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몽타주 (리커버)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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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는 엄청 기대됩니다.
칼럼, 에세이, 인터뷰, 영화평, 제작일지 등의 글들로 구성된 책.
그동안 스크린을 통해 봐 왔던 감독님의 세계를 다양한 글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니 새롭네요.
글로써 드러나는 박찬욱의 몽타주, 그 실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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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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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속으로 삼키는 말이 있어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괜찮아요?"라고 묻는 것.

그냥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려주면 될 일인데, 굳이 괜찮냐는 물음을 통해 괜찮음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파봐야 아픈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데, 그건 아픈 순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우리가 짐작도 못할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 아픔의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공감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강력범죄 피해자들과 살인 사건의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저자 김태경 교수는 임상수사심리학자이며 서울동부스마일센터(강력범죄피해자 전문심리지원기관)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범죄 피해자들이 후유증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고된 과정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 책 역시 범죄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오해와 편견, 피해자의 수사와 재판과정의 경험이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알림으로써 피해 회복을 위해 이웃인 우리가 해야 할 지침을 제안하고 있어요.

저자는 "잘못된 공감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79p)라는 인지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 박사의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강력범죄는 피해자에게 매우 생경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서 그 충격이 다양한 요인과 결합하여 상당히 복잡한 반응을 초래한다고 해요. 그 반응 중 일부는 피해자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주변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넘겨짚거나 섣불리 조언하는 경우는 의도와 달리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잘못된 공감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잔혹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 중에 피해자 간의 잘못된 공감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본적인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어요. 범죄 피해자라는 이유로 내가 다른 피해자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내 생각이나 경험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결정을 바꾸려 하지 말것, 나의 범죄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경우 상대에게 허락을 받을 것, 다른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범죄 사건을 말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경우 분명한 언어로 거절할 것, 그리고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며 그 책임 또한 기꺼이 자신이 질 것 등 (79p)이 포함된다고 하네요.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사건만으로도 엄청난 트라우마인데, 사건 이후 고단한 수사 과정과 재판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고통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워요. 그 과정들을 버텨내는 것도 힘들텐데, 재판이 끝나면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에요. 법원 판결 후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범인의 출소라고 해요. 출소한 범인의 보복 범죄라니,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그들을 확실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안되어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누구나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범죄의 영향은 피해 당사자에게 국한되지 않아서 가족과 지역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건강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 1차 피해보다 2차가 피해자에게 더 심각하고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해요. 피해자들의 삶을 뒤바꿔버림으로써 대인관계 부적응과 우울증, 성격장애, 자살, 재피해자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를 3차 피해라고 불러요. 만약 우리가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모른 채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그 피해가 언젠가는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피해자에게 주변의 지나친 관심은 위로가 아닌 경계 침범이나 관음증적 욕구의 결과로 해석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요. 진심어린 위로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 내용이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저자는 마지막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어요. 당신이 아직 범죄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면 그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우리가 피해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 누구도 범죄 피해에서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범죄 사건의 그늘에 가려진 피해자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정한 시선과 태도로 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요.



선생님, 제가 멀쩡할 때는 몇 가지 여쭤보려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어딘지 모르는 불안감은 나름 사라졌는데,

그 대신 제가 여기서 뭐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일할 때는 괜찮습니다. 근데 일 안 할 때는 '내가 어디 가는 거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항상 물음표가 생깁니다.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요. 이거 고칠 수 있는 건가요? 

  - 살인사건 유족의 진술에서 발췌  (61p)


진술 조사를 받을 때, 사건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힘들어서

중간에 화장실 가서 헛구역질을 했어요. 그래도 버텨보려고 감정을 차단하고 

애써 침착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게 조사하는 분한테는 이상해 보였는지 

피해자답지 않다고 저를 막 혼냈어요.

    - 성폭행 피해자의 진술에서 발췌 (108p)


가끔 다쳤던 곳이 아플 때마다 내가 범죄 피해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돼요.

샤워할 때 다쳤던 곳에 난 흉측한 흉터를 보면 사건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그렇다고 샤워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폭행치상 피해자의 진술에서 발췌  (160-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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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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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피해자들의 회복 문제,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였네요.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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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미적분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적분 수업
김성환 지음 / 오르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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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미적분》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적분 수업이에요.

아무리 친절하다고 해도 미적분 수업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듣게 할 방법은 없을 거예요.

다만 미적분의 세계가 아주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이라면 머뭇거리지 말고 이 책을 펼쳐보세요. 이보다 더 쉬운 미적분 책이 또 있다면 모를까.

