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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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이 지났네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을 관람하기 전에 원작을 처음 읽었는데, 지금 머릿속엔 크리스틴과 유령의 앙상블만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으로 인해 원작이 지닌 암울하고 비극적이며 다소 섬뜩하기까지한 내용이 가슴 절절한 사랑으로 승화된 것 같아요.

문화계 소식을 보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13년 만에 돌아온다고 하네요. 2001년 한국 초연 이래 마지막 한국어 공연이 2009~ 2010년이었으니 실로 반가운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작년에 한국어 공연을 위한 준비 단계로 유령과 크리스틴을 비롯한 전 배역 오디션이 있었는데, 과연 어떤 새로운 스타가 발굴되었을지 기대가 되네요.

이번에 소담출판사에서 프랑스어 원서를 직번역한 (처음 한국어판은 영어판으로 중역되었음) 완역본으로, 2022년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 이 출간되었어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을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문학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 은 1910년 작품으로 1880년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가스통 르루의 추리소설이에요.

워낙 이 작품은 뮤지컬로 더 유명하기 때문에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왜 원작소설을 꼭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직접 읽지 않고서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


느닷없이 납치된 크리스틴 다에, 

너무나 기이한 상황에서 사망한 샤니 백작, 실종된 샤니 자작,

그리고 오페라 극장에서 세 명의 조명 담당자들의 기절......

라울과 부드럽고 매력적인 크리스틴의 순정적인 사랑을 둘러싸고 

숱한 비극과 격정 그리고 범죄가 벌어졌다.

숭고함과 신비로 가득 찬 가수는 대체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530p)


파리 오페라극장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주인공인 오페라의 유령은 흉측하고 기형적인 얼굴로 태어나 기구한 삶을 살아온 에릭이라는 남자예요. 언제나 오페라극장의 5번 박스석에 자리하는 그를 사람들은 '해골 모습을 한 유령'이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에릭은 유령처럼 살아왔기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포심이 적대감과 혐오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요. 태어날 때부터 사랑받지 못한 아이였던 에릭이 오페라의 유령이 되어 젊고 아름다운 프리마돈나인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다가 납치하는 과정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나 무서워요. 하지만 에릭은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도 사랑 받으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평생 원한과 증오의 광기로 이글거렸던 그가 어떻게 사랑으로 정화될 수 있는지... 크리스틴의 진심어린 눈물, 그 마음이 에릭의 얼었던 심장을 녹였다고 생각해요. 단지 에릭이 원했던 건 사랑일뿐, 그 사랑을 받지 못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

그러니 사연을 모르는 이들은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떠들겠지만 우리는 '진실한 사랑을 했던 남자 에릭'이라고 기억해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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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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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 봐야 할 원작소설!
내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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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캠핑 30일
안수지 지음 / M31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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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여행이라면, 결혼은 캠핑이다~ 놀라운 유럽 캠핑 여행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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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캠핑 30일
안수지 지음 / M31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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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행 책을 봤지만 여행을 가기 위해 결혼한 사람들은 처음 봤어요.

《유럽 캠핑 30일》 은 유럽 캠핑여행기인 동시에 신혼 여행기이기도 해요.

저자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쭌의 컴퓨터 화면에 떠 있는 풍경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어디인지를 물었대요.

그곳은 바로 '돌로미티', 알프스 산맥 중 이탈리아에 있는 곳으로 오아시스처럼 생긴 호수가 웅장한 돌로미티의 암봉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요.

이탈리아의 '돌로미티' 사진 한 장을 본 저자는 그곳에 가고 싶었고, 곁에 남자친구가 있었으므로 프로포즈를 했대요. 둘 다 프리랜서지만 각자의 일상에서 30일이라는 시간을 떠나기위해서는 모두가 납득할 명분이 필요했고, 신혼여행을 위한 결혼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대요.

"세상에 이런 일이" 에 나올 법한 부부인 것 같아요. 흔쾌히 동의한 남자친구도 대단하지만 저자야말로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요. 한마디로 찐!

인생을 멋지게 살 줄 아는 것 같아요.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오롯이 나의 인생을 산다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네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버킷리스트로 꼽는 건 아마도 선뜻 떠날 수 없는 현실적 제약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제약이 스스로 만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기 없는 사자처럼 마음 안에 단단한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

유럽 여행이라고 하면 도시 위주로 둘러보는 것만 떠올렸는데, 쭌 부부처럼 텐트를 치고 동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해먹는 집시 스타일을 처음 본 것 같아요. 더군다나 신혼여행을 유럽에서 캠핑으로 한 달을 산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이 책은 여행기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캠핑 여행을 통해 결혼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네요.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저 사람과 낯선 나라에서 캠핑을 한다면...?'이란 상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꽤 재미있을 것 같다면 OK!

