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좌파생활 - 우리, 좌파 합시다!
우석훈 지음 / 오픈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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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라고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에 올리기 어려운 단어였는데, 지금은 보란 듯이 빨간 글씨로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다니 신기했어요.

과거에는 반공 교육을 표방한 독재정치가 있었고, 빨갱이로 몰고가는 마녀사냥이 있었기 때문에 좌파라는 용어를 불순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아마 요즘 MZ 세대에게 진보냐 보수냐, 좌파냐 우파냐라는 식의 질문을 하면 어이 없다는 반응이 돌아올 거예요. 뭔 소리래...

그러나 "너도 페미냐?"라는 질문에는 사뭇 진지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것은 중요한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어요.


- 저는 좌파인데요. (10p)


스스로를 좌파, 빨갱이, 평등주의자, 이갈리테리언이라고 하네요. 이갈리테리언은 '모든 사람들은 동등하게 중요하며, 삶에 있어서 같은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저자는 좌파이자 이갈리테리언으로서 남녀평등 정도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믿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대놓고 좌파라고 말했지만 과거의 이념적 좌파와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진보는 길을 잃었고, 좌파는 멸종 직전이기에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좌파 선언을 하고 있어요. 어쩌다 페미니즘이 젠더 갈등의 핵심이 되었는지, 여혐과 남혐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여성을 혐오하면서 점점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또래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끔씩 등장하는 좌파는 진짜 소수자 중에서도 소수자의 상황에 놓이게 되고, 대학생이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거예요.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이상해진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좌파는 반드시 등장했고, 불평등이 커지는 곳일수록 더 많은 좌파가 등장했는데 왜 한국에는 공식적인 좌파, 특히 청년 좌파는 보이지 않는 걸까요. 정말 없는 게 아니라 소수자라서 자신을 감추며 사는 거예요. 점점 숨어 있다보니 멸종 위기라고 표현한 거예요. 

반면 "너도 페미냐?"라며 난리치는 무리들만 모습을 드러내니 마치 그들이 청년층의 주류인 듯 착각하고 있어요. 하루 빨리 정신을 차려야 해요. 상식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은 아무리 우겨도 주류가 될 수 없어요. 또한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아도 자신이 좌파인지 미처 인지하지 못해도 좌파 유전자는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거예요. 정당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좌파 생활이 있고 좌파 활동이 있다는 거죠. 좌파로서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좌파 생활이라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생활 좌파라고 부른대요. 다만 좌파는 직업이 아니에요. 저자는 취미로서의 좌파 생활을 권장하고 있어요.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사람 없이 취미 활동으로 접근해야 그 활동이 즐겁고 재미있으며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 사회의 최전선에는 좌파로 살아가거나 취미 생활로 좌파 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있기를, 그들을 통해 새로운 미래가 시작될 수 있어요. 모든 문제의 해법이 좌파일 순 없지만 적어도 슬기로운 좌파 생활이 진보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할 거라는 믿음은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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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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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세 번째 이야기는 <약속 식당>이에요.

죽음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늘 궁금했던 것 같아요. 구미호 식당은 환생이 가능한 세계를 그려내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천 년 묵은 여우의 존재인 것 같아요. 불사조가 되기 위해 천 명의 생을 얻으려고 사람들을 꼬시는데, 그 방식이 솔직하고 당당해요.

뭘 숨기거나 속이려고 했다면 괘씸할 텐데, 왠지 전생의 미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역할인 것 같아서 마냥 밉지는 않은 것 같아요.

천 년 묵은 여우 만호는 열일곱 나이에 죽은 채우에게 다음 태어날 생을 자신에게 주면 설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다만 설이도 이미 죽어서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으며 이승에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100일뿐이라고 했어요. 생전에 채우는 설이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만호와의 거래를 수락했어요. 

겨우 100일의 시간과 자신의 생을 맞바꾸다니 말도 안 되는 거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채우는 죽어서도 약속을 지키려 했던 거예요.

만호의 도움으로 이승에 돌아온 채우는 약속 식당 주인이 되었어요. 채우가 설이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뿐이에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설이가 채우를 기억할 리 없는데 채우는 설이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어요. 그 마음이 갸륵하고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어요. 

