 수녀님께 전할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조용히 소곤소곤 말했어요.
"그림 앞에서면 눈이 환해집니다. 침침했던 눈에서 무엇인가 걷히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그림은 제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고, 제 몸이 무거워 들어가지 못했던 신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글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가까이하는 저에게
이미지가 형상으로 표현되는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비입니다." (5p)
수녀님이 이끄는 신비의 세계는 그림이 가진 놀라운 힘을 재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언젠가부터 명화를 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됐는데, 그림 자체가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기에 소개된 그림들은 종교적인 색채를 띤 이콘(icon : 기독교에서 그리스도와 12명의 사도, 성모마리아, 성인들을 그린 그림, 성화(聖畵))뿐만이 아니라 렘브란트 반 레인, 장 프랑수아 밀레, 폴 고갱, 에드바르크 뭉크, 미켈란젤로, 요하네스 베르메르, 빈센트 반 고흐, 카라바조, 윌리엄 터너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도 다수 실려 있어요.
각 그림마다 수녀님의 묵상과도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묵상 혹은 명상이라고 느꼈어요. 일반적인 그림 해석과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폴 고갱의 <녹색 그리스도>은 녹색의 이미지가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대비를 이루고 있어요.
녹색의 예수님과 녹색의 세 여인 그리고 녹색 십자가!
그 뒤로는 길을 걷는 한 여인과 언덕 위에 풀을 뜯는 소와 양 무리가 보이고 있어요. 가장 앞에 있는 다른 한 여인은 일상의 삶에 몰두한 듯한 모습이에요. 수녀님은 "세상이 자신의 논리대로 굴러가는 듯이 보여도 푸른 생명의 녹색 십자가는 지금도 세상 한복판에 우뚝 서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네요. 또한 "단단한 아주 단단한 기쁨"에 대해 말해주고 있어요. 금방 사라지는 기쁨과는 다른 참 단단한 기쁨이란 것이 있다고, 그것은 삶의 고뇌를 담을 그늘이 있기에 더 단단하고 순결한 것이라고요.
저한테 가장 깊이 와닿은 내용이에요. 일상에 가벼운 기쁨만을 좇는 사람들에게 단단한 기쁨의 의미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요.
최종태 조각가님의 작품은 왠지 익숙한 친밀감이 느껴지는데, 그건 아마도 작품에 담긴 마음이 따스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수정마을의 십자가와 <앉아 있는 소녀>는 고요하면서도 포근해요. 수녀님의 설명처럼 텅 비어 있는 몸이 무엇이든 담아줄 것 같이 보여요.
누구나 명화를 보며 감탄하지만 내면을 울리는 감동은 스스로 대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이 건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아주 특별한 그림 이야기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