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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평점 :
멋지게 서핑하는 사람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와요.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는 즐거운 물놀이가 되지만 딱 봐도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파도는 살짝 겁이 나서 피하게 되거든요.
서핑의 매력을 처음 발견하게 된 건 영화 <폭풍속으로> 의 장면들이고, 바다가 주는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 건 영화 <가타카> 덕분이에요.
꽤 오래 전 영화임에도 여전히 가장 애정하는 영화들이에요. 주인공의 선택, 놀랍고 감동적이지만 영화라서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에서도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네요.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는 김은정님의 에세이예요.
제목만 봤을 때는 시인의 감성이 듬뿍 들어간 이야기인가라는 추측을 했는데, 저자는 30년간 홍콩에서 라이센스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그야말로 열정 가득한 사업가이며 어떻게 한국을 떠나 길고 긴 타국 생활을 시작하여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를 들려주고 있어요.
인상적인 일화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당한 청탁이나 돈 일체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관행으로 주는 돈 봉투를 받는다고 해서 문제될 리 없고, 친구들도 그 돈을 받지 않은 건 바보 같다고 말했지만 저자는 "난 그래도 내 자식에게 떳떳한 사람이고 싶어." (69p)라고 답했대요.
"요즘 애들은 떳떳한 부모보다 돈 많은 부모가 더 좋다고 하던데?" 그런 농담을 하며 우리는 자주 웃는다. 그런게 바보라면 나는 기꺼이 바보가 되겠다. 그건 내가 특별히 정직한 사람이라거나, 도덕적인 사람이어서는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것이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올바름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나의 존엄에 대한 문제였다.
...진실하게 사는 걸 선택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삶은 수많은 삶 중에 하나일 뿐이고, 내가 지나온 시대도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원칙을 지키는 일은 때로는 우리에게 상처를 안겨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상처는 시간이 지마년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를 속이며 사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낸 상처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모한다. 미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 생각난다.
"거짓말쟁이에 대한 최대의 형벌은 그가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데서 오지 않는다. 그 자신이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비애를 느끼는 데에 있다." (69-71p)
"자신의 약속을 더 철저하게 지킬수록 우리는 더 강해진다." 호주의 작가 앤드류 매튜스는 말했다. (72p)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자는 떳떳한 삶의 원칙을 지켜냄으로써 그 어떤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낸 것 같아요. 인생이 서핑이라면, 저자는 굉장한 서퍼인 것 같아요. 천천히 뛰어들고 천천히 떠오르기, 도약의 순간을 알아차리기. 크고 작은 파도가 밀려오는 인생에서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라는 것, 그래서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문장이 강렬하게 와닿네요. 단순히 비즈니스 성공담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그 마음가짐이 보여서 감동적이네요. 사람의 진가는 위기의 순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떤 파도가 좋은 파도일지, 패들링의 속도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바다와 교감하는 법을 배우듯이 인생을 배운 느낌이에요.
"삶은 의외로 공평한 게임이다. 누구에게나 도약의 순간은 온다.
중요한 것은 도약의 순간을 알아채고, 그 순간에 제대로 발 구르기를 하는 것이다.
더 높게 날 수 있도록, 더 오래 뛸 수 있도록.
당신이 도약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혹시 지금일까?" (10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