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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평점 :
엘리 커크(1977~2016)를 추모하며
지난 7일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엘리의 곁에 머물며...
엘리가 겨우 일주일 전에, 짐 쌀 시간도 없이,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을 그토록 갑작스레 떠난 것을 떠올렸다.
우리는 병원에 금방 다녀올 거라고, 몇 시간 뒤면 집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나날이, 심지어 몇 주는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즉시 엘리를 중환자실로 데려갔고, 중환자실에서 다시 호스피스 병동으로 보냈으며,
엘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이제 엘리는 없었고, 나는 돌아왔고, 집은 텅 비었다. 눈물을 흘릴 힘이 없었다. 잠이 필요했다.
함께 13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텅 비어 있었다. 느닷없이 밀려든 슬픔이 아직 낯설었다.
나는 이 슬픔이 내게 무엇을 할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다리고 있었다. (10p)
《타인이라는 가능성》은 철학자 윌 버킹엄의 책이에요.
저자는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이 핑 돌았어요.
상실과 슬픔, 그 절망적인 상황이 불쑥 제 마음을 찔러서 무방비 상태로 감정이 앞서 버렸어요.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 뒤 거리를 걷던 저자는 기금을 모으는 사람에게 붙잡혔는데, 그는 유방암 연구 기금을 모으고 있었어요. 유방암에 대해 아느냐고 묻는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엘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길 했는데, 그는 "안아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며 두 팔로 꽉 안아주었어요. "고마워요." 그의 어깨에 기대 울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놀랍게도 저자는 엘리가 죽고 난 후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슬픔이 초래한 마비 상태의 강력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로 낯선 이들, 타인이 지닌 가능성에 관하여, 어딘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측면이 있음을 발견한 거예요.
이 책은 낯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낯선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주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어요. 낯선 사람들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가능성일까, 위협일까?
이 질문들의 핵심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 가능성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낯선 이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단절된 상태로 외로워하고 있어요. 고립과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 낯선 사람을 향한 두려움)라는 이중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요. 더군다나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시대가 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요. 일부 연구에서는 심장마비와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종류의 질병이 외로움과 연관되며, 외로움이 죽음에 미치는 영향이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만큼 강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요. 외로움이 이토록 파괴적인 것은 우리 인간이 만지고 만져져야 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립을 넘어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타인을 환대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스스로 미지의 세상에 들어서던가, 아니면 문을 활짝 열어놓던가.
저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철학과 문학, 역사, 인류학의 이야기 그리고 넘기 힘든 경계와 문턱을 넘어간 여행자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어쩌면 삶과 죽음 그 사이를 거닐고 있는 이방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마지막 인사말이 기억에 남네요.
"안녕, 낯선 사람 Hello, Strange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