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마법도구점 폴라리스
후지마루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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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이한 일들이 분명 존재해요.

그런 현상을 직접 겪은 사람이라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작용했다고 느낄 거예요.

만약 이상한 열쇠 꾸러미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강에 던졌는데 다음날 악몽과 함께 머리맡에 돌아와 있다면 어떨까요.

일단 엄청 기분이 나쁘고 누군가 짓궂은 장난을 친 거라고 짐작하겠지요. 그러나 대학교 2학년생 도노 하루키는 생각이 달라요. 왜냐하면 도노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기 때문이에요. 왼손이 상대의 몸에 조금이라도 닿으면 속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말썽이 벌어진 탓에 초,중,고등학교 내내 하루종일 왼손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외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거든요. 그야말로 도노에게 왼손이란 저주의 스위치인 거죠.

2학년 봄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쯤 됐나, 매일 밤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면 머리맡에 의문의 열쇠 꾸러미가 놓여져 있는 거예요. 아무리 버려도 다시 머리맡에 돌아오니 너무나 괴로워요. 왼손만도 버거운데 저주받은 물건이라니, 지칠대로 지쳐 정신줄을 놓을 때쯤 학교 근처에 괴현상을 해결해주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골동품 가게 폴라리스.

바로 이곳에서 뜬금없이 마주한 사람이 쓰키시로 다마키예요. 도노와 같은 학부인 그녀는 예쁜 외모 때문에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라 도노도 멀리 지켜본 적이 있는데 왜 늘 혼자인 건지 궁금했거든요. 골동품 가게는 쓰키시로 집안 대대로 내려온 마법도구점이에요. 평소에는 골동품 가게지만 의뢰가 들어오면 대가 없이 도와주는 게 선대부터 이어져온 방침이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쓰키시로는 마법사인 거죠.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강렬해지면 마법이라는 개념이 생겨. 마법이 물건에 깃들면 마법 도구가 되고, 사람 안에 깃들면 마법사가 되는 거야.

마법도구든 마법사든 원래 품고 있던 생각과 관련된 능력을 하나씩 갖게 돼. 그런데 그 힘이 한정되어 있고, 자신도 모르게 발휘되는 까닭에 대부분 악영향을 미치지. 여기는 마법이나 마법도구 때문에 발생한 사건을 해결해주는 가게야. " (23p)

마법에 관한 흥미로운 설명이죠? 귀신이나 유령, 혼령 이야기보다는 훨씬 밝고 재미있어요. 왠지 호그와트를 상상하면 즐거운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어딘가에 마법도구점이 있다면 놀러가고 싶네요. 새벽 3시 33분, 골동품 가게 폴라리스에서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고요. 소심남 도노가 폴라리스에 아르바이트생이 되었거든요. 마법사 쓰키시로와 함께 하는 도노의 마법도구점 이야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무엇보다도 마음씨 착한 도노가 드디어 왼손의 저주를 풀어서 좋았어요. 왼손의 마법 덕분에 쓰키시로와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세상에 마법이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잘 모르겠다고 답하겠지만 그래도 착한 사람에게 좋은 마법의 힘이 깃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어요. 마법의 판타지 세계를 완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멋진 이야기였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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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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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은 다들 기억할 거예요. 이후 유사사건의 범죄자들이 체포되었지만 솜방망이 판결이 내려져 공분을 샀죠.

가해자들은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지울 수 없는 디지털 기록 때문에 고통스럽게 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어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도 이러한 범죄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나를 지워줘》는 이담 작가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잊힐 권리'에 관한 취재 과정에서 디지털 기록이 누군가에게 주홍글씨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최근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 모리는 열여덟 살의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에요. 다섯 살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지금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모리가 디지털 장의사를 하게 된 건 교통사고 당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쌍둥이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였어요. 인터넷 검색과 SNS를 뒤적이다가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는 사이트를 접하면서 피해자들의 모습이 동생 모연처럼 느껴져 사진을 지울 방법을 찾게 되었고 어설프게나마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라는 홈페이지까지 직접 만들게 된 거예요.

학교에서는 절친 수성이와 전교1등 현준이가 모리의 은밀한 활동을 알고 있어요. 어느 날 같은 반의 리온이가 현준에게 얘길 들었다면서 모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현재 리온이는 <K- 아이돌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톱10까지 오르면서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친구인데, 갑자기 이상한 동영상이 올라와서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같은 반에 진욱이는 8반 남학생만 있는 단톡방에 음란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는 친구인데, 아빠가 검사이고 엄마가 대학교수라서 웬만한 문제를 일으켜도 다 해결되는 요주의 인물이에요. 너무나도 현실적인 분노를 자아내는 장면들 때문에 읽는 내내 좀 힘들었어요.

사실 소설에서는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어요. 실제로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청소년들의 성착취 범죄 내용이 경악할 수준이에요. 어떻게 또래 친구나 어린 아동을 상대로 이토록 끔찍하고 잔인한 짓을 저질렀을까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하는 문제일까요. 당장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많이 답답했어요. 그럼에도 우리 모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야기라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신경써야 할 건 아이들 성적이 아니라 인성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먼저 배워야 할 건 시험에 나오는 지식이 아니라 인간 교육인 것 같아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법을 모른다면 비극적인 사건은 계속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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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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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예요.

