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의 지혜 - 뇌과학으로 풀어낸 속담의 숨은 뜻
김재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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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의 지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색다른 뇌과학적 실험 보고서이자 인생 지혜서라고 할 수 있어요.

뇌과학 분야는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속담은 뜬금없는 등장이라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속담을 뒤집어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을 뇌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이미 알고 있는 속담의 뜻을 반복하자는 게 아니라 숨겨진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마디로 역발상의 지혜인 거죠. 

저자는 28개의 주제를 속담의 숨은 의미와 뇌과학 실험의 결과로 연결하여 설명해주고 있어요. 딱딱할 수도 있는 심리학, 뇌과학 지식이 속담을 만나는 순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바뀌는 것 같아요. 앗, 이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뭔가 머릿속에서 번쩍 불꽃이 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하나씩 알아가고 생각하는 과정이 즐거워지고 고 속담의 숨은 뜻이 인생에 보탬이 되는 지혜로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꼼꼼하게 각 주제마다 소개된 뇌과학 실험의 인용 번호와 참고문헌 리스트까지 나와 있어서, 좀 더 학문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실제 논문을 찾아볼 수 있어요.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단순하게 해석하지 않고 역발상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뇌훈련처럼 느껴졌어요. 뻔한 생각들은 굳이 뇌를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기존과 다르게 접근하는 사고방식은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 같아요.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호기심이었는데 바로 그 호기심을 자극하고 충족하는 과정이 뇌과학에 관한 지식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지혜까지 알려주니 더할 나위 없네요. 우리 뇌에는 몸은 늙어도 마음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이 있어요. 뇌의 신경가소성은 공감훈련이나 연민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그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해요. 결국 우리 마음의 기초가 되는 인지와 정서는 모두 신경회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노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어요. 이 책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른점은 뇌과학을 통해 발견한 지혜라는 점인 것 같아요. 


♣ 기본심리욕구 - 백지장은 혼자도 들 수 있다 (25p)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런 속담은 사회성이 부족해 협력을 모르는 독불장군이 문제시되어왔음을 반증하고 있어요.

... 뇌과학적 관점에서 사회성이 부족한 독불장군은 성장 과정에서 공감의 신경회로(앞쪽 대상피질, 섬엽)과 마음 이해의 신경회로(안쪽 전두피질, 측두-두정 접합부, 위쪽 측두고랑 등)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경우라 할 수 있어요. 

인간에게는 삶의 만족도를 충족하기 위한 세 가지 기본 심리욕구가 있어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셋 중의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되지 않으면 삶의 만족도가 떨어져요.

여기서 뒤집기 발상이 필요해요. 백지장도 혼자 들지 못하는 건 자율성 부족과 의존성향이며, 과잉통제의 결과라는 거죠. 실제로 부모의 과잉통제가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자녀의 불안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양육을 해야 해요.

☞ 지혜의 발견 02

협력도 잘하지만 백지장 정도는 혼자 들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강화하여 사회성을 높이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지혜이리라. 

*** 주석 : Neuroscience Letters /  Journal of Anxiety Disorders  (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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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 탄생 -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브랜드
세상의모든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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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의 탄생>은 세계적인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우리 일상에서 브랜드가 그 제품 전체를 일컫는 보통명사로 불리는 것들이 꽤 많은데, 이 책에서는 최초로 시작되어 최고로 자리잡아 오랜 세월 사랑받는 브랜드 28가지를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어요. 실제 제품을 광고하듯이 각 브랜드마다 멋진 일러스트가 곁들여져서 앤디 워홀의 팝 아트를 보듯 감상했네요. 책의 구성이 세련되고 강렬해서 오리지널 브랜드의 역사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눈에 확 띄는 구성뿐 아니라 내용도 재미있어서 술술 읽었는데, 역시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이 남달랐네요.

저자는 프리랜서 방송국 PD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유튜브 채널 '세상의모든지식' 채널을 개설했고, '지식'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하여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해왔는데, '브랜드 백과사전' 시리즈가 구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내용이라서 이렇듯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해요.

