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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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따라가 보면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말이죠.

언젠가부터 일상의 모습들이 스마트폰 사진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더라고요. '와, 이건 찍어둬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

신기하게도 사진들을 꺼내 보면 그때 그 순간의 마음들이 다시 보여서, 나만의 마음 기록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은 매력적이에요.

《파리 카페》 는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 윤석재님의 여행 에세이예요.

저자는 "나는 왜 파리 카페에 관심을 가졌을까?"라고 묻고 있어요. 아직 한 번도 파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파리의 카페를 꼭 가보고 싶었어요. 파리에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거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곳이 아니라 그들의 삶, 문화,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파리지앵, 파리지엔느의 삶에서 사적으로도 중요할뿐 아니라 만남과 사교로서의 의미 있는 공공장소예요. 지금으로부터 약 350년 전쯤 파리에 카페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예술가(연극인, 문인, 화가, 음악가), 사상가, 정치가 등 역사적인 인물들이 토론과 담론을 즐기는 장소였고, 문인들에겐 최적의 작업 공간이었던 것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파리의 카페들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네요. 파리는 카페의 대명사가 되었고, 카페 하면 파리를 떠올린대요. "카페는 파리 생활 그 자체다." (24p)라는 문장이 앞서 했던 질문의 답인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한 달 정도씩 파리에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는 유학 시절에 사진 찍었던 곳과 파리의 카페를 계절마다 담았는데, 이 사진 작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파리를 재발견하는 시간이었다고 해요. 그러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갈 수 없어서, 사진 찍을 기회를 놓친 것이 얼마나 아쉬웠을지 짐작이 가네요.

이 책에는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세기별로 가장 유명했던 파리 카페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물론 카페 사진들을 빼놓을 순 없겠네요. 세월의 흔적뿐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의 카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감탄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100년 이상된 카페들을 품고 있는 파리를 어떻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겐 노포가 많지 않고, 기존의 공간들도 개발이라는 이유로 수없이 바뀌고 있어요. 오랜만에 인사동을 갔다가 너무나 바뀐 모습에 실망했네요. 새롭게 지어진 말끔한 건물들이 참 얄미워 보였어요. 인사동 골목에서의 추억은 혼자만의 기억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네요. 저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님과 김창열 화백님을 모시고 예술 이야기를 나눴던 스물여섯의 기억을 사진으로 꺼내볼 수 있고, 파리 몽파르나스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라 쿠폴에 다시 가볼 수도 있어요. 라 쿠폴 카페에 가면 헤밍웨이, 피카소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어요.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공간, 아름답고 매력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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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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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는 고호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제목부터 갸우뚱, 세상에 노비도 종친회가 있던가 싶었죠. 뭐, 확인할 순 없지만 다들 자기 집안은 양반 출신이라는 말은 해도 노비를 언급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거든요. 어찌된 상황인가 했더니 주인공 봉달은 사업 실패로 도주하던 중 고향 선산을 찾았다가 이차저차 사촌 형을 만난 뒤 서울로 돌아와 종친회를 설립한 거예요. 대외적으론 뿌리 찾기가 목적이지만 봉달의 속내는 돈이에요. 사업 때문에 떠안은 빚을 해결하려고 꼼수를 부린 거예요. 하필이면 같은 종씨를 모아 종친회로 사기를 친다는 게 몹시 괘씸하지만 쭉 지켜보다보면 신기한 일이 벌어져요.

현이 아니라 헌, 진주 헌 씨 종친회를 제발로 찾아온 첫 번째 인물은 헌신자, 40대 가정주부인 그녀는 거침없이 노비 집안임을 밝히면서 종친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표현하네요. 봉달은 적극적인 그녀에게 실장이라는 직함을 주고, 신자는 열심히 회원 유치를 하는데, 그 뒤로 퇴직한 노교수 학문,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청년 총각, 전직 깡패 현 횟집 사장님 금함, 무능한 아빠 대신 엄마의 성 씨로 바꾼 자매들... 신기하게도 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뿌리 찾기에 열심이고, 봉달은 하루빨리 돈을 챙겨 도망갈 생각만 하는데... 인생이 늘 그렇듯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성과 함께 부르면 놀림받기 딱 좋은,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이름인 데다가 그들의 가문이 노비 집안이라는 설정은 대단한 풍자네요. 도무지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각기 다른 연령대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종친이라는 이유로 뭉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네요. 뿌리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진심과 봉달의 흑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 그리고 놀라운 반전은 끝까지 읽는 맛이 있네요.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여기서 핵심은 우리 인생에서 뭣이 가장 중요한지를 아는 게 아닐까 싶네요.



