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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도 대화가 필요해 ㅣ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유키 히로시 지음, 황세정 옮김, 전국수학교사모임 감수 / 영림카디널 / 2022년 5월
평점 :
수학 공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문제를 푸는 대신 읽으면 되거든요.
《수학도 대화가 필요해》는 유키 히로시의 <수학 소녀의 비밀노트> 시리즈 책이에요.
이 책에는 주인공 '나'와 세 친구들이 등장해요. 유리, 테트라, 미르카.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 토크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중학교 2학년인 유리는 '나'의 사촌 동생인데 논리적 사고를 좋아해요. 노나는 유리와 같은 반 친구로 수학에 자신감이 없어요.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인물일 거예요. 수학을 좋아하는 '나' 의 입장에서는 무척 곤란한 대화 상대예요. 사촌 동생인 유리와 후배인 테트라는 알겠으면 '알겠어.'라고 대답하고, 잘 모르겠으면 '잘 모르겠어.'라고 바로바로 말해주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가르칠 수 있었는데, 노나는 완전 다른 반응이에요. 노나는 '나'의 설명에 대해 시종일관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대화를 진행하기가 어려워요. 에고, 노나는 얼마나 위축되고 속상할까요.
바로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노나예요. 노나가 '나'와의 대화를 통해서 좌표평면에 점을 찍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곧 우리의 수학 수업이 될 테니까요. 책의 내용은 전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소리내어 읽으면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어요.
"수학의 개념은 너무 어려워, 복잡해!"라고 말할 때마다 누군가 뿅! 하고 나타나서 설명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한 적이 있어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 수준에 맞는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수학 선생님은.... 왠지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를 찾아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씩 머릿속에서 윤곽이 드러나게 될 거예요. 수학의 점과 직선, 좌표평면에서 보이는 도형의 세계와 수식의 세계.
지금 수학을 잘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어요. 그 작아진 마음을 대변해주는 노나가 있으니까요. 점점 용기를 내어 질문하는 노나 덕분에 정확하게 개념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요. 어디선가 수학 공부를 암기한다는 학생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노나는 그 질문을 하네요.
노나 : 암기하면 안 돼요?
나 : 음... 외워서 안 될 거야 없지. 의미를 이해한 다음에 외우는 건 괜찮아. 하지만 처음부터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내용을 통째로 암기하려 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그리고 의미를 이해한 후에 외운다면 그건 더 이상 암기라고 말할 수 없지. 적어도 통째로 암기하는 건 아닐 거야.
노나, 넌 암기 여부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구나.
노나 : 시험 점수가 낮으니까요 ...
나 : 시험 점수가 낮으니까 들은 내용을 전부 암기해서 점수를 올리고 싶다는 뜻이야?
노나 : 네...
나 : 네 마음은 알겠어. 공부한 내용을 외우는 건 중요하지. 하지만 수학은 암기 과목이 아니야.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고.
노나 : 다른 건가...
나 : 뭐? 잠깐만, 노나는 공부를 암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노나 :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저기... 외우지 않으면 풀질 못하니까요...
나 : 있잖아, 노나야. 넌 뭔가를 '공부하거나' 뭔가를 '생각하는 게' 익숙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노나 : ...
나 : 배운 내용을 무작정 외워 버리면 점수가 약간 오를 거야. 그래서 공부를 암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
노나 : 공부와 암기는 ... 다른 건가요?
나 : 외우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지. 단순히 외운 내용을 떠올려 대답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과 달라. 열심히 외운다고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야.
(99-102p)
위 대화만 보더라도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감이 잡히죠?
수학 문제집이나 참고서에 적혀 있는 개념이나 원리를 줄줄이 읊는 건 머릿속에 잘 들어가지 않아요. 그러니 노나처럼 무작정 암기하는 건 수학 공부라고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대화를 통해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하나씩 짚어가는 과정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요. 책 제목처럼 수학도 대화가 필요하다고요. 막혔던 수학이 대화로 술술 풀린다는 걸 이 책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어? 어째서 이런 거지?" (302p)라고 말하게 된다면 그건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니까, 성공이에요.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달성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