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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마음 - 신부와 상담사가 보여 주고 들려주는 마음 이야기
이서원 지음, 김우중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편안하고 좋은 인연이 있어요.
그걸 보면 마음은 꼭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알다가도 모를 그 마음 때문에 우리의 삶은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보이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는 책이에요.
이 책은 수도자가 되기 전 사진작가였던 신부님과 작가가 되기 전 상담자였던 저자가 카메라와 펜으로 만나 기록한 마음 이야기라고 해요.
책 속 사진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어린아이가 웃는 모습이에요. 눈은 꼬옥 감겨 있고 입은 활짝 웃는 아이의 얼굴로 꽉 찬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깔깔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해요. 심각한 상황에서 불쑥 웃음이 터져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웃음이 전염되어서 상황이 호전될 때도 있어요. 제 경우는 어릴 때 웃음소리가 이상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로는 웃는 게 참 신경이 쓰였어요. 어른이 되고나서 무심코 깔깔대다가 혹시 웃음소리가 어떠냐고 주변에 물었더니 도리어 "뭐가?"라고 되묻더라고요.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혼자만 그 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몹시 억울해서 이후로는 목젖이 보일 정도로 실컷 웃고 있어요. 물론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건 해맑은 웃음이더라고요.
"내가 말이야, 음악을 국내에서도 배우고 외국에서도 배웠잖아. 가르치는 선생들 실력은 진짜 비슷해.
어떻게 보면 우리가 나을 수도 있어. 근데 딱 하나, 말하는 게 달라. 내가 연주를 하잖아.
그럼 우리는 꼭 이런다. 그 부분 아니야!
거의 예외가 없더라니까. '그건 아니야!'하고 지적을 한다.
외국 교수들은 안 그래. 연주를 다 듣고 '아, 그 부분이 참 좋다!' 이런다니까.
그다음에 덧붙이는 거야.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연주하면 훨씬 더 좋을 거 같아!'
야, 너 같으면 어떤 말을 듣고 더 연주를 잘하고 싶겠냐.
그치? 외국이지? 진짜 그렇더라니까. 지적하면 쫄아! 그러니까 왠지 내가 못하는 것 같고,
다시 하려면 움찔하는 거야. 근데 칭찬을 듣잖아, 그럼 내가 잘하는 것 같아.
다시 하려면 막 힘이 난다. 그게 차이더라고. 그래서 외국 가는 거더라고."
저녁을 먹으러 간 동네 횟집에서 옆자리 음악인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말에는 마음의 빚이 되어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말이 있고, 빛이 되어 오래도록 빛나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아니다라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두고두고 빚이 되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건 잘했다는 말은 듣는 사람에게 오래도록 빛이 되어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 빚이 되는 말을 빛이 나는 말로 바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틀린 부분을 찾겠다는 마음을, 잘한 부분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35-37p)
어릴 적 기억인데도 지적 한 마디가 마음의 빚으로 남았던 제 경우처럼 반대로 제가 누군가에게 그런 빚이 되는 말을 하지 않았나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어느 유치원 원장님이 이십 년 넘게 일하면서 아이들과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말하더래요.
"쉬워요. 저는 아이들을 이기려고 하지 않았어요." (17p)
원장님은 아이를 이기려 하지 않고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며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에 아이들도 원장님과 다툴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거예요.
저자는 불행이란 세상의 모든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려고 할 때 시작되는 게 아니냐고 묻고 있어요.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사이, 사회적인 여러 관계 속에서 틀어지는 순간은 서로 나 잘났다고 겨룰 때였어요. 이기려고 하지 않는 마음이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서로 존중하면 사이는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면 말도 빛이 되는 말로 바꿀 수 있어요.
솔직히 마음 한 구석에는 남을 탓하는 면이 약간 있었는데 <보이는 마음>으로 마음 공부를 해보니 내 마음 먹기 나름이구나 싶었어요. 현재의 자신을 부정적인 틀에 가두지 말고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점점 괜찮은 나, 꽤 멋진 나를 만드는 방법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