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발견하는 뇌과학 - 뇌과학이 말하는 자아감 성장의 비밀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애들은 왜이래?"
"사춘기가 뭐길래, 도대체 넌 누구니?"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가 무럭무럭 커가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만 짓고 싶지만 사춘기 앞에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네요.
지금 눈앞에 저 외계인이 그토록 사랑스럽던 베이비였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거든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는데도 사춘기를 모르겠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뇌과학적인 해법을 찾았어요.
아참, 혹시나 '나는 자녀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넘겨버릴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보태자면 당신이 겪은 사춘기를 뇌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본인에 대해 절반도 모른다는 사실이에요. 육체는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의 몸을 갖췄을지는 몰라도 뇌 발달 측면에서 자기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느낄 확률이 크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뿐 아니라 도덕이나 윤리, 가치관, 개별적 취향 등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해요. 바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길이니까요.
《나를 발견하는 뇌과학》은 세계적인 인지 신경과학자가 들려주는 뇌 이야기예요. 뇌과학이 밝혀낸 자아감 성장의 비밀을 다루고 있어요. 기본적인 자아감은 생애 초기에 형성되지만 가장 극심한 자아감 변화는 청소년기에 경험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은 자아 정체성이 발달하는 청소년기의 뇌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과연 청소년의 뇌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걸까요.
저자는 원래 조현병을 앓는 성인 연구를 했는데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10대 청소년의 뇌 발달 연구로 방향 전환을 했다고 해요. 그 이유는 박사 과정 중 에든버러 정신과 의사들과 공동 연구에서 조현병을 비롯한 심리·정신 질환이 후기 청소년기 혹은 초기 성인기에 처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마침 그 시기에 연구 지원 사업이 시작된 것이 한몫했다고 하네요. 오랫동안 뇌과학자들은 생애 초기의 뇌 발달이 평생의 뇌 기능을 결정한다고 여겼는데, 1990년대 말에 발표된 몇 편의 연구 논문에서 그런 가설이 완전히 틀렸고 인간의 뇌가 10대, 20대까지도 계속해서 발달한다는 주장을 내놨어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의 뇌 발달 연구를 하고 있는 저자 역시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평범한 청소년의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2013년 <가디언>에 기고한 다이나 홀의 편지가 나와 있어요. 다이나가 10대 소녀 시절에 쓴 일기를 발췌한 내용인데 여기서 핵심은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역사적인 사건보다도 자신이 무슨 옷을 입었으며 누굴 좋아하고 싫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자기 정체성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는 시기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춘기에는 자기 정체성과 함께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구축해가는 시기라서 사회적 자아, 즉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타인의 판단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거예요. 청소년에게 친구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또래 집단의 인정을 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죠. 그런 이유로 또래 집단의 영향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모험을 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릴 때 또래 집단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따라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금연이나 학교 폭력 근절 캠페인도 학생이 주도해야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뇌과학에서 MRI 촬영은 발달 중인 뇌와 관련된 많은 사실을 밝혀냈는데,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가장 두드러지면서도 장기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뇌의 영역은 전전두엽 피질이라고 해요. 전두엽은 뇌의 가장 앞쪽에 있고, 인간의 전두엽이 다른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건 매우 유의미한 근거예요. 전두엽은 의사 결정, 계획 수립, 부적절하거나 위험한 행동 자제, 사회적 교류와 타인에 대한 이해, 자의식처럼 높은 수준의 인지 기능과 실행 기능이 폭녋게 연관되어 있어요.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청소년의 뇌가 어린아이나 성인의 뇌와는 물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에요. 청소년의 뇌는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달랐던 거예요. 왜냐하면 뇌 발달 측면에서 청소년기가 가장 눈에 띄는 발달 시기이기 때문이에요. 성장하고 발달하고 있는 뇌를, 우리는 이제껏 오해했던 거죠.
결국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10대의 뇌를 이해해야 자아감 성장의 비밀을 풀 수 있기 때문이에요. 뇌과학 연구가 그 열쇠였던 거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