사랑 없는 삶은 무덤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물론 좀비처럼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마다의 방식대로 말이죠. 그러니 타인의 사랑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자신의 사랑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보이질 않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랑에 관한 탁월한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사강의 단편소설은 처음 읽었어요.

비단 같은 눈 / 지골로 / 누워 있는 남자 /  내 남자의 여자 / 다섯 번의 딴전 / 사랑의 나무 / 어느 저녁 / 디바 / 완벽한 여자의 죽음 / 낚시 시합 / 슬리퍼 신은 죽음 / 왼쪽 속눈썹 / 개 같은 밤 / 로마식 이별 / 길모퉁이 카페 / 7시의 주사 /  이탈리아의 하늘  /  해도 진다 /  고독의 늪

모두 열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워낙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라서 그 내용을 말할 수는 없어요. 반전 결말이라서 헉, 하고 놀랐어요.

요즘은 연애와 결혼, 부부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나 영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서 그런지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1975년이라면 어땠을까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들은 출간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는데,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네요. 

여자와 남자, 그들의 관계 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다니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에요. 대신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 이야기는 기대하지 마시길.

누구나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만 이룰 수 없는 건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결핍, 결함, 오류, 실수... 어쩌면 착각으로 인해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헤어지지만 결국 망각을 통해 다시 사랑하게 되는 순환고리에 갇힌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가 하면 혼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해요. 나와 너의 마음이 같다면 괴로울 일이 없겠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야겠지요. 사랑도 죽음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은 너무나 단호하네요. <다섯 번의 딴전>의 조세파와 <길모퉁이 카페>의 마르크는 확고한 자기결정권자인 것 같아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본인의 인생을 산다는 건 용기일까요, 아니면 고집일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다행이지 뭐야. 인생은 흘러가고, 넌 그대로 남았잖아. 

나도 남아 있고. 우린 춤추고."

"평생 춤출 거야. 우리는 춤추는 사람들이니까."

...

"사는 게 참 웃겨."

"뭐?"

"몰라."   (104p)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녀의 손바닥으로 불두덩이 튀어나왔다고, 말하자면 그녀가 관능적이라고 가르쳐주는 남자는 늘 그녀의 욕정을 차갑게 식히는 남자였다.

그녀의 성격이 밝다고 말해주는 남자는 늘 심심한 남자였다. 더 비참한 것은, 그녀에게 이기주의자라고 욕을 한 남자는 

늘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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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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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서른일곱의 두려움을 적어내려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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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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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설일까요, 아니면 에세이일까요.

첫 문장부터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1971년 3월의 봄,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떤 심경의 변화였을까요.

제목에서 드러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럼에도 뭔가를 기대하는 열혈 독자를 위해 미리 경고하고 있어요. 이 책은 야한 이야기도 없고 자전적 요소나 재미있는 기억도 나오지 않는다고요. 오로지 자기 내면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어요. 사실에서 출발하여 공상으로 빠져버리는 이야기, 바로 작가로서의 자아가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내 나이는 서른다섯...

아침과 저녁, 타자기와 자기 자신이 두려워 타자기를 두드리는 어떤 여자일 뿐이다.

두려움은 아름답지 않다.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두려움을 몰랐는데, 이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부'가 끔찍하다."  (10-11p)


사강의 작품에서 인물들의 나이는 꽤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치인 것 같아요.

서른다섯 살의 의미는 뭘까요. 미처 몰랐던 두려움이 밀려오는 이유는 더 이상 젊지 않아서, 아니 스스로 젊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요.

1971년 3월 사강의 나이는 서른일곱 살이에요. 열여덟 살에 작가로 데뷔하여 엄청난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녀이기에 두려움은 받아들이기 힘든 낯선 감정일 것 같아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불청객처럼... 그래서 사강은 십 년 전 인물, 자신이 창조해낸 극중 인물인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를 다시 불러냈어요. 

반 밀렘 남매는 연극의 두 주인공이에요. 그들은 빈털러리 신세지만 유쾌하고 아름다운 매력으로 눈 먼 지갑을 노리며 살고 있어요. 타인을 통해서 쓸모를 증명해내는 존재들.

그들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캐릭터처럼 사강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저 감정의 일부분일 뿐, 사강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개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영화 본 적 없다니까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를 모른다고요?"  (39p)


우연히 초대된 노라 제델만 부인의 클럽 모임에서 영화광인 남자가 엘레오노르에게 한 말이에요. 이 유명한 영화를 모르냐고 묻는 건데, 반 밀렘 남매는 스웨덴에서 십 년을 살았기 때문에 본 적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무수히 은행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커플의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실제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보니와 클라이드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요. 위험하고도 매력적이니까.

엘로오노르와 세바스티앵 역시 그 치명적인 매력은 삶의 무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들의 운명은 작가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우리가 "안녕, 내일 봐" (187p)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사실 내가 섬기는 유일한 우상, 유일한 신은 시간이다.

오직 시간만이 나에게 심오한 기쁨과 고통을 줄 수 있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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