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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ㅣ 오늘의 클래식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평점 :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는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책이에요.
2022년 뉴베리 대상과 푸라 벨프레 대상 수상작이며, 미국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뽑힌 거예요.
제목을 보자마자 <기억 전달자>가 떠올랐는데, 로이스 로리의 1993년 작품으로 뉴베리 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상을 수상하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필독서이자 SF 소설의 수작으로 알려졌고, 2014년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더욱 유명해졌죠.
사실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점이 놀라웠어요. 먼 미래에 지구를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쩐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주인공 페트라에게 할머니는 어린 불뱀 나구알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나구알의 엄마는 지구고, 아빠는 태양인데, 엄청난 가뭄과 죽음을 가져다 준 아빠 태양에게 화가 난 나구알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고, 그만 아빠의 불꽃에 눈이 타버리고 말았다고, 그래서 다시 엄마에게 돌아올 수 없어 헤매게 되었대요. 나구알은 75년마다 엄마와의 재회를 꿈꾸며 여행을 되풀이했대요. 할머니는 핼리 혜성의 궤도 이탈로 지구가 멸망을 앞두고 있다는 걸 이야기했던 거예요. 우주선에는 수백 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자녀만 선택받아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에 페트라의 할머니는 지구에 남을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무서워하는 페트라를 다독여줬어요. 나구알이 집으로 오고 있을 뿐이니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요. 페트라는 할머니처럼 이야기 전달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줬어요.
"이야기 전달자, 그래. 그건 네 핏속에 흐르지. 하지만 그냥 나처럼 되고 싶다고?
아니, 아가. 넌 네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해.
그리고 알아낼 거야."
"제가 할머니 이야기를 다 망치면 어떻게 해요?"
"넌 이야기를 망칠 수 없어. 이야기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으니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을 거쳐 너를 찾아냈어. 이제, 그걸 네 이야기로 만들렴."
...
"할머니를 남겨 두고 떠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네가 나를 떠나는 건 불가능해. 나는 네 일부란다. 너는 나와 내 이야기를 지니고 새로운 행성으로,
그리고 수백 년 미래로 가는 거야.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모르겠다." (12-13p)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었고, 할머니의 말을 빌려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느꼈어요. 만약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할머니의 말씀처럼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야'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야기 전달자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는 것.
세이건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착륙한 우주선 안에서 페트라가 눈을 떴을 때는 엄마도 아빠도 동생 하비에르도 없었어요. 일치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인류의 죄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콜렉티브가 우주선을 장악하여 승객들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 버려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른 채 콜렉티브가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제타1, 제타2 등으로 불리며 살아가고 있어요. 콜렉티브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페트라뿐이었고, 페트라는 자기 자신과 과거 지구의 기억을 잊은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이야기의 힘은 놀랍고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를 꿈꾸게 하니까, 희망을 품게 하니까요. 할머니가 페트라에게 전해준 건 이야기만 아니라 그 이야기 안에 담긴 용기와 희망 그리고 사랑이었어요. 인간 존재의 의미는 쓸모가 아니라 살아있음 그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콜렉티브가 만든 세상을 보니 더욱 확연하게 인간다움의 본질이 드러난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은 불일치, 다름, 차이, 다양성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핵심이었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