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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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치 없는 언어들>은 섬세한 당신을 위한 책이에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하잖아요. 살면서 꽤 많은 돌들이 가슴에 큰 멍을 남겼을 것이고, 그 상처와 아픔을 온전히 혼자 감내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조금이나마 속풀이를 해줄 거예요. 요즘은 점점 바뀌고 있지만 예전에는 내향적인 성격을 나쁜 것으로 치부했던 적이 있었어요. 성격은 타고난 것인데, 모든 사람을 외향적으로 만들려는 속셈은 뭘까요. 아마도 조직 혹은 집단에서 예측하기 수월한 개인을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암튼 저자는 내향적 성격으로 태어나,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살았던 탓에 사람의 심리와 언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아요. 본인 소개글에서 마지막 줄이 인상적이에요. "눈치가 빠른 편이다."

눈치가 빠른 것과 행동 반응이 빠른 것은 별개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소개글에서 짐작했고,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토록 예민하고 섬세한 저자이기에 언어 감수성이 높을 수 있었겠지요. 참 눈치 없이 떠드는 타인의 말들, 이제는 그 말들을 조목조목 분석하여 얼마나 쓸데없는 X소리였는지를 파악할 차례예요.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는 말처럼 새빨간 거짓말에 속지 말아야 하니까요. 저자는 그런 말들을 '참 눈치 없는 언어들'이라고 명명했네요.


02 괜찮겠어?

"괜찮겠어?"

나는 이 말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분이나 상태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

그리하여 나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말을 들을 때면 왜인지 참 소 ㄹ직하지 못한 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마셜 로젠버그가 주창한 '비폭력 대화법'의 핵심은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며 발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는 감춘 채 상대방을 살펴 주는 척하는 대화는 진정한 배려가 아니다.

진정한 배려는 미안함이든 감사함이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22-25p)


04 사과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는 말이 참 싫다. '사과'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고 나온다.

이 뜻만 보면 사과라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처럼 보이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점은 '사과'라는 말 뒤에 '한다'라는 말이 붙는 것이다. 

요즘 들어 '사과한다'라는 말은 '더 이상 추궁하지 마'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 '사과'라는 말에는 '한다'가 아니라 '받아 주길 바란다'라는 말이 뒤따라야 한다. "제 사과를 받아주길 바랍니다."처럼 말이다.

'사과'는 내가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받아 주었을 때 비로소 사과가 완성된다. 사과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다.  (33-35p)



주입식 교육, 권위적인 조직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건 인간 관계였고, 타인의 말들이었기에 스스로 더욱 단단해지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웬만한 공격에 쓰러지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나이들어서 약해지는 면도 생긴 것 같아요. 어쩌면 인생은 끝나지 않은 과제처럼 매일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책 속에는 참 눈치 없는 말들뿐만이 아니라 눈치 없이 가치를 몰랐던 말들이 나와 있어요. 사람마다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눈치껏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눈치 게임인 거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마음을 열고 진심어린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괜히 혼자 삐치지 말고 툭 터넣고 말하기, 이건 진실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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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 좀비 섬의 생존자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
맥스 브룩스 지음, 윤여림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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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공식 판타지 소설 시리즈가 나왔어요.  

워낙 인기 게임이라서 소설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역시나 독특한 마인크래프트 세계관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

<마인크래프트 : 좀비 섬의 생존자>는 시리즈 중 여덟 번째 작품이에요.

주인공 소년은 무인도에서 무작정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고, 정신을 차렸을 때엔 새로운 세계였어요.

추워, 춥다는 생각이 든 순간 모든 게 바뀌었어요. 여긴 도대체 어디일까요.

소년을 반기는 건 끔찍한 좀비, 해골, 무시무시한 거미들... 그리고 추위.

안타깝게도 소년은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로 미지의 세계를 헤매고 있어요.

와, 다행인 건 오두막을 찾았다는 거예요. 무서운 늑대를 피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 소년은 그곳에서 가죽 옷을 입은 소녀를 만났어요.

소녀 역시 이 세계 사람이 아닌 이방인이었고,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어요. 소녀는 소년에게 남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 '가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소년은 소녀에게 여름이라는 뜻의 '서머'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그리하여 가이와 서머의 모험이 시작됐어요. 첫 장면이 꽤 인상적인 건 두 사람의 반응이 굉장히 달랐다는 거예요. 소년은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친구라고 여기지만 소녀는 냉정하게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 불과 몇 분 전에 만났는걸."이라고 선을 긋고 있어요.

낯설고 새로운 세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과연 협동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처음엔 서머가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서 가이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반대였어요. 가이는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은 서머에게 전부 이야기했고, 서머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아" 하면서 호응해줬어요. 하지만 가이가 섬을 떠난 이유를 이야기하자 서머의 농담이나 호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왜 그럴까요.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 세상에 대한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 떠났고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

내가 원래 살던......, 아니 우리가 살던 곳으로 말이야. 안 그래?"  (101p)


우와, 이럴 수가!

