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평점 :
아무도 모를 아픔과 슬픔을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요.
《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는 현요아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카카오 브런치,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인 <불행 울타리 두르지 않는 법> 을 책으로 묶은 것이라고 해요.
저자는 상을 받고도 기뻐할 새도 없이 악몽에 시달렸다고 하네요. 스스로 생을 등진 동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허락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이 컸고, 출간 이후에는 동생을 글감으로 이용했냐는 악플이 달리는 상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세 살 터울의 동생을 보내고 자기 연민이라는 불행 울타리에 갇혀 있던 저자가 그 견고하고 단단한 울타리에서 나오는 발자국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어요.
내 가족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이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라서 언급조차 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남겨진 가족들은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뿐 아니라 주변에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상처받고 고립되어 혼자서 고통을 견디다가 마음의 병도 커진다는 사실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어요. 남의 불행, 나와는 무관한 비극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외면했던 거예요.
가끔 온라인상에 악플을 다는 사람이 누굴까라는 궁금증이 생겨요. 도대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화풀이를 하는 건지, 만약 자신도 똑같은 악플이 달린다면 그때도 괜찮다고 할 건지...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건 어리석은 탓이에요. 세 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그러니 우리는 묵묵히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돼요. 그걸로 충분해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바라보는 거예요. 아마 저자의 심정을 다 이해하진 못해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는 알게 될 테니까요. 저자가 동생에게, 그리고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
"넌 존재만으로 아름다워. 네가 지닌 삶은 삶 자체로 완전해. 사랑하자고." (241p)
우리는 살아 있고, 또 살아야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왜 살아야 하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사랑할지를 고민하자고요.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 아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 아픔보다 더 많이 사랑하며 살자고요.
불안에 잠겨 일기를 끄적이던 때,
불현듯 일곱 살 때부터 동생이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언니는 글만 써.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언니가 돈 걱정 없이 쓰게 해 줄게." 그 말이 오래, 그리고 자주 떠올랐다. 동생이 떠난 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동생의 노트북을 열었다. 과제를 하기 위해 연달아 자판을 눌렀을, 동생의 손길이 닿은 노트북으로 책을 마무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언니로서 동생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언니, 나는 왜 살아야 해? 세상을 사는 것보다 끊는 게 더 쉬울 것 같은데 왜 굳이 힘을 내야 해?" 마땅한 답을 찾기 힘들어 미루고 미뤘던 대답을 동생을 보내고 난 뒤에야 조금씩 찾았다. 완벽한 답이란 없어서 10년 뒤의 나는 또 다른 답을 품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로서는 최선의 답을 내놓을 준비가 됐다.
자살 유족 치료비 지원 사업으로 심리 검사비를 지원받았다.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미리 걱정하는 범불안 장애와 조울증이라 불리는 제2형 양극성 장애,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 사건의 잔상이 남아 자신을 괴롭게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총 세 개의 진단이 따라붙었다.
... 나는 최선을 다해 문장을 골랐고,
당신은 선뜻 책을 집어 읽기를 택한 용기 있는 사람이므로
문장 속 숨겨진 진심을 찾아낼 테다.
(5-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