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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안나 카레니나』2권에서 주목할 인물은 콘스탄틴 (코스챠) 드미트리예비치 (드미트리치) 레빈이에요.
콘스탄틴 레빈은 1권에서 봐 왔던 도시 귀족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요. 그에게 최고의 생활은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인데, 그건 단순히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을 위한 생활 터전으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친형 니콜라이와 이복형 세르게이는 달랐어요. 형들은 말로는 농민들을 사랑하고 이해한다면서 속으론 적의를 품고 있고, 시골 생활과 농민들을 자신들의 삶과는 별개의 관찰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요. 반면 레빈은 농민들을 객체가 아닌 자신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에 형들의 태도가 불편하고 불쾌한 거예요. 막상 형제 간에 농민에 대한 견해 차이로 다투면 늘 세르게이가 이겼는데 그건 세르게이는 농민에 관한 확실한 견해를 가졌고 레빈은 그 어떤 견해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상반된 형제들의 태도에서 정치인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농민들을 동정하며 구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본인 스스로 농민의 정체성을 지니느냐.
도시 귀족들과 시골 농민들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려내면서 동시에 순애보적인 사랑을 꿈꾸는 레빈과 욕망에 탐닉하는 다수의 귀족들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레빈은 형처럼 논리정연하게 말하지는 못해도 귀족들의 위선이 얼마나 쓸모 없는 일인지를 알아차릴 정도로 현명했어요. 소박한 노동의 삶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누리는 레빈에게 단 하나의 고민은 사랑이었어요. 키티를 향한 사랑은 이미 거절을 당했기 때문에 더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 레빈을 보면서 심훈의 소설 <상록수>가 떠올랐어요. 농촌에 뛰어들어 농민들과 함께 농촌계몽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닮았어요. 그는 순수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알고 있어요.
"어째서 나리께선 그토록 농부들을 걱정하시는 거예요?"
"그들을 걱정한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야." (238p)
안나의 남편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은 아내의 불륜을 알고도 감추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소름돋았어요. 이혼은 공개적 망신이니까, 무엇보다도 브론스키와 안나가 행복해선 안 되니까. 결투, 이혼, 별거 중 카레닌이 선택한 건 아내를 벌하는 방법이었어요. 그들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안나를 제 곁에 붙잡아 두는 거예요. 그래야 안나가 불행해질 테니까. 상대방의 불행을 바라면서 자신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안나도 마찬가지예요. 브론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불 보듯 뻔한 파국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찰나의 행복과 숱한 불행들이 뒤섞여 있네요. 레빈은 그토록 연모했던 키티와의 결혼에 성공했고, 안나 부부는 이혼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요. 안나의 남편과 불륜남의 이름이 똑같이 알렉세이인 것처럼 인생은 얄궂은 우연과 모순 투성이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