어린 소년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마인크래프트 세상인데, 묘하게도 현실남녀의 모습을 보는 듯 했어요.

꿈을 좇는 남자와 현실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여자.

물론 이 소설은 마인크래프트의 열렬한 팬층인 어린이들 시점을 고려해서 '친구와의 규칙'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재미있는 건 가이가 서머의 반응을 표정으로는 알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블록 신체라서 얼굴 표정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에요. 다만 가이는 서머와 함께 생활하면서 소리내어 하는 말 말고도 미소, 찡그림, 눈썹 치켜뜨기 같은 표정들이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고, 현재 자신이 처한 블록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게 됐어요. 또한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전 세계와 블록 세계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건 바로 어떤 세계든지 끊임없이 변화해 나간다는 거예요. 그때마다 가이는 새롭게 배웠고 변화를 통해 적응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던 거예요. 


"세상이 변하면 우리도 함께 변해야 한다."  (175p)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 세상, 두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협동과 공존을 위한 배려 그리고 우정까지 철학적인 내용들이 스며들어 있어서 놀라웠어요. 마지막으로 가이와 서머가 함께 마인크래프트 세상에서 얻은 교훈이 정리된 부분은 친구들끼리 규칙으로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요. 0번부터 20번까지 나와 있는데, 두 가지만 소개할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서도 친구와 우정은 강력한 아이템이라는 걸 꼭 기억하라는 깊은 뜻이겠지요.


0. 친구는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준다.  

1. 우정은 쌓아 가는 것이다.    

      (3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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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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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교수님의 전작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를 작년 3월에 읽었어요. 머리를 강타하듯 강렬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책에서는 한국 교육의 민낯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강연 내용을 담아낸 책이에요.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한겨레>에 쓴 칼럼을 모은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이 칼럼집을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7년의 기간 동안 한국 사회를 탐험한 기록들이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근간이 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려면 용기가 필요해요. 눈 뜨고도 보지 못했던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분노와 환멸이 밀려오면서 희망은 사라진 듯이 보일 테니까요. 저자는 함부로 쉬이 희망을 말해서도 안 되지만 결코 절망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는 다함께 환멸의 시대를 지나야 하기에, 어쩌면 이 책은 우리가 맞아야 할 백신이 아닐까 싶어요. 

책 제목에 '절망'이라는 부정적 단어가 사용된 것은 칼럼을 쓴 시기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납득할 수 있을 거예요.

2014년 '윤 일병 사건'을 보면 잔혹한 폭력을 가한 이 병장뿐 아니라 방조하거나 동조했던 동료 병사들의 태도가 더욱 끔찍해요. 이들이 윤 일병에게 보인 방관의 태도가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에게 보인 태도와 다르지 않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예외가 아닌 보편이었기에 비극은 예정된 결과였어요. 문제의 본질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감수성을 잃어버린 채 방관자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에요. 시민들이 주권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한다면 민주공화국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듯이, 일상의 폭력 앞에 방관한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2016년 11월 26일은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쓴 날이에요. 저자는 200만 촛불의 명령은 '정권 교체'가 아니라 '체제 교체'이며, 네 개의 구체제를 변혁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정치 영역의 '수구-보수 과두 지배체제', 경제 영역의 '재벌 독재 체제', 사회 영역의 '권위주의 체제',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체제'라는 네 개의 체제가 우리나라를 '헬조선','절망사회'로 만든 주범이라는 거예요. 이제는 광장 민주주의의 저력을 삶의 현장으로 옮겨 현장 민주주의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어요.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얼마나 민주주의자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해요.

2018년은 미투(Me Too)운동이 거세게 불었던 시기로 왜곡된 성문화와 이중적 성도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비단 성교육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전반의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어요. 저자는 독일 교육의 사례를 통해 학교가 지식 전달만이 아니라 인간적 품성을 기르는 곳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독일에서는 지식 교육 못지않게 성교육, 정치교육, 생태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해요. 성교육은 강한 자아를 길러주는 인성 교육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중시된다고 해요. 정치 교육은 타인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과 사회적 정의를 길러주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생태 교육은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지혜와 미래의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준다고 해요. 만약 한국 교육이 하루라도 빨리 교육혁명을 이뤘다면 그동안 수없이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들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2018년 양승태 사법농단은 왜 사법개혁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허위·조작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언론사의 행태는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검찰의 악의적 기소권 남용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대의민주주의 실천을 위해서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2020년 4월 15일 총선에서는 현명한 유권자라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그 기준을 알려주고 있어요. 시기상으로는 다 과거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에겐 다가올 대선과도 직결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언제부턴가 독일의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구가 자꾸 귓가에 맴돈다.