식탁 위의 오리지널 브랜드로는 타바스코, 코카콜라, 허쉬, 켈로그, 조지 워싱터 커피, 하리보, 스팸, 환타, 맥도날드, 페레로가 있고, 생활 속의 오리지널 브랜드로는 질레트, 3M, 샤프, 크리넥스, 지포, 레고, 모노폴리, 폴라로이드, 아디다스, 그리고 역사를 바꾼 오리지널 브랜드로는 아메리칸 엑스프레스, 바세린, 아스피린, 활명수, 포드, 롤스로이스, 유한양행, 페니실린, 폭스바겐이 나와 있어요.

이미 친근한 브랜드라서 뭘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제품으로서 탄생할 수 있었던 숨은 이야기들을 알고 나니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이건 마치 브랜드의 재발견이랄까. 독보적인 브랜드의 위상이 저절로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네요. 대표적으로 3M 노란 포스트잇은 쓸모없는 물건이 초대박 상품으로 뒤바뀐 경우라서, 미운 오리 새끼의 눈부신 발전을 보는 듯 해요. 모두가 외면했던 스펜서의 약한 접착제를 아서 프라이라는 사람이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세상에 포스트잇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참고로 포스트잇의 상징이 노란색이 된 건 우연의 결과였더라고요. 아서 프라이가 개발할 당시에 갖고 있던 종이가 노란색 종이뿐이었대요.

평소에 가장 많이 쓰는 화장지, 그 대표 브랜드인 크리넥스는 자그마치 1924년생이에요. 원래는 전쟁 중 다친 병사들을 위해 개발된 의료용품이었는데 미국 기업인 킴벌리-클라크가 일회용 손수건의 개념으로 제품을 개발하여 '크리넥스 손수건'이 출시되었대요. 이후 고객들의 사용 후기에서 코를 풀기 위해 사용할 때가 더 많다는 걸 확인하고, 좀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 끝에 1928년 한 장씩 뽑아 쓰는 크리넥스 티슈 상자를 출시했대요. 크리넥스 티슈 덕분에 코 푼 손수건을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으니 정말 고마운 제품인 것 같아요. 방역과 위생이 중요한 시기에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 되었네요.

오리지널 브랜드들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역사를 알고 나니 브랜드의 가치는 그 진정성에 있는 달려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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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 - ‘우리나라 좋은동화’ 선정 젊은작가 동화선집 우리나라 좋은동화
정재은 외 지음, 빨간제라늄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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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화란 무엇일까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알 수는 있어요. 바로 이 책을 읽으면 되니까요.

<2022 봄 우리나라 좋은동화>는 파랑새에서 출간된 '우리나라 좋은동화' 동화집이에요.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아홉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어요. 각각의 동화마다 깊이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담고 있어요.

정재은 작가님의「분실물을 찾아 드려요」는 우주를 배경으로 분실물을 수거하는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다룬 SF동화인데 남들과는 좀 다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엄마는 나를 어디선가 주웠다고 말했는데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지금 엄마는 어디에서 나를 잃어버리든 꼭 찾아오니 말이에요. 속으로 설마, 약간의 걱정은 있었는데 그 불안감을 싹 날려주는 결말을 보면서 흐뭇했어요.

이숙현 작가님의「열한 번째 생일 선물」은 이야기뿐 아니라 책 속 그림이 압권이었어요.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은 주인공에게 선물만큼이나 선물을 준 사람이 정말 특별했어요. 누군가에는 색다른 결말로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 이야기였어요. 유하정 작가님의「아주 조금의 바다」는 가장 소름돋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만의 상상처럼 표현했던 그 모든 것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에 대한 은유였다는 것이 놀라웠고, 아직 어리지만 내면에는 곧고 강인한 힘을 지닌 주인공에게 감동받았어요. 반면 늑대 탈을 쓴 나쁜 어른들을 혼내주고 싶었어요. 김우주 작가님의「빛나를 소개합니다」는 마음이 아팠어요. 어린 아이가 자기 동생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걱정을 대신 하며 고민하는 장면들이 안쓰럽고 속상했어요. 눈치보지 않고 당당하게, 활짝 웃으며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잘못된 편견과 차별이 사라져야겠지요.

박용숙 작가님의「얼음 아이」는 신화나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 같아요. 주인공 얼음 아이의 모험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만약 누구든지 얼음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그 손을 따스하게 잡아줄 거라고 믿어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손은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손이니까요. 부디 서로의 손을 잡아주세요.

