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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무늬 상자 ㅣ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평점 :
《붉은 무늬 상자》 는 김선영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을 통해 십대 아이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했네요. 그건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탐정이 된 느낌이었어요.
주인공 벼리는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갔어요. 엄마는 벼리를 학교 기숙사로 데려다 주던 길에 우연히 은사리 폐가를 발견했는데, 이상하게도 그곳을 둘러보다가 눈물을 흘렀어요. 그 뒤로 엄마는 굳이 그 낡고 허름한 집을 구입해 아빠의 만류에도 혼자 즐겁게 집을 가꾸기 시작했어요. 물론 벼리도 엄마를 돕는 차원에서 주말이면 폐가의 before / after 를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지붕이 무너진 방에서 붉은 나무판을 발견했고, 조심스럽게 꺼내보니 향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무늬 상자였어요. 엄마는 상자의 흙을 닦아내며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이듯 어루만지더니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줬어요.
"벼리야, 사실은 말이야.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
(39p)
도대체 엄마는 왜 여자애가 죽은 그 집을 산 것일까요. 엄마는 비극적인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계약했고, 벼리는 붉은 무늬 상자를 꺼낼 때 알게 된 거예요. 동네 사람들은 음침하다며 오랫동안 비워둔 집인데, 하필이면 그 집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학생 벼리는 문득 붉은 무늬 상자를 보며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세나를 떠올렸어요. 왠지 세나에게 마음이 쓰였고, 서툴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어요. 원래 전학 온 첫날에 세나가 먼저 벼리에게 관심을 보였는데, 벼리는 소문 때문에 피했던 거예요. 서로 오해를 풀고 가까워진 벼리와 세나는 함께 붉은 무늬 상자의 비밀을 나누게 되고...
여기서 가장 신기한 건 벼리의 엄마인 것 같아요. 늘 친구처럼 다정한 엄마가 벼리에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아요.
"어디가 됐든, 사연이 없는 곳이 없대. 엄마가 그러는데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면 되는 거래."
(93p)
조그만 시골 동네는 숱한 소문이 퍼지게 마련이고, 대부분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보단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벼리 엄마는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은사리 폐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세월 속에 묻힐 뻔한 사연, 그 숨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는데... 예상과는 달라서 놀랐지만, 마지막은 좀 후련했어요. 인과응보, 그게 순리죠.
"사람이 왜 사람인 줄 아냐? 사람과 괴물의 차이가 뭔지 아냐고?"
"......"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할 줄 모르면 그게 괴물이지."
(14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