책 속에는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브르노),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잘츠부르크, 인스부르크, 리엔츠, 블루마우, 빈), 스위스 (쿠어, 그린델발트), 이탈리아 (마카뇨, 베르가모, 돌로미티)의 캠핑 여행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어요. 그 가운데 쭌 부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돌로미티에 관한 내용은 꼭 언급하고 싶네요. 왜 저자가 첫눈에 반했는지 알 것 같아요.

돌로미터 근처에는 여러 산장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로카텔리 산장은 고도 2,450m 위치여서, 트레치메의 정면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해요. 거의 구름 높이라서, 신선이 된 기분을 느낄 것 같아요. 다만 돌로미티를 만나러 가는 길은 웬만한 트래킹 코스를 뺨치는 난이도라는 점. 백운석회암 돌맹이들이 깔려 있는 자갈밭이 급경사로 펼쳐져서 미끄러질 위험뿐 아니라 걷기에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험난한 코스네요. 쭌 부부는 로카텔리 산장을 향해 가던 중 놀라운 동굴을 발견하게 되는데, 원래 메인 도로로 갔다면 마주치지 않았을 장소라고 하네요. 캠핑과 도보를 즐기는 두 사람의 취향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사람이 만든 흔적이 느껴지는 네모 반듯한 공간의 동굴인데 그 동굴 입구에서 바라본 트레치메의 풍경은 사진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오는 절경이에요. 진짜 놀라운 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그 동굴이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이라는 거예요. 대자연의 감동 뒤에 전쟁이라는 잔혹한 역사라니, 묘한 감정이 일어나네요. 캠핑 여행이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는 30일간의 이야기였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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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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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은 최미래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자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열세 번째 책이에요.  한국 단편소설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것 같아요.  분량적으로 짧은데 이야기의 양은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아요. 딱딱했던 막대기엿이 쭈우욱 늘어나는 느낌이랄까.

소설 속 화자인 '나'는 툭툭 던지듯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왠지 유난스러울 것 같은 엄마와 대쪽 같은 성격의 언니, 그리고 내 사랑 윤조.

처음엔 윤조가 헤어진 연인 관계인 줄 알았어요. 분명 사랑이라고 표현했으니까, 무엇보다도 '너는 여전히 손톱이 길구나. 나는 너의 손톱을 깎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15p)라는 문장으로 둘 사이를 짐작했던 거죠. 그러나 상상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에요. 어쩌면 상상하지도 못한 사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나와 윤조의 관계는 소설가와 소설 속 주인공 혹은 현실과 꿈...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럴 것 같은 느낌인 거지, 정확하게 규정하긴 어려워요. 같은 반이었고, 교실에서 왕따인 부반장이 친구에게 맞고 있을 때 다들 우왕좌왕 소란스러운데 윤조만 뒷문에 등을 기댄 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어요. 나는 그 옆으로 갔고, 윤조는 말했어요. "잘 봐, 이 틀어진 공기를. 제대로 보는 거야." (18p)

윤조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평소와 달리 묘하게 어긋난 교실. 그날 이후로 쭉 윤조와 함께 다녔어요. 윤조는 학교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아이들 중 하나였는데, 물론 그 아이들이 함께 있는 건 아니고요, 조용하고 텅빈 학교 운동장에 혼자 있으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 갈 수 있기 때문이래요.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요. 학교가 끝나고 갈 곳이 없으니까 늦게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마저도 윤조는 읽어냈어요. 그게 아니라고, 직접 손바닥으로 내 두 눈을 감겨주면서,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보여줬어요. 어떻게 그 감각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윤조의 목소리는 길잡이가 되었어요.

세월이 흘렀고 지금 내 곁에 윤조는 없지만 소설 속에서 윤조는 살아 있어요. 여기서 '나'라는 인물에게 윤조는 어떠한 존재였는가, 윤조와의 관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하게 돼요. 현실에서 느끼는 갈증은 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마음에서 오는 갈증은... 아마 다들 설명할 수 없는 저마다의 갈증이 있을 거예요. 《녹색 갈증》 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윤조 할머니가 몰래 꺼내보던 그 보석함,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한 순간, 심한 갈증을 느낄지도 몰라요.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평소 안 마시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방법이 아니면 지루한 삶을 견디기 어렵단다." (26p)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왜 자꾸 나를 허기지게 만드는지." (34p)


"설탕으로 만든 사람은 억지로 녹이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네 안에 살아 있게 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들을 내버려두면 알아서 살아가게 되는 법이라고

네가 그랬잖아." (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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