구미호의 관점에서 채우는 아까운 생을 낭비한 것이지만 채우의 입장에서 보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채우와 같은 결정을 하진 않겠지만 채우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저마다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요. 특히 약속이 그러하지요.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어요.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현재의 삶이 남아 있으므로 먼 훗날 죽음 이후까지 고민할 이유는 없을 거예요.  바로 지금 여기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누군가 말하길 뭘 해서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더군요. 왠지 그럴 것 같아요. 약속 식당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그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 잠시 빠져들었네요. 역시나 구미호 식당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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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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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은 조선의 복지 정책를 다룬 역사교양서예요.

조선의 역사에서 유독 복지정책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복지 정책을 접해 왔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때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각인 것을 지켜보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해요. 하나의 복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사회 안에서 일으키는 현상을 추척해나가면 어떨까. 그래서 조선의 역사 속에서 복지 정책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펴보게 되었다고 해요. 

태조 이성계는 즉위선언문에서 "환과고독을 챙기는 일은 왕의 정치로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이니, 당연히 그들을 불쌍히 여겨 도와줘야 할 것이다." (9-10p)라고 했는데, 이러한 선언문을 작성한 사람은 정도전이었어요. 환과고독은 독신남성, 독신여성, 고아, 독거노인을 가리키는데 태조는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을 구제하고 돌보는 일을 왕의 최우선 업무이자 정치의 기본으로 꼽은 거예요. 조선왕조의 복지 정책은 현대적 의미의 복지보다는 시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조선 사회를 지탱했던 핵심 개념은 민본주의였으며 이러한 민본주의가 다양한 복지 정책의 기저가 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민본주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개념이에요. 그 차이점은 정치에 참여하는 백성들의 역할인데, 사대부에서 노비라는 신분제가 있던 조선에서는 국민의 정치 참여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 책에서는 조선의 복지 정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핵심은 빈곤 정책으로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구황 정책과 취약 계층 지원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어떤 사회 현상을 만들어냈는지를 살펴보고 있어요. 단순히 조선의 복지 정책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역사 속에서 현재 우리 모습을 살펴보는 과정에 의의가 있어요. 역사를 알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의 뿌리를 찾을 수 있어요. 새삼 더 자랑스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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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은둔의 역사 - 혼자인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
데이비드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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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롭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어찌 해야 할까요.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낭만적 은둔의 역사>는 색다른 시간여행을 선물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인간의 고독을 문학, 취미, 사회문화, 종교, 심리를 아우르며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우리를 안내하고 있어요. 

이른바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과 그의 책이 등장해요. 바로 스위스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과 그가 집필한 네 권짜리 책 《고독에 관하여》예요.

치머만은 몸과 마음의 병을 다루는 의사였고 인간의 은둔 욕구를 진지하게 탐구한 인물이었어요. 그는 "가장 건강한 고독은 자기 회복과 자유롭고자 하는 경향" (15p)이라고 정의했는데, 놀라운 통찰이라고 생각해요. 치머만은 언제나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까라는 개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고독을 현실 회피가 아닌 인간 본연의 사회성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했어요. 고독은 타인과는 동떨어진 자아만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인데, 이때 그 고독을 누가 선택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인의 강요나 압박에 의한 고립이 아닌 자발적인 고독이어야 사색이라는 고독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은둔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게 이 책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에는 혼자나 은둔, 고독에 관한 문학 작품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한 여가활동들과 물리적인 공간인 독방, 그리고 영적 영역인 자기 회복,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의 고독까지 은둔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요. 사실 처음 책제목을 봤을 때부터 끌렸어요. 만약 그냥 은둔의 역사였다면 별 감흥이 없었을 텐데 '낭만'이라는 단어가 더해져서 은둔의 가치가 더욱 빛났던 것 같아요. 

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부터 고독을 추구하는 일반인들의 욕구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니 인간의 본능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구나라고 느꼈어요. 고독은 단순히 외로운 감정이나 휴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꼭 필요한 삶의 도구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혼자인 상태를 원하는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지,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리는 극단적인 은둔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고독과 집단성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둘의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로 인해 진정한 고독을 방해받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은둔의 기쁨, 고독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책을 읽고나면 고독을 맘껏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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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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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벌써 2년이 흘렀네요.

