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치도록 기발한 수학 천재들 - 수학에 빠진 천재들이 바꿔온 인류의 역사
송명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7월
평점 :
《미치도록 기발한 수학 천재들》 은 세상을 바꾼 대표적인 수학자 12인과 함께 하는 수학 세계사라고 할 수 있어요.
수학의 발견이 인류 역사에 준 영향은 엄청나며, 위대한 수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수학과 인류사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어요.
수학 공부는 싫지만 수학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네요. 저자는 수학자들의 업적을 나열하는 지루한 방식을 벗어나 그 시대적 배경과 맞물린 흥미롭고 신기한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각 수학자들마다 인물 카드로 요약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와서 좋았어요. 수학자 이름 아래에 출생과 사망 연도, 출생지, 직업, 간략한 소개글이 나와 있어서, 사전처럼 찾아보기가 편리한 것 같아요. 또한 열두 명의 수학자들마다 저자가 붙인 수식어가 기가 막히게 잘 맞아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처럼, 각 수학자들의 업적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어요.
직각삼각형의 비밀을 밝힌 피타고라스, 수학을 학문으로 만든 유클리드, 양팔저울에서 방정식 풀이법을 찾아낸 알 콰리즈미, 인도-아라비아숫자의 실전 활용법을 유럽에 전파한 피보나치, 위대한 예술가 다빈치의 수학 선생님 파치올리, 게으른 천재 데카르트, 프로를 이긴 아마추어 수학자 페르마, 미적분과 이진법을 만든 라이프니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을 만든 오일러, 새로운 기하학을 만든 가우스, 무한으로 가는 길을 연 선구자 칸토어, 인공지능의 아버지 앨런 튜링.
피타고라스는 "수는 만물의 근원이다"라고 주장하며 수 자체의 성질을 연구했고 모든 자연현상 속에서 수를 발견하려고 했대요. 그래서 수를 도형과 결합하여 수 자체의 성질과 수들 사이의 관계를 찾아냈는데, 예를 들어 1, 3, 6, 10, 15... 이렇게 삼각형 의 모양으로 쌓이는 수를 삼각수라고 하며, 성경에 등장하는 153과 666이 바로 삼각수라고 해요. 153은 17번째 삼각수이고, 666은 36번째 삼각수예요. 성경을 쓴 사람들도 이 숫자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거죠. 삼각수, 사각수, 테트라크티스... 책에 나온 그림을 보면 설명하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뿐 아니라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피타고라스는 수학자라기 보다는 수학 종교의 교주 느낌이 더 강했대요.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을 공부하는 학교가 아닌 수학을 믿는 종교 단체였고, 모든 연구 결과는 스승인 피타고라스의 이름으로 발표했대요.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인물이 등장해요. 바로 피타고라스의 젊은 제자인 히파수스인데, 그는 제곱해서 2가 되는 수, 즉 √2 를 발견한 거예요. 피타고라스의 신념 체계가 지배하던 시기에 히파수스는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어요. 그의 증명이 있기 전까지 피타고라스는 모든 기하적인 대상을 자연수와 자연수의 비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피타고라스에게 √2의 존재는 신성한 수학을 부정하는 것이자 신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결국 히파수스를 죽이고 √2의 존재까지 비밀로 했다고 하네요. 수학의 신 때문에 희생된 히파수스가 너무나 안타깝네요. 사람들은 이것을 '√2 살인사건'이라고 부른대요. 한참 후에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은 유리수로 표현되지 않는 무리수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만약 피타고라스가 히파수스의 무리수 존재를 받아들였더라면 어땠을지, 아무래도 무리였겠지요.
대수학은 영어로 '알지브라 (Algebra)'인데 '알자브르 (al-jabr)'라는 아랍어에서 나왔다고 해요. 바로 알고리즘의 아버지, 대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 콰리즈미가 820년에 《알자브르와 무콰발라의 계산 개론》이라는 책 한 권을 썼는데, 그 책 속에 방정식 풀이법이 나와 있었고, 책 제목이 워낙 길다보니 줄여서 《알자브로》 라고 부르다가, 책 제목이 학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대요. 또한 알 콰리즈미의 책 중에 계산 방법을 소개하는 《인도 수학에 의한 계산법》이라는 책은 인도 숫자를 다룬 최초의 아랍 서적이며, 0과 위치값을 사용한 10진법과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의 사칙연산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책의 아랍어 원본은 사라졌지만 12세기 라틴어로 번역된 사본들이 유럽으로 퍼지면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연산 기법 자체를 저자의 이름을 따 알고리즘이라 부르게 된 거래요. 디지털 시대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이슬람제국 시대의 수학자로부터 유래했다니 놀랍네요. 수학 공부가 어려운 건 맞지만 위대한 수학자들을 떠올리니 깊이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원시 시대에서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수학의 힘이 컸네요. 수학 공부가 하기 싫어서, 수학을 뭣 때문에 배우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 속에 그 답이 들어 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학 없이는 안 된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