"이 시대에 희망을 말하는 자는 사기꾼이다. 그러나 절망을 설교하는 자는 개자식이다."

그래, 환멸 속에서도 한 걸음 나가야 한다.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2020. 4.13)  (253p)


올해는 여전히 어려운 코로나 시국인데도 반가운 뉴스가 있었어요.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선진국이 되었어요.

10월 현재, 국제통화기금 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 전망을 지난 7월에 비해 0.1%p 낮춰 5.9% 로 전망하면서도 우리나라는 그대로 4.3% 를 적용해 코로나 이전 경제 규모로 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어요. 국가의 위상은 올라갔고, 국가 경제성장률도 높아졌어요. 이제 남은 건 우리가 선진국 국민으로서, 민주 시민이 되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스스로 성숙한 시민이 되는 길뿐. 희망도 행복처럼 명사가 아닌 동사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해야 얻을 수 있는 것, 그러니 우리에겐 희망을 실천할 의무가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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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 김누리 교수의 한국 사회 탐험기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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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김누리 교수의 혜안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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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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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명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뒤얽힌 세계사를 다룬 책이에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돈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각 시대별 그림과 함께 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네요.

왠지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돈의 역사를 배우는 느낌이랄까.

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프란치젝 스물글레이비츠의 1785년 작품 <다리우스를 알현하는 스키타이인들>을 보면, 화려한 황금빛 옷을 입고 있는 다리우스 왕 앞에 무릎을 굽히고 뭔가를 바치는 병사가 있어요. 다리우스 1세는 페르시아의 전성기를 이끈 왕이며, 막대한 금과 은을 이용해 화폐를 주조했다고 해요. 인류 최초의 화폐는 리디아 금화인데, 리디아 멸망 후에는 그 화폐 기술이 페르시아 제국의 발전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전파되었어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제국 페르시아, 그 페르시아 최고의 전성기를 연 인물이 바로 다리우스 1세라고 해요. 하지만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의 신화에 가려져 인류 역사에서 외면받게 된 거예요. 돈은 권력이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던가요.

로마는 화폐 시스템을 운영하는 최초의 제국이었고, 정부 관리와 병사의 월급도 화폐로 지급했는데, 데나리우스는 로마에서 400년간 사용한 화폐(은화)였어요. 원래 데나리우스는 순은으로 주조되었는데, 네로 황제가 화폐 개혁을 통해 은화의 순도를 떨어뜨렸고, 이에 성난 민심이 네로를 황제 자리에서 쫓아냈고 이후 동로마와 서로마로 분열되면서 몰락했고 중세 암흑시대가 시작되었어요. 흑사병으로 초토화된 유럽 경제는 유럽 각지에서 채광된 은화를 중심으로 화폐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게 됐어요.

은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던 대항해 시대의 패권은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차지했는데, 영국과 네덜란드가 해상 패권을 놓고 전쟁을 벌였고, 승리한 영국은 해상 패권을 장악하고 기축통화를 은에서 금으로 바꾸는 금본위제를 채택했어요.

책 속 그림들 가운데 명화가 아닌 동화책 삽화가 실려 있어서 의외였어요. <오즈의 마법사> 삽화(1900년)로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가 그렸어요. 미국의 동화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라는 책을 재미있는 동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야기 속에 숨겨진 비밀이 있었네요. 주인공 도로시는 전형적인 미국인을 상징하며 오즈 Oz 는 금의 단위 온스 Ounce 의 약자라는 것. 도로시가 여행한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도로시의 소원을 이루어준 은 구두는 은본위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은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래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금본위제와 은본위제를 둘러싼 정치 투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니 놀라웠어요.

그렇다면 달러는 어떻게 기축통화가 되었을까요.

대공황 발발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영국의 금본위제, 즉 금 기축통화 시대의 종식으로 이어졌고, 자본주의의 몰락은 새로운 사상인 공산주의와 파시즘 국가의 부상이라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어요. 이렇게 성장한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승리한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를 요구하면서 미국 중심의 금융 질서가 시작된 거예요.

인류 역사에서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고, 자본주의를 꽃피우며, 종교와 정치를 넘어 사회 전반을 움직이는 권력이 되는지 그 과정이 보이네요. 그림 덕분에 세계사 속 돈의 역사를 좀더 입체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각 파트마다 나오는 '역사잡학사전'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라서 신기했어요. 마지막 그림은 북유럽 르네상스 대표화가인 피터 브뤼헐의 <바벨탑> (1563년)인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네요. 이것이 돈의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이 아닐까 싶어요.


"역사는 말합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쌓아올린 부의 성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역사는 반복되기에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야 합니다."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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