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1.겨울호 - 72호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지음 / 나비클럽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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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의 존재를 이번에 알게 됐어요. 

올해로 20주년이라니, 그동안 한국 미스터리의 세계를 이끌어 온 주역이 아닐까 싶네요.

저는 근래 한국 추리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겨우 발을 들이민 단계라서, 《계간 미스터리》가 굉장히 반가웠어요.

유일한 한국 미스터리 전문 계간지로서 매년 3, 6, 9, 12월마다 발행되며 미스터리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집과 다양한 한국 추리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어요. 

《계간 미스터리》2021 겨울호에는 특집 <여성 캐릭터 리부트>와 《계간 미스터리》신인상 수상작인「대림동 이야기」그리고 세 편의 신작 단편과 한 편의 특별 초청작, 한 편의 신인상 수상작이 실려 있어요. 2021년에는 《계간 미스터리》신인상을 통해 네 명의 작가가 추리소설가로 등단했다고 해요. 진정한 한국 추리소설의 리부트를 위해서 《계간 미스터리》가 신인 작가들을 발굴해내고 있는 거죠. 2022년에는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미스터리 아카데미'를 시작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2022 봄호에 소개된다고 하니 궁금하네요.

솔직히 특집이 끌렸어요.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이 장르에서 어떻게 여성 캐릭터가 다뤄지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추리소설이나 공포영화 속에서 뭔가 불편함을 감지하면서도 굳이 그 원인을 찾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계간 미스터리》편집장님은 대부분의 피해자 캐릭터가 여성이며, 과잉 살상의 대상인 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또한 여성이 가해자일 경우에도 한정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작가들은 어떠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을까요?

요즘 장르 소설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있어서, 《계간 미스터리》에 실린 다양한 작품들이 훌륭한 교본처럼 다가왔네요.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 따근따근한 한국 추리 단편소설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계간 미스터리》편집장 한이 님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워온 여성 작가들과 캐릭터에 대한 응원의 말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르 귄의 에세이 마지막 부분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한 가지는 베짱이나 불알이 아니야. 아이가 없는 공간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면 자기만의 방조차 아니지. 자기 방이 있으면 대단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반대쪽 성별의 선의와 협조도 도움이 되겠지만, 아니 남성 전체는 아니더라도 집안에 있는 남성 대표 하나만이라도 그러면 도움이 되겠지만,

꼭 그게 있어야 할 필요는 없어. 작가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한 가지는 연필과 종이야. 그거면 충분해. 그 연필에 대한 책임은 오직 작가 본인에게만 있고,

그 종이에 쓰는 내용도 오직 작가 본인 책임이라는 점만 알면 돼. 다시 말해서, 자신이 자유롭다는 것만 알면 돼."

지금도 아이를 재우려 누운 침대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 아이가 덫이 아니라 닻이라는 사실을 되뇌며 한두 시간의 자유를 위해 

잰걸음을 놀리고 있는 여성 작가들과, 지난 세기의 정형화된 여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내기 위해 뜬눈으로 새벽을 맞는

모든 이야기꾼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 《계간 미스터리》편집장 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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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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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깊은 우물 같아서 마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나 분노는 시한폭탄 같아요. 언젠가는 터지고야 마는.

<내 동생의 무덤>은 읽는 내내 마음을 심란하게 하더니 다 읽은 뒤에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단순히 범인을 뒤쫓는 범죄 스릴러가 아닌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여동생 세라가 실종되었고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붙잡혔고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범인은 잡혔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주인공 트레이시의 가족은 세라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고, 저마다의 죄책감과 슬픔을 품고 있어요. 세라가 사라진 그날, 부모님은 여행 중이었고, 트레이시는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었어요. 만약 그때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남자 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세라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혼자 운전해서 간다고 했지만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그리고 트레이시는 하나의 진실을 알고 있어요. 용의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결정적 증거는 조작되었다는 걸. 

트레이시는 형사가 되었고, 세라와 범인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자그만치 20년이란 세월을.

누군가는 세월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일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기는커녕 더욱 커지는 것도 있어요. 그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풀리지 않을 마음인 거죠. 모든 게 조작이었다면 다들 속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말이에요. 우리는 그러한 비극을 알고 있어요. 차가운 바다 아래 가라앉아버린 진실.

실종된 세라가 20년만에 발견되었어요. 백골의 시신은 오래된 리조트 개발 부지에 얕은 구덩이에 있었는데 짐승에게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발견될 수 있었던 건 그 지역이 사건 직후 수몰되었다가 근래 댐이 철거되면서 복구되었기 때문이에요. 범인은 그 당시 수몰 소식을 알고 있었고 완전범죄를 꿈꿨던 거예요. 