정재은 작가님의「징검다리 왕국」은 해가 저물 때까지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노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어울려 놀지 못하는 현실의 답답함을 동화가 대신 풀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퐁 작가님의「호윤이와 뱀냥이」는 코로나 팬데믹의 현실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박효명 작가님의「애완 요괴」는 신기한 애완 요괴를 통해 아이 내면의 성장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예요. 우리도 한때는 아이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주네요. 김경은 작가님의「할머니와 냉장고」는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점도 독특하지만 그 내용도 죽음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밝고 재미있게 그려내서 좋았어요. 사실 아이들에게는 쉽게 꺼내기 힘든 주제들인데 동화를 읽다보면 저절로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고,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아홉 편의 이야기 덕분에 마음을 넓히고 생각을 키우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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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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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은 장혜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작가님의 인터뷰를 보니 소설의 주인공 태주와 다요를 통해 욕망과 현실의 괴리, 의지와 도덕의 굴절에서 오는 심리적 상실감 등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목이 가진 의미가 이야기 속에서 그대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알 것 같지만 뭔가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뭐랄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신기한 건 90년대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거예요. 

문학박사이자 대학 강사인 한태주와 연예인 뺨 칠 정도로 아름다운 대학원생 서다요라는 인물이 서로 첫눈에 반한다는 설정부터가 굉장히 드라마 같았어요. 배경적인 요소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지만 등장인물의 외모, 성격뿐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들이 욕망과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써 보였던 것 같아요. 태주는 자신의 현대문학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 욕망이 만족을 이루려면 허용된 현실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지점에서 현실과의 갈등이 초래되며,

그 과정이 현대문학의 핵심주제로 채택된 것이라 단언할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욕망의 일탈을 통제하기 위해 일종의 경계를 설치하는데 

나는 이 상징적인 장치에 '유리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것은 현실에 의해 차단된 피안의 세계가 투명한 유리 너머의 물체처럼 욕망의 시선에는 포착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차단 기능을 가진, 넘기 어려운 '언덕'입니다.

가시적이면서도 횡단할 수 없는 그것이 바로 현실이 설정한 경계- '유리언덕'입니다."  (10-11p)


유리언덕이라는 말은 태주가 만든 용어인데, 그는 서다요와 강바람 그리고 고정애라는 세 여자와의 관계에서 그 유리언덕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어요. 온전히 태주라는 인물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안타까울 때는 주인공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인 것 같아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마치 다요가 쓰고 있는 소설 같아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러한 감정조차도 작가님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을 마주하는 일이 썩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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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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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랍비이자 철학자, 작가인 델핀 오르빌뢰르의 책이에요. 

이 책은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했어요. 죽음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먼 곳에 있는 것처럼 굴었어요. 외면하면 사라질 것처럼.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감고 있던 우리의 두 눈을 크게 뜨도록 만들었어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자는 랍비로서 장례 의식을 진행하는 일이 잦은 편이라서, "죽음에 그렇게 가까이 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매일 애도자들 옆에 있는 게 힘들지는 않아요?"(13p)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해요.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대답을 해왔는데, 진짜 속내는 "나는 전혀 모른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죽음을 가까이 하거나 죽음과 동반할 때, 죽음이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지 못한다." (14p) 라고 해요. 다만 랍비가 해야 할 의례를 집행하고, 성서의 텍스트들을 번역하여 전통의 목소리를 각 세대에게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의 일에 이름을 붙이자면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네요. 유대 전통의 언어로 된 거룩한 이야기는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자들 사이에 통로를 열고, 이야기꾼은 그 입구에 서 있으면서 그곳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라고 해요. 즉 랍비는 죽음 뒤에도 살아 있는 자들의 자리를 남길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경험했던 삶과 죽음 그리고 애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의 고백처럼 죽음에 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삶과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는 있어요.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때로는 고통스럽고 너무도 슬픈 순간들을 버티며 버티며 살아낼 수 있어요.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어서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이 '살아남음'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파리 북쪽 18구에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책 모양의 비석이 있는데, 펼쳐진 책의 왼쪽 페이지에는 한 커플의 흑백사진이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샤를 페기의 시, 혹은 그가 번역했다고 알려진 헨리 스콧-홀랜드의 시가 적혀 있었다고 해요. 이 시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그 사랑으로 남겨진 이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테니...


죽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그저 옆방으로 건너갔을 뿐,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이며,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나였던 사람입니다.

(...) 나는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길 건너편에 있어요.

   (2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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