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 프란시스코 고야부터 나오미 클라인까지, 세상과 맞서 싸운 이단아들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5월
평점 :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는 세상과 맞서 싸운 이단아 57인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에 실린 글은 『한겨레』 에 '박홍규의 이단아 읽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했던 57편이며, 책으로 내면서 사상과 행동의 이단아들과 문학과 예술의 이단아들로 나누어 정리했다고 해요. 저자가 정의한 이단아는 '시대와 세상 또는 나라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간 사람들'이며, 그들은 아웃사이더, 소수자, 반항인, 저항인, 예외자 등으로도 부를 수 있어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드라마 명대사가 떠올랐어요.
"나는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요."
그러나 여기 57인의 삶을 알고나니 모두가 향기로운 꽃이요, 치열하게 타오른 불꽃이었네요.
한 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위대한 삶은 저마다의 가슴에 불씨를 피워내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궤적을 좇기 위함이 아니라 '정신적 행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자가 소개한 "희망은 절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항상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른다." (184p)라는 구술역사가 스터즈 터클의 말과 "나는 사상이나 힘으로 승리한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마음으로 위대했던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202p)고 했던 소설가이자 극작가, 혁명가이자 음악인이었던 로맹 롤랑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어요.
소피야 코발렙스카야(1850~1891)는 유럽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이에요. '불꽃의 여자', '불꽃 같은 생애', '불꽃처럼 살다간 러시아 여성수학자'라는 표현은 모두 소피아 코발렙스카야의 평전 제목인데, 책 내용에는 '불꽃'이라는 말은 없다고 하네요. 남성 과학자들이 주류인 과학계에서 그녀의 존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단이었기에, 탁월한 능력뿐 아니라 엄청난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했어요.
주류에 맞선 대표적인 과학자로는 마리 퀴리(1867~1934)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마리가 외국인이면서 여성이었기 때문이에요. 평생 아웃사이더였던 과학자, 마리와 남편 피에르는 방사성 원소를 분리하고 발견해서 이후 원자핵물리학 발전에 기여했고, 그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처음엔 피에르만 추천되었고, 그가 마리와 공동 수상을 고집한 덕분에 부부가 함께 수상할 수 있었어요. 마리는 피에르의 사후 교수직을 받게 되는데, 이는 24년 전 스톡홀름대학의 교사가 된 소피야 코발렙스카야 이후 유럽에서 두 번째로 여성 교수가 된 것이라고 하네요.
직접적으로 사회 개혁을 외치지 않아도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해 기득권의 성벽을 조금씩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놀랍고 훌륭한 것 같아요. 사실 이단아들의 투쟁은 거창하기는커녕 홀로 외로운 저항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전쟁을 반대하고, 차별에 분노하며, 오직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웠을 뿐이에요. 57인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불꽃들이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중요한 건 그들 중 누구도 모범으로 삼지 말라는 거예요. 헤르만 헤세(1877~1962)는 1954년 77세일 때 자신의 작품들은 모두 개성과 개인의 옹호, 또는 절규라고말했는데, 저자는 이를 자발적 왕따의 정신적 모험이라고 해석했어요. 헤세는 "부모든, 교사든, 언론인이든, 예술가든, 지식인이든, 그 누구든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개성을 키워주는 일" (213p)이라고 말했어요. 홀로 바르게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의미예요. 따라서 그 누구도 누구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그 누구도 모범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어요. 즉 자기자신으로 살 것.
조제 사라마구(1922~2010)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 알게 된 노벨상 수상작가예요. 잔인한 권력이 인간의 존엄성과 개성을 짓밟는 '눈먼 자들의 나라'를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고 있어요. 이제는 눈을 떠야 할 때, 절망적인 상황에도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이단아들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불꽃이며, 우리는 또 다시 타올라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