트레이시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그건 감옥에 갇힌 에드먼드의 무죄를 입증하는 거예요. 사실 에드먼드가 유력한 용의자였던 건 그가 이전에도 납치, 성폭행 범죄로 복역했던 이력 때문이에요. 나쁜 X , 한 번 이런 일을 저지른 X 는 재범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냥 감옥에 가둬야 하는데, 그러면 세라의 사건은 재수사를 할 수 없어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렸어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서 나였다면 못했을 선택이에요.


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기보다는

범법자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다.

   - 윌리엄 블랙스톤 경卿 , 《영국법 주해


동의하시나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놓쳐버린 범법자 열 명 중에 진짜 범인이 있다면 분노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장기복역하다가 몇 십 년만에 무죄로 풀려난 경우를 생각하면 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에요. 결국 죄를 진 자가 책임져야 할 몫인데, 법은 최소한의 정의만을 집행할 수밖에 없으니 그로 인한 고통은 온전히 유가족에게 남겨지네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네요.

대부분의 유가족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을 일반인들은 감히 짐작할 수 없어요. 그러니 함부로 떠들어서는 안 될 일인 것 같아요. 문제는 무분별한 보도가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마리아 밴펠트라는 언론인이 등장해요. 시청률을 높여줄 자극적인 사건만 캐고 다니는 밴펠트에게 에드먼드의 재심이 눈에 들어온 거죠. 강력계 형사가 살인자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려고 한다는 게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데, 희생자가 형사의 여동생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대박 이슈인 거죠. 대중의 입장에서 자극적인 기사들은 쉽게 소비될 수 있지만 사건의 당사자라면 어떨까요. 개인의 상처와 아픔이 그런 식으로 소모된다면 견딜 수 없을 거예요. 언론윤리를 위반한다면 언론인의 자격이 없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요즘 언론사의 허위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트레이시를 통해서 비극적인 사건이 한 가족에게 미친 영향이 어떠한지를, 법과 정의란 무엇인지를 관찰자 시점이 아닌 주인공 시점에서 고민하고 느끼는 시간이었어요. 많이 아프고 몹시 분노했으며 너무나 슬펐어요.


"한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크로스화이트 형사님?"

트레이시는 대답하지 않았다.

... 밴펠트가 다가왔다. "미디어가 어떤지 아시잖아요, 형사님. 시청률에 죽고 시청률에 살죠. 개인적인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하지만 트레이시는 이번 일이 자신에게나 밴펠트에게나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

트레이시가 말했다. "당신에겐 시청률이 중요하겠죠. 나랑 내 가족에겐 아닙니다. 이 마을에도 아니에요. 살인사건의 충격은 쇼가 아닌 생생한 현실입니다. 이건 내 삶이 걸린 일이에요. 내 동생의 삶과 부모님의 삶을 앗아간 일이고요. 이 일로 내 고향도 망가졌죠. 20년 전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은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당신의 사연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수도 있어요."

"내 사연요?"

"정의를 찾는 20년 여정의 종착역이 보인다."

"그게 바로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점입니다.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심리가 끝나면 당신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으러 다니겠죠. 하지만 난 그런 호사는 누리지 못해요. 이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까요. 나와 이 마을에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 이제 막 고통과 사는 법을 배웠어요."  (350-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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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함께도 패키지도 다 좋아
임영택 지음 / 라온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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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꿈꾸는 여행이 있겠지만 적어도 여행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은 33년간 여행업에만 종사한 여행 상품 전문 기획자이자 여행사 대표 임영택님의 '나를 위한 여행법'을 담고 있어요.

굉장히 기대했던 여행인데 막상 떠난 뒤에 실망만 남는 경우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나만의 여행은 나만 만들 수 있다." (60p)

제목처럼 혼자도 함께도 패키지도 다 좋은 여행이 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준비해야 해요. 나를 위한 여행이라면서 남한테 맡긴다면 그로 인한 불만은 전적으로 본인 책임인 거죠. 여행의 만족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요. 첫 번째는 날씨이고, 두 번째는 누구와 가느냐 그리고 세 번째가 어디로 가느냐라고 해요. 저자의 경험담을 빌리자면 몇 년전 가족들과 겨울에 이탈리아 일주 여행을 했는데 그때 평생에 맞을 비를 다 맞은 것 같다고 하네요. 당시 설 연휴 때가 가족 모두 여행할 수 있는 시기라서 선택한 것인데, 유럽의 겨울은 춥고 해가 짧은 데다가 우기라서 여행하기 좋은 때는 아니라고 해요. 그래서 베치니아의 비에 젖은 첫날 밤은 끔찍한 기억이 될뻔 했는데 다행히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길을 선택했대요. 여기서 '선택'이라고 표현한 건 가족들이 '지금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상황을 대비했고 즐길 수 있었다는 걸 의미해요. 그러니 집을 떠나 해외로 가기 전에 나를 아는 여행을 먼저 해봐야 일행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음을 지닐 수 있어요.