"여기가 종친회 맞죠? 막 길가다보면 무슨 씨 무슨 파 사무실! 이래가지고 딱 있더라고요.  아휴 나는 우리 헌씨도 이런 데가 있는 줄 몰랐지 뭐예요?"

"그동안 종친회가 없었잖습니까? 그래서 일단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우리 같은 헌씨들을 규합하는 취지에서 그러니까...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우리 헌씨가 솔직히..."

"알아요, 저도 안다고요!"

"뭘 말입니까?"

"노비 집안이라는 거!"

"노, 노비 집안입니까?"

"아니에요? 그럼?"

"아닌 것보다 자세히는 모르겠... 아니 그렇다고 노비일 것까지야..."

"세상에 노비래요, 노비! 모르셨어요?"

"누, 누가 그럽디까?"

(28-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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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수집가 1 - 얼굴 없는 천사를 찾아라 고래동화마을 12
김희철 지음, 홍그림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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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떡볶이를 즐겨 먹고, 공포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빙고!

실제 유튜브 채널이었다면 당장 구독했을 걸요. 주인공 이여름은 공포 수집가예요. 공포 소재로 방송을 하는 '무서리 방송국' 운영자이기도 해요. 무서리라는 이름은 말장난에 능한 동생 삐딱이 (진짜 이름은 이겨울)가 지었는데, 이것 빼곤 영 도움이 안 돼요. 무서리 방송국의 든든한 후원자인 아빠는 심야버스 운전기사로 일하셔서 공포 소재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엄마는 여름이가 인터넷 방송을 포기하지 않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요. 일명 스피커인 엄마는 사소한 소식도 크게 부풀리는 소문 생산자인데, 방학과 함께 놀라운 소문을 전해주었어요. 천년송 언덕에 한밤중 얼굴 없는 천사가 출몰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름이는 엄마, 동생과 함께 뱀사골로 향했어요. 이 책의 무대인 와우마을은 지리산 뱀사골 와운마을을 토대로 창작했고, 천년송을 비롯한 마을 이야기는 100% 작가적 상상에 의한 것이래요. 사실 지리산에 가본 사람은 느끼겠지만 첩첩산중, 산 속에서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라서 무한한 상상을 펼치기에 맞춤인 것 같네요.

여름이는 동생과 함께 천년송 언덕에 갔다가 수많은 빨간 손들 때문에 기겁을 했는데, 정작 얼굴 없는 천사를 만나진 못했어요. 어이없게도 빨간 손의 정체는 나무에 걸려 있는 빨간 고무장갑이었어요. 누가 천년손에 고무장갑을 매달아 둔 걸까요. 천사를 잡지는 못했지만 이 영상은 구독자와 좋아요를 잡았고, 폭발적인 조회수와 댓글이 달렸어요.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천년송에 다녀온 후로 여름이에게 무섬증이 불쑥 찾아왔다는 거예요. 자다가도 벌떡, 놀라서 깰 정도로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찍었지만 너무 공포에 질려서 포기하려는 찰나, 엄마의 다독임으로 진정했어요. 그런 면에서 공포가 마냥 나쁜 건 아니네요. 때론 그 공포를 이겨내는 굳건한 마음을 키우는 계기가 되니까요. 신기하게도 저 역시 똑같은 경험이 있어요. 귀신이나 구미호를 상상하며 무서워하는 겁쟁이였는데 조금씩 맞서보자는 마음을 갖고 버텼더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꽤 담력 있는 어린이가 되었더랬죠. 뭐든 마음 먹기 나름이다라는 교훈이랄까요.

과연 여름이는 무섬증을 날려 버리고, 천년송의 얼굴 없는 천사를 잡을 수 있을까요. 흥미진진한 공포 이야기를 실감나는 그림과 함께 보니 그 재미가 몇 배는 더 커진 것 같아요. 숨겨진 비밀과 지켜야 할 약속,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까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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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시 -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 나무의말 그림책 3
하비에르 루이스 타보아다 지음, 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 김정하 옮김 / 청어람미디어(나무의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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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시》 는 푸른 별 지구를 노래한 30편의 시가 담긴 시그림책이에요.

이 책은 정말 엄청나게 커요. 그 이유는 태양계 우주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땅 위에서 바라본 하늘과 바다를 누비며 탐험하는 사람들, 대륙 안에 여러 나라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지구와 관련된 서른 개의 소재로 쓰여진 시를 소개하고 있어요. 지구, 동서남북, 지구를 여행한 사람들, 나라와 대륙, 숲, 고원, 사막, 화산, 곶과 만, 밀물과 썰물, 크고 작은 섬, 고래, 북극과 남극, 화산, 지진, 번개와 천둥, 신기루와 오아시스의 사막, 물의 별, 이상하고 아름다운 지구, 시끄러움과 고요, 좋은 지구인, 별똥별...