여전히 우리 삶은 바이러스 영향권에 있지만 초기의 충격을 떠올리면 지금 익숙해진 일상이 신기하게 느껴져요.

정말 먼 훗날에 지금을 돌아보면 어떻게 기억할까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이 떠올랐어요. 

<이태리 아파트먼트>는 마시모 그라멜리니의 소설이에요. 

원제목은 '아주 오래전 그때는'이라고 해요. 소설은 2080년 12월 밀라노에 살고 있는 마티아가 손자들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되네요. 

"나는 바이러스 때문에 내가 끔찍이 싫어하던 사람과 집안에 격리되어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다." (9p)

2020년의 마티아는 아홉 살 소년이에요. 엄마 타냐와 아빠 안드레아는 별거 중이고 각자 애인이 있어요. 열여섯 살인 로사나 누나는 친아빠가 따로 있지만 안드레아를 아빠라고 불러요. 하지만 마티아는 아빠가 싫어서 젬마 할머니랑 안드레이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슈퍼 히어로가 필요한 마티아에게 아빠는 슈퍼 히어로는커녕 아빠 노릇도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티아의 집에 머물게 된 아빠로 인해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돼요. 

만약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법정에 제출된 이혼 서류는 깔끔하게 처리되었을 것이고, 마티아는 아빠를 절대 아빠라고 부를 일이 없었을 거예요. 서로 만나기도 꺼려했던 엄마와 아빠는 한집에 살면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아파트 이웃들간에도 소소한 다툼과 오해가 발생하게 돼요. 위기의 순간에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

외출하기 싫어하는 마티아를 엄마는 단순히 투정이나 변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두려움 때문이에요. 마티아는 자신을 지켜줄 슈퍼 히어로가 없기 때문에 무서웠던 거예요. 그래서 봉쇄 조치로 집에만 있게 된 것이 내심 좋았는데 로사나 누나는 막 사귀게 된 남자 친구를 만나지 못해서 울상이 되었고, 엄마와 아빠도 걱정이 많아 보였어요. 전염될까봐 항상 조심하는 엄마는 포옹도 해주질 않아요. 혼자 외로운 마티아를 위로해주는 건 아기 고양이 피치포와 구름처럼 폭신한 의자 퍼프예요. 

꼼짝 없이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게 고역인 줄 알았는데 마티아는 가족들의 대화 소리를 듣게 되고, 어색했던 아빠와도 제법 말을 나누게 돼요. 또한 아파트 주민들 중에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다들 반응들이 좋았어요. 이전에 그랬다면 소음이라고 경찰에 신고했을 텐데 말이죠. 어른들이 뭔가 달라졌어요. 겨우 아홉 살이 뭘 알겠냐고 얕보면 안 된다고요. 티아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해서 몰래 속이거나 감추려고 해도 다 알아요. 물론 아빠와 엄마의 관계는 전부 이해하긴 어렵지만 괜찮아요. 왜냐하면 사랑하니까요.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를 굳건하게 지켜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네요. 마티아 아빠가 말했던 '다섯의 규칙'도 누군가에겐 힘이 됐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걸 기억한다면 어떤 순간이든 이겨낼 수 있어요.



"엄마, 엄지손가락 이야기 해줄래요?"

"어떤 엄지손가락?"

"그 이야기 있잖아요. 할머니는 집게손가락, 로사나 누나는 가운데, 나는 넷째 손가락, 이모는 새끼손가락이요.

그래서 엄마의 '이유'는 모두 함께 손에 있는 거라고 했잖아요. 엄지손가락이 누군지 말 안 해주셨어요.

아빠에요, 제노 조르치에요?"

엄마가 웃음을 터뜨렸는데 아주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아니야, 마티아."

이렇게 말하며 내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엄지손가락은 엄마야. 처음부터 언제나 나였어.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을 뿐이야."

엄마는 손가락에서 양파 모양의 반지를 뺐다. 그리고 몇 달 전부터 절대 안 된다고, 생각조차 안 된다고 금지시켰던

행동을 망설임 없이 했다.

내 옆에 누워 나를 꼭 안아준 것이다. (273-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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