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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달 후, 일 년 후》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이에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읽기도 전에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제의 이야기.
얼마 전 한국 영화 <조제>를 봤는데 미묘하게 일렁이는 감정을 느꼈어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여주인공이 자신을 '조제'라고 불러달라고 해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은 뒤로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거예요.
어쩜 이럴 수가... 영화 속 주인공이 '조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이제야 이해했어요. 청춘 시절의 황금빛 나날이 허락된 사람.
스물다섯 살의 부유하고 매력적인 그녀는 정작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무익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면 말이죠. 물론 그때문에 조제가 불행하거나 슬퍼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알고 있어요,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무해한 존재라는 것, 때로는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걸 말이죠.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주인공을 따져야 한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혹은 '부질없는 욕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네요.
새벽 4시, 조제의 아파트에 걸려온 전화는 베르나르였어요. 그는 왜 그 시각에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했을까요.
"여보세요." 그리고 이어서 "누구야?" 하는 조제의 목소리. (10p)
조제의 전화를 받은 청년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을 차린 베르나르는 얼른 전화를 끊었어요. 베르나르에겐 순애보적인 사랑을 품고 있는 아내 니콜이 곁에 있어요. 그러나 니콜에 대한 사랑은 식었어요. 애초에 그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니콜은 베르나르의 슬픔에 젖은 상냥함에도 행복을 느껴요.
말리그라스 부부(알랭과 파니)는 오랜 세월 서로를 사랑했고, 잠시 떨어져 지내다가 각자 오십대가 되어 다시 만났어요. 그들의 즐거움은 월요 살롱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이에요. 조제, 자크, 베르나르, 니콜 그리고 매혹적인 여배우 베아트리스... 여기에 알랭의 친척인 젊은 청년 에두아르가 등장해요. 베아트리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결코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요. 사랑보다 더 큰 야망을 지녔기 때문이죠. 저마다의 욕망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열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조제, 당신 어디로 사라졌던 거예요?" (37p)
가까스로 미소를 띠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그녀는 지쳐 보이기도 했고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는 것.
그건 베르나르가 본 조제였어요. 그녀가 방황하는 젊은이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하게 된 거예요.
어쩌면 베르나르가 사랑한다고 느낀 감정의 본질은... 젊음 그 자체... 방황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젊음, 그 자유로움이 아닐까요.
그건 알랭도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젊은 청년 에두아르의 고뇌와 번민은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랑은 젊은이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
문득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떠오르네요. 조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진실한 행복, 그리고 잘못된 사랑이야기.
우린 달리는 말의 고삐를 당길 수 없을 거야." (10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