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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오는 방법 - 세계 9개 도시로 떠난 Art Tour 에세이
박경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0월
평점 :
<천사가 오는 방법>은 박경화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2018년 여름에 떠난 아트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세계 아홉 개 도시에서 벌였던 퍼포먼스 아트 이벤트와 국제 행사 참여를 기록했던 내용들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어요.
퍼포먼스 아트가 무엇인지 몰랐던 제게는 예술에 관한 가이드북이자 '아트 투어'라는 예술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이곳 갈라티나 예술 행사를 시작으로
유럽 일곱 도시와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각각 예술 이벤트를 열고 작품들을 발표할 계획이야.
약 두 달간의 계획을 세우고 떠나왔어요."
"한마디로 예술 전쟁이야.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될."
... 삶과 예술을 하나의 전쟁으로 비유하곤 하는 아티의 말이 나는 익숙했다.
마음속으로 날을 갈고 있어야만 했다. 모든 예술 작품은 매혹을 요구하는 것이고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신성하게 건드려야만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예술은 죽은 토끼와 같다... 아티의 버릇 같은 말이었다.
작품 발표를 앞둔 며칠 전부터 심장과 영혼이 긴장으로 떨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그것이었다.
'신성한 두려움'과 '예술가로서 의무'. (14p)
이탈리아 갈라티나에서 저자와 아티는 '논리 연금술' #1,#2,#3 라는 작품을 공동 발표했고 관객과 오거나이저, 큐레이터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고 해요.
책 속 사진을 보면 조금 기괴하고 무서운 느낌인데, 팔짱을 낀 채 무심히 바라보던 관객들이 박수를 쳤다니 제대로 매혹했나봐요.
체코 프라하에서는 불현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여인 같은 도시라서 위로할 길 없다는 생각이 스쳤고, '이 도시는 침묵과 휴식이 필요해. 도시도 식물처럼 물을 주고 햇볕과 애정을 주어야만 해.'라고 돌연 혼잣말을 했대요. 고풍스러운 건축물 사이를 둘러보면 지금은 아니라고 결정했대요. 도시를 하나의 인격으로 마주한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아트 투어 일정이 취소될 뻔 했대요. 현지 큐레이터를 맡아 줄 캔디 초이와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한 탓이에요. 암스테르담 한 카페를 빌려 퍼포먼스 아트 이벤트가 열렸고, 아티의 작품 '캔디 걸'과 '랭귀지 플라워'에 이어 기타를 연주하는 네덜란드 아티스트, 그리고 저자의 작품 '어항'이 발표되었고, 타시의 퍼포먼스가 마지막을 장식했어요. 아티의 작품 '캔디 걸'에서 흘렀던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이 관객들을 홀렸는지, 다음날 캔디의 약혼자인 캐스퍼는 종일 에디트 피아프의 음악을 실내에 틀어 놓았대요. 빠담 빠담 빠담. 라 비 앙 로즈. 아뇨, 난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91p) 왠지 암스테르담 투어를 포기하려고 했던 아티에게 강력히 취소를 반대했던 저자의 목소리와 겹쳐지네요. '캔디 걸' 작품에 대한 사진 몇 장과 설명을 보면서 감탄했어요. 붉은 줄의 한가운데에 '욕망 Desire'라고 쓰인 종이를 매달아서 아티와 두 소녀가 붉은 줄을 계속 밀고 당기는 씨름을 하는 거예요. '욕망'이 공중에서 흔들대며 춤을 추고, 마지막에 아티가 소녀들의 입속에서 캔디의 껍질을 벗겨 다시 입속에 넣어주면 끝이 나는 거예요. 굉장히 원초적인 욕망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역시 아티의 작품은 성공적이었어요. 저자의 '어항'이라는 작품은 훌륭하지만 차마 관람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슬프고 처절한 운명이여...
아티와 저자, 두 아티스트는 완전히 다른 성향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둘이 함께 아트 투어를 할 수 있는 건 예술의 힘인 것 같아요. 서먹했던 캔디와 아티가 퍼포먼스 아트 이후에 분위기가 풀린 것도 다 예술 덕분이겠죠. 저자는 각 도시마다 아트 이벤트를 도와준 친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그들과의 만남이 예술만큼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퍼포먼스 아트는 관객에게 직접 전해주는 강렬한 감동인 것 같아요. 그 공간 안에서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요. 관객을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매력이 퍼포먼스 아트가 아닌가 싶어요. 세상에 이토록 놀라운 아트 투어가 있었다니, 이 책을 통해 그 감동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술을 통해 만난 우리는 가족과 매한가지야.
우리들은 예술로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진정한 예술 전사들임을 잊지 말아야 해." (184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