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 가는 12인의 엄마들 이야기
최혜미 외 지음 / 시즌B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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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일을 그렇게 시작되었다>는 넥스트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12인의 엄마들 이야기예요.

이 책은 성공 스토리가 아니에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여성들이 이제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 여정을 담고 있어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로 정해진 삶은 없을 거예요. 어쩌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것이지요. 물론 각자의 선택이고 책임이지만 엄마로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엄마가 아니고서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보통의 다른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엄마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테니까요. 

12인의 엄마 작가 중 김민하님은 "나는 평범한 엄마의 가능성을 믿는다. 그래서 엄마인 우리가 자신만의 '마이웨이'로 인생을 주도해가려면 꼭 한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육아와 가정을 위해 나를 잊은 것이 아니라, '잠시 내려놓았음'을 깨닫는 것이다. ... 우리가 무언가를 다시 한다는 것은 '자기다움'의 분명한 이유가 있고, 행여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다." (7p)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책의 가치는 보통의 엄마들이 스스로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고자 할 때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아들이 사용할 안전한 약병이 없어서 직접 제작에 나선 최혜미님, 내 아이에게 바라는 삶을 자신이 살아보기로 결심한 배소이님, 나다움을 찾으려는 엄마들을 돕고 있는 김현주님, 엄마의 능력을 계속 레벨업 해주는 스타트업을 하는 김민하님, 떡케이크와의 만남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김은진님, 일을 찾던 엄마사람이 일을 찾아주는 일을 하게 된 김미정님, 즐겁고 재미있게 잘 노는 엄마가 되기로 한 안성은님, 독서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국화님, 실천하는 책육아 방을 운영하는 주은지님, 이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윤지인님, 누구나 기댈 수 있는 맘코치가 되기로 한 김은숙님, 계속 흔들리겠지만 그래도 출근한다는 워킹맘 김연정님까지 모두 엄마로 살아가면서 나를 찾아가는 길을 가고 있어요.

엄마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자신에 대한 공부라고 이야기하는 안성은님처럼 엄마로 살면서 잠시 자신을 잊고 지냈다면 이제부터라도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해야 하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로 바꾸다보면 일 중심이 아닌 나 중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나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놀이처럼 기쁨을 줄 수 있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엄마의 꿈, 진로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 있어요. 이미 자신만의 일을 찾은 사람이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속도만 다를 뿐 방향은 똑같아요. 나답게 살아가는 길. 그래서 12인의 엄마들 이야기는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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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 - 가장 궁금한 질문에 가장 친절하게 답하는 기본소득 안내서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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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는 경제전문가 이원재가 알려주는 기본소득 안내서예요.

우리는 왜 지금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야 할까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막대한 재정을 풀어 국민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했고, 우리나라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어요.

이는 기본소득과 유사한 형태로 아무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되었고, 우리는 실질적인 기본소득 체험을 하게 된 셈이에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전에 <보편지급 VS 선별지급> 논쟁이 있었어요. 지금 돌아보니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쪽은 코로나 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의 현실뿐 아니라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조차 몰랐던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기본소득에 대해 이해하기도 전에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다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점은 의미 있는 결과였어요.

저자는 누구나 기본소득을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마치 기본소득처럼 모든 사람이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이 책은 기본소득의 목적과 개념, 특징뿐만이 아니라 실제 실행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를 설명하면서,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궁금한 질문들을 답해주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기본소득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과 개별성을 모두 갖추어, '언제나, 무조건, 나에게' 주어지는 소득이에요.

이런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보지 못한 경제적 자유를 가능하게 만들어줘요.

... 보편성이란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지급 대상이라는 의미이고, 무조건성은 소득, 자산, 취업 등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지급한다는 의미이며, 

개별성은 가구주를 통하지 않고 나 개인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의미예요." (33p)

청년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인가요.