여행은 숙제가 아니에요. 여행의 목적은 떠남이 주는 즐거움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간혹 여행을 하는 건지 취재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사진 찍기나 기록에 연연하는 경우가 잇는데 즐거움을 방해할 정도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이 책에는 여행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이 꽤 많지만, 그러한 내용보다도 저자의 진심어린 조언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여행을 즐기는 방법은 환경이나 조건에서 찾을 게 아니라 그 답은 나에게 있다는 것. 외적인 것에 치중하지 말고 온전히 나의 건전한 욕망에 충실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여행이란 본래 나를 얽매거나 옥죄고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한 것이므로, 나만의 특별한 여행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 끔찍한 날씨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도, 얼마든지 나의 '선택'에 의해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집 나가면 고생이라지만 내가 선택한 여행만큼은 모든 경험이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여행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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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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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집, 프로방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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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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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에 읽었지만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그 이야기 덕분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어요. 첫사랑과의 추억 같은 느낌으로.

우연히도 제가 늘 바라보는 벽에 클로드 모네의 <네덜란드의 튤립>이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그림 속 풍차를 프로방스의 풍차 방앗간으로 상상했어요.

이 책은 알퐁스 도데의 첫 단편 소설집으로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프로방스의 연대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던 단편 소설들을 모아 『풍차 방앗간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1869년에 출판한 것이라고 해요. 사실 너무도 유명한 「별」, 「마지막 수업」이외의 단편들은 제대로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프로방스의 감성이 듬뿍 담긴 알퐁스 도데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스갱 씨의 염소」는 주인공 '나'가 시인이자 친구인 피에르 그랭구아르에게 들려준 이야기예요. 그는 친구에게 스갱 씨의 염소를 빗대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우기면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를 경고하고 있어요. 반나절의 자유을 즐긴 스갱 씨의 염소 블랑케트는 밤새도록 늑대와 싸웠지만 아침에 잡아먹히고 말았어요. 만약 얌전하게 외양간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요. 찰나의 자유와 목숨을 바꾼 염소의 선택이 나쁘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아요. 블랑케트는 늑대를 죽일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졌던 게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싸웠던 거예요. 그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별」은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예요. 스무 살의 청년 양치기는 보름치의 식량을 가져다 준 사람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라서 놀랐고,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돌아왔을 때는 내심 기뻤어요. 그러나 산에서 밤을 보낼 생각에 아가씨가 괴로워하자 이렇게 달래주었어요.

"7월의 밤은 짧아요, 아가씨...... 조금만 참으면 날이 금방 밝을 거예요."(54p)

그 밤, 반짝이는 별들과 아름다운 별똥별 아래 나란히 앉은 두 사람... 너무나 짧은 그 밤이 제겐 가장 찬란한 순간으로 다가왔네요. 우리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게 아닐까 싶어요.

「시인 미스트랄」은 주인공 '나'가 마얀 마을에 사는 위대한 시인 프레데릭 미스트랄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에요. 미스트랄은 7년 동안 시에 매달려 있어요. 프로방스어로 시를 쓰는 그는 알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도 좋다고 말하죠. 그건 마치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스트랄의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대한 시인이 죽기 전에 찾아낸 프로방스, 

프로방스의 바다, 프로방스의 산과 더불어 

역사, 풍습, 전설, 풍경 

그리고 소박하고 자유로운 주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181p)

「카마르그에서」는 주인공이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사냥 여행을 떠난 이야기인데, 사냥터지기와 사냥꾼들뿐 아니라 농사꾼, 포도밭 일꾼, 양치기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 나누는 대화가 주된 내용이에요. 사냥터지기와 말지기는 유일한 이웃인데 서로 마주치는 것조차 피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아요. 그 이유를 사냥터지기는 이렇게 답했어요.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죠. 저 친구는 좌익이고 저는 우익이거든요."  (275p)

고독한 벌판에서 서로 가까이 지내면 좋을 텐데 그들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서로 미워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쓰럽고도 신기해요. 사람들이란 시대가 다르고 사는 곳이 달라도 투닥거리며 싸우는 건 똑같네요. 주인공은 사냥터지가 말지기가 무식하고 순진하다고 여기고 있어요. 두 사람은 아를에 있는 작은 카페의 금박과 거울만 보아도 프롤레미의 궁전을 본 것처럼 눈부시다고 여길 사람들인데, 왜 정작 곁에 있는 보물은 모르는 걸까요. 따스한 이웃과 친구처럼 소중한 보물이 또 있을까요.

알퐁스 도데는 『풍차 방앗간의 편지』를 가장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작품이라서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아내에게 헌정했다고 해요. 어쩐지, 다 읽고 나니 작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고향 프로방스를 추억하게 만드는 이야기라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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