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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있어요.
아무리 재미있고 신나는 대화를 해도 '그것'이 없으면 휘리릭 다 날아가버리더군요.
책도 마찬가지예요. 잘 썼느냐 못 썼느냐의 판단이 아니라 '그것'이 없는 책은 시시하게 느껴져요.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은 정혜윤 작가님의 책이에요.
책 날개에는 작가님의 소개글이 나와 있어요. 동명이인의 작가님이 여럿이라서 '라디오 피디 정혜윤 작가님'이라고 해야 찾을 수 있어요.
마술적 저널리즘을 꿈꾸는 라디오 피디.
세월호 유족의 목소리를 담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시즌 1, 재난참사 가족들과 함께 만든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 : 유족이 묻고 유족이 답하다> 등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자살률의 비밀>로 한국피디대상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불안>, 세월호 참사 2주기 특집 다큐멘터리 <새벽 4시의 궁전>, <남겨진 이들의 선물>, <조선인 전범 75년 동안의 고독> 등의 작품들이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사생활의 천재들』 , 쌍용차 노동자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 『그의 슬픔과 기쁨』 , 『인생의 일요일들』 ,『뜻밖의 좋은 일』 , 『아무튼, 메모』 ,『앞으로 올 사랑』 등이 있다.
세상 어디에 관심을 두고, 어떤 목소리에 귀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에요. 그 가운데 뭘 봤나 살펴보니 작가님의 데뷔작을 읽었더라고요.
일부러 작가님을 찾았던 건 아니지만 책 제목에 끌렸고, 아하, 뒤늦게 알아본 거죠.
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
괄호 안에 그 말, 그리고 표지 사진 Yosigo
초록빛 바다 위에 빨간 수영복을 입은 아이가 첨벙첨벙 헤엄치고 있어요. 물안경 너머 바다 속에는 무엇이 보일까요.
바다... 받아... 바닷물, 짠물, 눈물, 슬픔, 그 위에 떠 있는 우리들.
정혜윤 작가님이 제주도에서 만난 전설적인 낚시꾼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쑤욱 들어왔어요. 그가 낚시꾼으로서 전설적인 명성을 얻게 된 건 그가 만든 찌 때문인데, 그 찌 안에 인생 철학이 담겨 있어요. 나무를 깎고 다듬어서 모양을 만들고 중간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구멍 안에 납으로 된 추를 넣는 것까지는 일반적인 방법이에요. 여기서 핵심은 '무게 제로'인 찌를 만든다는 거예요. 찌를 만들어 바닷물에 띄워보고 가라앉으면 나무와 납의 무게를 다시 맞춰 차츰차츰 무게 제로를 만드는 거예요.
"인생에서도 무게 제로를 만들 수 있어요?"
제 아내와 제가 사는 것, 혹은 제 친구들과 제가 사는 것이 그렇죠. 우리는 서로 지고 있는 무게를 알아요.
제 아내와 저도 서로 상대방이 지고 무게를 압니다. 저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가 보여요.
제 생각에 사람 사이의 균형과 조화란 게 서로의 무게를 알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둘이 같이 가라앉지 않아요.
저는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아내가 우울한 날은 가지 않아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아내가 무거워지면 제가 가벼워지고 제가 무거워지면 아내가 가벼워지고. 균형 맞추기죠. (85-86p)
"당신은 타인을 볼 때 무엇을 보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누리는지를 주로 볼 것이다. 우리는 타인이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린다는 생각에 고통을 받는다.* 반면 타인을 볼 때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를 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고통으로 타인이 지고 있는 무게를 가늠해보는 사람 또한 드물다. 하지만 아주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의 말은 다르다. 그는 영혼에 바다를 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람이 너무나 드물기 때문에 그는 전설이다. 우리는 이 전설적인 인물과의 만남을 행복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이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남에게 무게를 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무게를 실으려는 사람은 많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타인의 무게를 느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바다로 가지요." (88-8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