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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평점 :
안견의 '몽유도원도'을 아시나요?
다들 교과서에서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당연히 우리의 문화유산이니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이 그림은 지금 일본 덴리 대학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일본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해요. 빼앗긴 보물...
<몽유도원도>는 세종의 셋째 왕자인 안평대군 이용의 꿈에서 시작되었다.
벗들과 함께 복사꽃 가득한 도원을 즐겼다는 이야기다.
... 그 도원을 간직하고 싶었음일까. 안평대군은 화가 안견을 불러 이 밤의 꿈을 그리게 한다.
(1미터 남짓한 두루마리 그림이지만 하룻밤 꿈을 담기에 부족하지 않다. 안견은 사흘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정묘년이면 세종 처세 30년에 이른 1447년. 문화적 자부심으로 가득한 세종 시대 화단의 중심을 지킨 이름이 바로 안견이다.
이후 한 세기 이상 조선 산수화를 지배한 것이 바로 '안견 화풍'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견이 <몽유도원도>에서 구사한 화풍이다.
안평대군은 본인 또한 조선 전기 최고로 꼽히는 서예가였는데, 이 그림이 몹시 마음에 들었던가보다. 직접 제호와 발문을 써넣기까지 했다.
안견의 그림에 안평대군의 글씨. 15세기 조선 화단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명작에 찬시가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찬시를 바친 이는 모두 스물한 명. 김종서, 정인지,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등 정계와 집현전의 핵심 인재들이다.
... 제호와 나란히, 꿈을 꾼 지 3년 뒤 안평대군이 더한 시 한 수가 적혀 있다.
"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 은자들의 옷차림 아직 눈에 선하거늘 / 그려놓고 보니 참으로 좋을시고 / 천년을 이대로 전하여봄직하지 아니한가."
(315-316p)
《이 순간을 놓치지 마》는 우리 그림에 관한 책이에요.
우리 문화재에서 국가의 보물로 지정된 국보와 보물 2,643점 가운데 그림은 303점이 전부라고 하네요. 저자는 보물로 지정된 그림 수백 점 중 '나의 보물'을 골라, 세 가지 주제와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첫 장은 이상, 꿈을 보여준 그림들이고, 둘째 장은 현실, 삶 속에서 만난 장면들이며, 셋째 장은 역사,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남다른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부록인 넷째 장은 보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덜하지 않은 그림들이 나오네요. 특히 <수월관음도>, <몽유도원도>처럼 일본이 소장하고 있어서 우리 보물로 지정할 수 없는 그림들은 안타깝고 속상해요. 15세기 조선 화단을 대표할 만한 화가 안견의 그림이 현재 전해오는 진작眞作은 <몽유도원도> 하나뿐이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어요. 조선의 산수화풍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그림, 이 소중한 보물이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니, 설마 독도처럼 자기네 그림이라며 거짓 역사를 주장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네요. 교과서에서 처음 <몽유도원도>를 봤을 때부터 '어떻게 현실이 아닌 꿈의 내용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해냈을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건 모두 화가 안견의 천재성 덕분인 것 같아요. 직접 볼 수 없지만 책 속의 사진과 저자의 해설을 읽으면서 새삼 그림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아요. 안평대군의 비극적인 삶과 아름다움 꿈속 풍경이 대비되면서 뭔가 인생무상 제행무상의 깨달음과 맞닿은 느낌을 받았네요. 그래서 더욱 <몽유도원도>가 우리 품으로, 우리의 보물로써 되돌아오길 바랄 뿐이네요.
저자는 김홍도의 <추성부도>, 작가 미상의 <소상팔경도>, 심사정의 <촉잔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김정희의 <세한도>, 유숙의 <홍백매팔폭병>, 정선의 <금강전도> 등 아름답고 훌륭한 그림들을 해설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각 작품이 지닌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심미적 관점에서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미처 알아보지 못한 우리 그림 보물들을 통해 저자는 화사한 봄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네요.
"이 순간을 놓치지 마.
당신의 보물이 기다리고 있다." (1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