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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와 정원 - 꽃의 법문을 듣다
현진 지음 / 담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수행자와 정원》은 현진 스님의 산문집이에요.
참으로 신기한 일이에요. 이 책의 내용은 실제로 청주 마야사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스님의 일상을 담고 있는데, 그 정원이 하나의 비유이자 법문처럼 느껴져요.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며 다른 어떤 일보다 정원 일에 공을 들였다고 해요.
입 다물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며
그렇게 한순간 머물다 가라.
그것이 좋은 말씀 듣는 것보다 몇 곱절 이롭다.
(14p)
절을 세우고 꽃과 나무를 심으며 하나하나 가꾸다 보니 건물보다 정원이 더 넓어졌고, 정원 일이 스님에겐 행복한 수행이 되었다고 하네요. 어느새 십 년이 흘렀고, 스님은 마야사 정원이 꽃과 나무들이 전해 주는 법문을 들으며 위로받고 머물 수 있는 공간,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원하고 있어요. 작은 화분 하나도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데, 넓은 정원은 오죽할까요.
요즘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숲은 멀리 있고, 정원은 가질 수 없지만 화분은 얼마든지 내 방 안에 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마저도 어렵다면 꽃다발 한 아름은 어떨까요. 봄날에 꽃을 즐기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삶은 없을 거예요.
현진 스님은 '식물은 우리 영혼의 치료제'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꽃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건 식물에 대한 인간의 사랑이 고금을 관통하는 본능이기 때문이래요. 종교에서는 인간이 잃어버린 신성을 식물이 간직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중세의 수도사들이나 수행승들이 정원과 텃밭을 가꾸었다고 해요. 순수한 노동일 수도 있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르기 위한 일종의 수양으로 봤던 거죠.
또한 스님은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일은 삶의 역사와 함께'였다면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노년까지 삼십만 평 정원을 가꾸었던 타샤 튜더는 그의 책 『타샤의 정원』에서 "우울하게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요. 좋아하는 걸 해야 해요. 아름다운 정원은 기쁨을 줍니다. 무수한 데이지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장면을 상상해 봐요. 따로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67p)라고 했고, 클로드 모네는 "정원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명작이다." (98p)라는 고백을 했다고 하네요.
이 책에는 정원의 이모저모, 예쁜 꽃들을 담아낸 사진들이 있어요. 우리는 그저 '아름다워라'라는 감탄을 하고 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활짝 핀 꽃뿐만이 아니라 그 꽃들이 피기까지 정원사가 쏟아낸 열정과 땀 그리고 사랑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해요.
조선의 선비 강희맹은 "호미 들고 꽃 속에 들어가 / 김을 매다가 저물 무렵 돌아오네. / 맑은 샘물에 발 씻고 나니 / 눈 맑아지고 숲속의 삶이 더 새롭다."라는 글을 썼다고 해요. 정원과 함께 하는 기쁨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현진 스님에게 행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땀 흘리며 즐기는 거라고, 그러니 스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삶은 정원을 가꾸다가 꽃들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정원이 곧 삶이 되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유유자적, 안빈낙도, 안분지족... 수행자의 정원을 통해 삶을 배웠네요.
우리에겐 저마다 마음의 정원이 있어요. 각자 그 마음의 정원사가 되어 매일 흙을 고르고 잡초를 뽑아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가꾸어내기를.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친절'이다.
이런 절로 유지하고픈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20p)
"세상을 배운다는 것은 갑자기 더 행복해지거나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기술은 삶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삶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다.
결국 죽음의 문제도 이해하고 성찰하면서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다.
그럴 때 비로소 지금의 삶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
(250-251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