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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ㅣ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평점 :
<일주일>은 최진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여덟 번째 책이기도 하고요. 세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박정연님의 발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참 이상해요. 굉장히 짧은 이야기인 데도 불구하고 쉽게 넘기기 어려운, 뭔가 가슴에 무거운 추가 쿵 내려앉는 기분이 드네요.
십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세 편의 이야기는 불편하고 괴로운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요일>의 주인공 '나'는 특성화고를 다니는 친구예요.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같이 다녔던 친구 민주와 도우는 일요일마다 성당에서 만나곤 했어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말이죠. 서로 갈 길이 달라진 세 친구. 고3이 되어 공장으로 실습을 나가는 '나'는 더 이상 똑같은 일요일을 보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고장난 기계를 그대로 두고 퇴근한다면 어른들은 책임감 없는 요즘 애들 운운할 것이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했다. 선임의 말이었고,
언젠가, 나도 그와 같은 말을 했다.
매일 야근이 이어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기계가 고장 나서 손수 그것을 고쳐야 하는 순간에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그러니까 그것은 내게 책임을 돌리는 말. (48p)
얼마나 비겁한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저자는 이 소설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돌베개, 2019)을 읽고 썼다고 해요. 저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고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십대 아이들을 안전장비도 없이 위험한 노동 현장에 내몰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산업체 현장실습에서 사망하거나 폭행, 성추행을 당하는 등 사건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여전히 개선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한 현실이에요. 여기에서 '우리'는 특성화고를 다니는 아이들과 부모라고 생각한다는 게 진짜 불행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는 게 아니라 니들이 왜 그 끝에 서서 넘어지냐고 질책하는 것. 너무도 뻔뻔하게 무책임하고 비열하게.
<수요일>은 사라진 지형의 친구인 '나'를 통해 이기적이고 무지한 보호자를 고발하고 있어요. 지형은 '우리 엄마'라는 말 대신 '내 보호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정작 걔 엄마는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질 못하고, '우리 지형이는 그럴 애가 아니다'라고 굳게 믿고 있어요. 엄청난 착각인 거죠. 자기 자식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그런 부모의 애정은 대체로 독이 되고, 그들의 관심은 오직 제 자식에게만 맞춰져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려고 하질 않아요.
하루에 청소년 스물세 명이 자살한대요, 우리나라에서.
아줌마는 그런 얘기 들어본 적 있어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잠시 숨을 고른 후 보호자는 말했다.
얘,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이 넘어.
갑자기 튀어나온 5천만이란 말이 단단한 돌로 바뀌어 머리를 때린 것만 같았다.
어림잡아서 하루에 천 명 가까이 죽고 태어난다고 치자.
그 중 스물세 명이면 1프로도 안 되는 거야.
나는 지형의 말을 떠올렸다. 신뢰와 애정. 보호자.
그 스물세 명 중에 지형이가 있으면요?
보호자는 잠시 엄한 표정을 지었다. 어른 앞에서 쌍소리를 한 다섯 살 아이를 바라보듯. (78p)
<금요일>은 자퇴를 결심한 주인공 '나'의 이야기예요.
어른들은 뭣도 모르면서 자퇴는 불량한 아이들이나 하는 거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요. 그러나 주인공 '나'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게 된다면 아무 말도 못할 거예요. 불공평한 세상이라는 걸 좁은 학교 안에서 제대로 알려주는 나쁜 어른들 때문에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요. 사실 많이 놀란 부분은 '나'의 자퇴 결정이 아니라 어린 동생 이지가 보여준 말과 행동이에요. 아이도 알고 있는 상식, 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마지막으로 박정연님의 발문을 읽으면서 "쫓기는 삶이 안정될 때까지, 가끔은 도망치면서 살길. 이 결심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기로 했다."라는 문장이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주네요. 선우정아님의 노래 <도망가자>의 가사처럼, "있을게 이렇게 너랑 ♪ 손 내밀면 내가 잡을게~"라고 말하고 싶어요. 괄호 안과 밖으로 나누지 말고, 그냥 서로에게 손 내밀어 꽉 붙잡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