우선 제목에 끌렸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작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쓴 판타지 동화잖아요.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초대를 받았듯이 우리도 미적분의 세계에 들어가 보는 거예요. 겁 먹지 말고 당당하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적분이라는 이상한 나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어요. 우리가 미적분을 이해 못하는 건 우리 탓이 아니라 미적분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상식과는 어긋나는 이야기들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니 꽉 막힐 수밖에요. 그러니 미적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상을 통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제부터 상상의 막대기를 떠올릴 거예요. 상상의 막대기의 성질들은 굉장히 낯설고 이상한데,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라고 여기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상상의 막대기는 수의 막대기로 이어지고, 드디어 미적분의 주인공인 화살표를 만날 차례예요. 화살표는 위치의 개념은 없고 변화의 두 요소인 방향과 양만 가지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내용을 건너뛰면 길을 헤맬 수 있어요. 그래서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쭉 읽어나가야 해요. 읽다 보면 상상 속에서 조금씩 길이 보일 거예요. 맨 처음 상상의 막대기의 이상한 성질 중에는 '바로 옆 위치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라는 성질이 있어요.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죠? 여기에서 숫자의 마법이 등장해요. 숫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탄생한 숫자는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인데, 우리는 워낙 어릴 때부터 "1, 2, 3 ... "라고 숫자를 배우다보니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살고 있어요. 숫자 3 옆에 어떤 숫자가 있지만 그걸 전부 말할 수 없는 건 3과 4 사이에 3.999999.... 무한대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상상의 막대기 위에 놓인 숫자 3이 숫자 7로 이동했다면 그 변화된 결과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요.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유명한 철학자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고 해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42p)

저자는 그 말을 조금 바꿔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해야 한다."라고 표현했어요. 

미적분은 상상의 힘을 발휘하면 이해할 수 있어요. '미분'은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이 변화의 특정지점에서의 '순간 변화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고, '적분'은 그 '순간 변화율'을 알고 있을 때 이 변화율로 인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에요. 따라서 '미적분'이란 두 대상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순간 변화율'을 통해 비교하며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순간 변화율은 우리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개념이니까 상상을 통해 두 대상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미적분이라는 이상한 세계를 현실 세계의 시간과 공간에 적용해보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위치와 속도, 가속도를 구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우리 주변에 변화가 일어나는 대상이 엄청 많기 때문에 미적분은 그 변화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인 거죠. 결국 미적분의 정체는 이상하지만 꽤 멋진 것들을 해내는 능력자였음이 밝혀졌네요. 아참, 그동안 미적분에 대한 몹쓸 오해들은 이 책 덕분에 상당 부분 풀렸어요. 물론 여전히 알쏭달쏭한 부분이 남아 있지만 그건 앞으로 더 친해지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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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3 - 결전의 날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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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네요. 

주인공 시아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어요. 그동안 어려운 임무를 해낼 때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정작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진 친구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너무 걱정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기적으로 굴었다는 게 괴로웠어요. 더군다나 하츠를 설득하기 위해 위선과 거짓을 남발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한 것이 가장 우습게 느껴지고, 여태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망에 빠진 시아에게 술꾼은 다음과 같이 말해줬어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가씨는 못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해주지. 

그러한 감정이 다른 존재들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고통스러워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다른 존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102p)

기괴한 레스토랑의 세계에는 레스토랑의 영업주 해돈 님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여왕님이 살고 있어요. 시아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도 마녀와 요괴 친구들과의 우정을 쌓아갔어요.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는 건 놀라운 기적 같아요. 하츠가 그토록 몰래 시아의 임무를 방해했는데도 번번히 실패했던 이유는 시아를 도와주는 요괴가 존재한다는 걸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시아 주변의 조력자들을 제거했는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말았어요. 그건 바로 하츠 자신.

하츠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정말 놀랐어요. 애초에 해돈 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 브리초를 구하기 위한 모험이었는데 결국 브리초를 통해 모든 미스터리가 풀렸어요. 또한 주인공 시아는 온갖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하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어요. 괴물로 변한 공주들이 하츠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할 때 시아는 간절하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세요." (222p) 공주들은 그 말에 각성했고 서서히 눈빛이 바뀌었어요. "자유를 찾으세요." (228p) 시아가 공주들을 바라보며 말했고, 저주의 마법이 풀렸어요. 이 장면이 정말 멋졌어요.

문득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도 잠시 저주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건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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