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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평점 :
보이지 않는 세계,
볼 수 없으나 이미 존재하는 식물의 은밀한 감정,
그 신비로운 비밀을 풀어낸 책이에요.
궁금하죠? 식물에게 감정이 있다면 그건 의식을 지녔다는 의미일 텐데, 식물의 지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식물의 놀라운 지능과 감각, 감정 그리고 탁월한 생존능력에 관한 비밀들을 식물학과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하나씩 밝혀내고 있어요.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나는 온실에서 태어났다. 나의 어머니는 원예가였고, 아버지는 변호사였다. 식물은 나의 첫 번째 첨병이자 첫 번째 전략이었다." (11p)로 시작되는 이 책은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이미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의 온실에서 출발하여 40억 년 전의 바다인 '원시 수프'로 거슬러 올라가 생명체인 식물이 어떻게 인류와 공존하며 진화해 왔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어요. 식물은 수동적이고 무감각한 생물이라고 여겼다면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이 오해와 편견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얼마 전 피아니스트이자 식물 집사인 독일카씨를 알게 되었는데, 그의 집은 식물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식물들이 가득했어요. 식물들을 돌보는 그의 모습은 어린애를 돌보는 엄마 같기도 하고, 다정한 연인처럼 느껴졌어요. 유튜브채널에선 죽어가는 식물도 살려내는 식물명의로 유명한데,
제가 감동했던 건 독일 유학 시절에 키우던 난을 한국에까지 데려왔다는 점이에요. 유독 몸이 약한 아이에게 신경쓰는 엄마처럼 그 난은 어렵게 살려낸 식물이라 더욱 애정하는 마음이 컸다고 하네요. 여전히 한국에 와서도 예쁜 꽃을 피우는 난을 보니, 식물과의 교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식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반려동물보다는 반려식물에 더 관심이 가는 걸 보면 내면에 식물 세포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지구 위기를 구원할 특별한 히어로를 소개하고 있어요. 인간이 파괴하고 오염시킨 자연, 지구는 절멸 위기에 놓여 있어요. 우리가 식물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식물은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주기 때문이에요. 지구의 주인인 척 오만했던 인간은 위기 앞에 무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은 식물에게 의존하고 있고, 우리 역시 식물 없이는 생존할 수 없어요. 이 책을 읽고나면 식물은 인류 생존을 위한 동반자라는 것을 자각하게 될 거예요. 작은 화분에 심어진 식물조차 우리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데, 둔감한 우리는 그저 시들었다고만 여긴 거죠. 이제 식물의 감정에 반응하고, 그 언어에 귀 기울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식물 집사처럼 사랑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고 느낄 수 있겠지요.
30년 뒤, 몬테카를로 TV에서 본 나의 식물 선생 장-마리펠트와 친구가 되고서
나는 식물이 공격자를 절대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 미국 판례로 정립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공격자가 다가올 때 식물이 보이는 경계 태세는 오실로그래프(oscillograph : 전류·빛·음량 등의 진동상태를 가시곡선으로 나타내거나 기록하는 장치.)로 측정이 가능하다. 오실로그래프를 수국에 연결해 기록한 전자장 반응은 위스콘신주에서 어느 살인자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아무 증인 없는 온실 안에서 범죄가 저질러질 때 발생한 몸싸움으로 여러 용의자들 세워보라고 제안했다.
범인이 들어섰을 때 식물이 드러낸 감응은 전극으로 연결된 오실로그래프 화면에 정점으로 기록되었다.
식물의 감정 표현이 살인자의 자백을 촉구하면서 이 식물의 증언은 법정에서 법적 자격이 있는 것으로 선언되었다.
(14p)
"인간의 존재는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큰 하나의 일부, 시간과 공간으로 한계 지워진 일부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자기 생각을, 자기감정을 나머지와 분리된 사건처럼 경험합니다.
바로 거기에 의식의 착시가 있지요. 이 착시가 우리에게는 일종의 감옥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개인적 욕망과 몇몇 가까운 이들을 향한 애정에 가두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할 일은 연민의 원을 넓혀서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과 모든 자연을 그 안에 집어넣음으로써
그 감옥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입니다."
(18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