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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의 기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 지음, 유정훈 옮김 / 필요한책 / 2022년 2월
평점 :
가족끼리 모여도 TV 아니면 스마트폰.
이건 좀 문제다 싶어서 고민하다가 체스를 떠올렸고, 덥석 체스판부터 구입했어요.
아무도 체스를 해본 적이 없어서 가장 쉽게 설명되어 있는 어린이용 입문서를 보며 각 기물들의 명칭과 제자리에 놓는 법을 배웠어요.
사실 체스판에도 간단한 사용설명서 한 장은 들어 있어서, 게임 규칙을 익히는 데에는 별 어려움은 없어요.
다만 게임을 몇 번 하다보면 '어라, 잡혔네?'라는 순간들이 있어요. 전략 없이 쭉 직진만 하다가 잡힌 건데, 상대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인 거죠.
역시 게임에는 필승 전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체스의 기본』이라는 책은 제목과는 달리 '완전 초보자'의 기본이 아니라 '체스 전략'의 기본서라고 봐야 해요.
체스를 처음 배우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 전략과 전술을 익힐 수 있는 교재인 거죠.
저자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는 누구인가부터 살펴보면 이 책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그는 1888년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 12살 때 쿠바 챔피언 후안 코르조와 3전 1승 2패의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체스 천재로 이름을 올렸고, 1921년에는 엠마누엘 라스커를 이기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되었으며 이후 1927년까지 타이틀을 유지했어요.
또한 1916년부터 1924년까지 8년간 63전 40승 23무 0패라는 대기록을 남겼어요. 1927년 알렉산더 알레킨과의 명승부 끝에 패배했지만 체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어요.
서문을 보면 『체스의 기본』이 1921년 처음 출간된 것을 알 수 있어요. 저자는 "체스에서 전술은 바뀔지 몰라도 전략적 기본 원칙은 항상 같기 때문에 ... 게임의 법칙과 원칙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2022년 현재 이 책을 마주하고 있다니 뭔가 소름이 돋더라고요.
체스를 모를 때는 그냥 게임이지 뭐 다를 게 있겠나 싶었는데, 일단 해보니까 달라요. 바둑처럼 복기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체스를 두고 나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한 수를 기준으로 앞뒤 과정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보면서 '아하, 전략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배우게 됐어요.
이 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체스판 가로 a부터 h까지, 세로 1부터 8까지 포지션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해요. (체스판 가로행을 파일 File, 세로열을 랭크 Rank 라고 함.) 맨 처음에 나와 있는 체스 기보 읽는 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예제를 보면서 기물의 위치 변화를 빠르게 익힐 수 있어요.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가 알려주는 첫 번째 원칙은 엔딩, 미들게임과 오프닝이며, 첫 번째 목표는 기물의 능력에 익숙해지는 거에요. 간단한 메이트들을 얼마나 빨리 완수하는지가 중요해요. 물론 모든 절차와 세부사항을 철저하게 숙지해야 이후 계속되는 원칙들을 이해할 수 있어요. 많은 초보자들이 적절한 지식 습득의 부족으로 동일한 포지션에서 자꾸 패배하는 거예요.
예제 1 은 룩과 킹으로 킹을 끝내는 경우예요. 원칙은 상대 킹을 체스보드 어느 한 쪽의 끝줄로 몰아가는 거예요. 이 포지션에서 룩의 위력은 첫 번째 동작 Ra7 으로 입증돼요. 초심자가 따라야 하는 원칙은 자신의 킹을 상대 킹과 최대한 같은 랭크로 유지하거나, 같은 파일로 유지하는 거예요.
책의 구성은 67개의 예제와 중요한 경기 14개가 체스판 그림과 기보로 표시되어 있어서 하나씩 차근차근 연습할 수 있어요. 기보를 읽어가며 연습하는 과정이 처음엔 낯설고 어색했는데 점점 재미있는 것 같아요. 게임은 실전이 제맛이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허튼 수를 두는 것보다는 꾸준한 연습으로 기본기를 쌓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이 한 권의 책으로 든든한 체스 선생님을 둔 기분이에요.
『체스의 기본』은 체스에 관한 모든 책들 중 가장 위대하다.
- 미하일 보트비닉 (그랜드마스터, 제6대 세계 체스 챔피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