우리 현실에는 이미 '기본소득'이라고 이름 붙은 정책들이 존재하지만, 기본소득의 특성인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다면 원칙적으로 기본소득이 아니라고 해요. 다만 이 세 가지 특성 가운데 보편성 또는 무조건성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어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인 경기도 거주자 개인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 일년간 총 100만원을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인데,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서 보편성 원칙에는 어긋나요. 하지만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24세인 사람이라면 소득이나 재산이나 취업 및 구직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되므로 무조건성 원칙은 충족해요. 가족이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되므로 개별성 원칙도 충족하고요. 청년기본소득은 보편적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유사한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를 점점 확대해 경기도에서 전국으로, 만 24세에서 전 연령으로 확대하면서 보편성을 확보하면 보편적 기본소득이 되고, 여기에 지급 금액을 늘려 충분성을 확보하면 완전기본소득이 되는 거예요. (65p)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재원소요가 크다는 점인데,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기본소득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반대 주장보다는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 책은 우리 모두가 당연히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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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하는 의사 - 타투가 합법화되지 못한 진짜 이유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71
조명신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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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타투를 SNS에 자랑하듯 올리고 있어요. 요즘은 패션 트렌드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그러나 방송에서는 타투를 스티커로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해서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어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것은 우리나라가 타투 금지국, 즉 타투가 합법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타투를 불법이라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하게 느껴져요. 이미 일상 주변에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타투 때문에 처벌을 받진 않으니까요.

누구나 자유롭게 타투를 하고 있는데, 과연 이들은 누구한테 시술을 받는 걸까요.

의사가 하는 타투 시술만 합법이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는 모든 타투 시술은 불법인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시술하는 타투이스트 의사는 열 명 미만이래요. 이 숫자도 저자가 15년 전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마 열 명 정도 될 거라고 했던 게 지금까지 재인용되고 있다네요. 그만큼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다는 반증이겠지요.

우리나라와 함께 타투를 의료행위로 여겼던 일본에서 재작년 합법화 판결이 나오면서 사실상 세계 유일하게 타투가 불법인 나라가 되었어요. 이제는 합법화가 논의될 만도 한데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 이유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어요. 저자는 1999년부터 타투 전문 클리닉 빈센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성형외과전문의 조명신님이에요. 우리나라 타투이스트 중에서 실명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 타투하는 의사예요. 성형외과를 개원하여 타투 제거 시술을 하다가 타투의 매력에 빠졌다니 좀 엉뚱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타투에 대해 몰랐거나 오해했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타투, 문신은 멋내기용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실제로 내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흉터를 가리기 위해 타투를 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해요. 흉터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마음의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반대로 과거에 했던 타투를 제거하려는 경우나 현재 타투 시술 후 부작용을 겪는 경우처럼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더욱 타투의 합법화가 추진되어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타투는 몸에 그림을 그려넣는 문신 외에도 눈썹 문신이라는 반영구화장을 포함하면 시술받는 비율이 엄청나게 증가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요. 타투의 위험성을 고려하는 의료계라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비의료인 시술을 허용하여 정부의 관리 감독하에 두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소확행' 45번 공약으로 타투 합법화를 내세웠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 공약에 기대기보다는 먼저 타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타투 합법화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은 건 우리들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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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몽타주 (리커버)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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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는 엄청 기대됩니다.
칼럼, 에세이, 인터뷰, 영화평, 제작일지 등의 글들로 구성된 책.
그동안 스크린을 통해 봐 왔던 감독님의 세계를 다양한 글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니 새롭네요.
글로써 드러나는 박찬욱의 몽타주, 그 실체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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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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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속으로 삼키는 말이 있어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괜찮아요?"라고 묻는 것.