여기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이라는 시가 핵심을 말해주고 있네요.

"생각보다 가까이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요. 아름다움이 우리를 초대해요.

...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시인은 지구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어요. 눈으로 보아도,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종종 그걸 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별인지 말이에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지구별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책이에요. 아이들에겐 지구라는 행성과 자연 현상 그리고 지구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더 무거워졌던 것 같아요.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한 지구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 온갖 독성물질들이 생태계를 파괴하여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이 급증하고 있어요.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와 남극, 북극의 빙하들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고, 사막 한가운데 폭우가 쏟아지며, 원인 모를 산불이 곳곳에 발생하고 있어요. 불과 얼마 전 우리나라도 물폭탄에 가까운 집중호우로 그 피해를 입었어요.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앞으로도 살아갈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이야기를 해야할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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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고전 유람 - 이상한 고전, 더 이상한 과학의 혹하는 만남
곽재식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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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풍경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어요.

SF 소설가 곽재식 교수님을 우연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괴심 파괴자로 활동하시더군요. 과학적 근거가 타당하다고 납득할 때도 있지만 미스터리의 정체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경우도 있어 웃음을 유발하네요. 이 책 역시 한국의 옛이야기 중에서 신기하고 이상한 사연들을 소개하면서 과학 지식을 접목하고 있어요. 일명 '이상한 고전, 더 이상한 과학의 혹하는 만남'이라고 하네요.

원래 월간 <고교독서평설>에 2021년 일 년간 매달 '이상한 고전, 신통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했던 이야기 열두 편과 추가로 몇 편의 글을 더해 이 책이 완성되었다고 해요. 학생들을 대상을 쓴 글이라서 재미와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담긴 책이라서 전 연령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책 속 삽화들이 귀엽고 깜찍한 제 취향이라서 마음에 쏙 들었네요.

괴담을 좋아하다 보니, 조선판 엑소시스트인 「설공찬전(薛公瓚傳)」 (1511)이 흥미로웠네요. 한국문학사에서 본격적인 한국 최초의 소설집은 김시습(1435~1493)의 「금오신화」 이며 보통 15세기경에 정착된 것으로 보는데, 창작 소설이 대중적으로 크게 유행한 시기는 한글 소설이 널리 유통되던 조선 후기라고 해요. 이상한 건 「금오신화」와 조선 후기의 「홍길동전」 사이에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정도의 시간적 공백이 있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라는 의문에 답을 구할 때 단서가 되는 소설이 바로 「설공찬전」이라고 해요. 그 내용을 살펴보면 세상을 떠난 설공찬과 그 누나의 혼백이 사촌 설공침의 몸속에 들어가서 그의 입으로 둘의 이야기를 전하며, 설공침을 괴롭힌다는 이야기예요. 귀신 쫓는 사람이 김석산이 설공침으로부터 설공찬 남매의 혼백을 쫓아내려다가 실패하는데, 이때 혼백이 들어왔다 나간다는 설정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죽은 설공찬의 정신으로 설공침이 말을 하려면 설공침의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뇌세포 중에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의 뇌세포들이 죽은 설공찬의 뇌세포 상태와 똑같이 바뀌어야만 가능해요. 또한 한 사람의 정신이 다른 사람의 정신으로 바뀌려면, 옥시토신, 세로토닌뿐 아니라 감정, 기분, 기억에 관여하는 화학물질이 단숨에 생겼다가 사라져야 해요. 과거에는 귀신 들림 사건을 신비로운 일로 여길 수 있지만 뇌과학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인 거죠. 여기서 놀라운 부분은 문학적인 상상력과 사회비판적 요소예요. 남녀가 평등한 저승의 모습을 그려내어 조선의 신분제 문제, 남펴 차별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했으니, 조정에서는 요망한 내용이 담긴 불온서적이라며 불태워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대요. 겨우 소설 한 편 때문에 이토록 과한 처벌을 했다니, 소선 시대 소설 창작이 움츠러들고 쇠퇴한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이렇듯 고전문학 속에 담긴 시대상과 역사를 살펴보고, 더 나아가 과학자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진실을 파헤쳐가는 재미가 있네요. 물론 너무 분석해서 김이 빠지는 부작용도 있지만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를 발견하는 계기도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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