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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어요.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르면 평온함을 느껴서, 산의 정상을 정복하고 싶어서, 자연의 위대함 앞에 우리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해서 등등
그런데 아레 칼뵈는 궁금했어요. 그들이 좋아하는 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왜 나한테 그런 얘길 하는 거지?
휴가 기간에 산을 오른다는 건 아레 칼뵈가 볼 때는 최악의 행위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요. 짐 싸는 일과 짐을 옮기는 일.
더군다나 눈보라 치는 산길을 걸어 이 산장에서 저 산장까지 가는 일은 분명 땀이 흐를 것이고 기분은 나빠질 텐데, 그 산장에서 보내는 휴가가 좋다니 이해할 수 없는 거죠.
주변 지인들 중에서 페이스북에 산 사진을 올리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사진으로 미루어봤을 때 그들은 정말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더더욱 이상한 거예요. 왜 나만 다르지? 다른 사람들은 자연에 매력을 느끼는데 나는 뭐가 잘못된 거지?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아레 칼뵈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평소 질색하던 등산을 결심했고, 그 과정을 기록했어요.
등산을 위해 필요한 옷과 장비들을 구입하는 것부터 노르웨이 관광협회 회원 등록하기, 일정과 예산 정하기, 그리고 함께 갈 사람을 찾아야 했어요. 등산 경험이 꽤 많으면서 유머 코드가 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인데 마침 그녀가 같은 집에 살고 있으니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어요. 정확하게는 자신의 등산 도전기를 기록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직접 경험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나만의 의견이 생긴다는 의미니까요.
물론 저자의 등산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에요. 예상했던 대로 온몸은 젖어 있고, 배는 고프고, 짜증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어찌됐든 적응해야 했으니까요. 산장에서 와인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순간은 즐거웠으나 잠자리는 불편했어요. 이랬다 저랬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짜증과 긍정을 오갔는데 저녁 시간에 산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경쟁하듯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 산행은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했어요. 거짓말쟁이들... 어쩌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등산가들의 허세는 긴 역사를 지녔다고 하네요. 노르웨이 사람이라면 안전한 등산을 위한 아홉 가지 규칙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이 규칙은 2016년에 개정되었대요. "등산 경험자의 조언을 들어라"는 개정된 규칙에서 삭제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멀지 않다", "쉽다", "위험하지 않다", "아무 문제 없다"라는 말도 안되는 조언이기 때문이에요.
등산을 하려면 저자와 같은 무경험자의 조언을 들을 것.
"만약 베세겐 능선에 오를 예정이라면, 산행의 절반만 흥미롭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머지 반은 자갈로 가득한 완만한 내리막길을 끝없이 걷는 것으로 채워질 테니 말이다.
거짓이나 부정행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산을 '정복'한다는 등의 허세 가득한 말은 절대 하지 말라. 그것은 너무나 멍청하고 우스꽝스럽게 들릴 뿐이다." (228p)
자연 속에서 걷는 행위에 반발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저자와 기록 담당자는 기가 막혔어요. 이건 마치 영화 <트루먼 쇼>와 <사랑의 블랙홀>을 섞어놓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어요. 제가 보기엔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의 상황이 떠올랐어요. 인터넷에 산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모두 등산가들인데, 등산가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들이었어요. 그나마 확실히 얻은 것도 있어요. 아레 칼뵈가 걷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산행이 아니라 산책.
자, 이제 좀 솔직해지면 어떨까요? 아레 칼뵈가 되묻고 있네요.
북유럽권에 사는 사람들은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산을 걷는 일을 전통적이고 실질적인 노르딕 문화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역사적 무지함과 국수주의적 성향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진실을 말하자면, 이러한 행위는 고상한 척하는 몇몇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며, 그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러한 산 타기 전통은 영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 '지루함' 또는 '권태'라는 단어가 사전에 등재된 것도, 부유한 영국인들이 노르웨이까지 와서 등정을 하던 바로 그 시기였다. (61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