그냥 가만히 바라보며 기다려주면 될 일인데, 굳이 괜찮냐는 물음을 통해 괜찮음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파봐야 아픈 사람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데, 그건 아픈 순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우리가 짐작도 못할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니 아픔의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공감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강력범죄 피해자들과 살인 사건의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저자 김태경 교수는 임상수사심리학자이며 서울동부스마일센터(강력범죄피해자 전문심리지원기관)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범죄 피해자들이 후유증을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고된 과정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는데, 이 책 역시 범죄 피해자들을 괴롭히는 오해와 편견, 피해자의 수사와 재판과정의 경험이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알림으로써 피해 회복을 위해 이웃인 우리가 해야 할 지침을 제안하고 있어요.

저자는 "잘못된 공감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79p)라는 인지심리학자 폴 블룸(Paul Bloom) 박사의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강력범죄는 피해자에게 매우 생경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서 그 충격이 다양한 요인과 결합하여 상당히 복잡한 반응을 초래한다고 해요. 그 반응 중 일부는 피해자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을 띠기 때문에 주변에서 피해자의 경험을 넘겨짚거나 섣불리 조언하는 경우는 의도와 달리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잘못된 공감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가 우리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잔혹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 중에 피해자 간의 잘못된 공감에 따른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본적인 몇 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어요. 범죄 피해자라는 이유로 내가 다른 피해자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내 생각이나 경험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결정을 바꾸려 하지 말것, 나의 범죄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경우 상대에게 허락을 받을 것, 다른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범죄 사건을 말하고 싶어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경우 분명한 언어로 거절할 것, 그리고 모든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며 그 책임 또한 기꺼이 자신이 질 것 등 (79p)이 포함된다고 하네요.

강력범죄 피해자들은 사건만으로도 엄청난 트라우마인데, 사건 이후 고단한 수사 과정과 재판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고통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워요. 그 과정들을 버텨내는 것도 힘들텐데, 재판이 끝나면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에요. 법원 판결 후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범인의 출소라고 해요. 출소한 범인의 보복 범죄라니,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그들을 확실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안되어야 할 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이 있어요. 누구나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범죄의 영향은 피해 당사자에게 국한되지 않아서 가족과 지역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건강성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 1차 피해보다 2차가 피해자에게 더 심각하고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해요. 피해자들의 삶을 뒤바꿔버림으로써 대인관계 부적응과 우울증, 성격장애, 자살, 재피해자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를 3차 피해라고 불러요. 만약 우리가 피해자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모른 채 편견을 가지고 대한다면 그 피해가 언젠가는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어요. 피해자에게 주변의 지나친 관심은 위로가 아닌 경계 침범이나 관음증적 욕구의 결과로 해석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요. 진심어린 위로와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그 내용이 책 속에 자세히 나와 있어요. 저자는 마지막으로 거듭 강조하고 있어요. 당신이 아직 범죄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면 그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우리가 피해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 누구도 범죄 피해에서 예외일 순 없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범죄 사건의 그늘에 가려진 피해자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정한 시선과 태도로 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요.



선생님, 제가 멀쩡할 때는 몇 가지 여쭤보려 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어딘지 모르는 불안감은 나름 사라졌는데,

그 대신 제가 여기서 뭐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란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일할 때는 괜찮습니다. 근데 일 안 할 때는 '내가 어디 가는 거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항상 물음표가 생깁니다.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요. 이거 고칠 수 있는 건가요? 

  - 살인사건 유족의 진술에서 발췌  (61p)


진술 조사를 받을 때, 사건을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되게 힘들어서

중간에 화장실 가서 헛구역질을 했어요. 그래도 버텨보려고 감정을 차단하고 

애써 침착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게 조사하는 분한테는 이상해 보였는지 

피해자답지 않다고 저를 막 혼냈어요.

    - 성폭행 피해자의 진술에서 발췌 (108p)


가끔 다쳤던 곳이 아플 때마다 내가 범죄 피해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돼요.

샤워할 때 다쳤던 곳에 난 흉측한 흉터를 보면 사건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도 해요.

그렇다고 샤워를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 폭행치상 피해자의 진술에서 발췌  (160-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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