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유리 -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AI와 미래 탐 그래픽노블 3
피브르티그르.아르놀드 제피르 지음, 엘로이즈 소슈아 그림, 김희진 옮김, 이정원 감수 / 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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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최근 인공지능 창작물에 관한 저작권 논란 이슈를 보면서 굉장히 놀랐어요. 기존 저작권법에는 인공지능을 저작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저작자는 자연인인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또한 현행법상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표절 기준이 모호하고 윤리적 문제도 있는 것이 표절이 아닌 화풍을 따라 하는 경우는 법제화로 해결하기 힘들고, 인공지능 저작물로 수익을 창출해도 원작자가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요.

특정 광고의 모델이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꽤 충격적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캐릭터로 머물지 않고, 진짜 인간처럼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브랜드 홍보 모델로 활용된다는 것이 살짝 위협적으로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가상인간은 얼마든지 대중의 요구에 맞춘 완벽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우려와 논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나왔어요.

《인공지능 유리》 는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AI와 미래에 관한 책이에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 세 명의 심사위원이 앉아 있어요. 참가자의 공연을 보고 합격과 탈락을 결정짓는데, 대부분 실력 부족으로 탈락되었어요. 바로 그때 특별한 지원자가 나타났어요. 이름은 '유리'인데 남자 혹은 여자라고 소개하면서, 비트박스와 랩을 선보였는데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어요. 가장 악평을 많이 했던 심사위원이 유리에게 합격을 줬어요. 드디어 진행자는 커튼을 올리고 유리를 공개했어요. 유리의 정체는 바로 인공지능!


컴퓨터의 외관을 가진 유리 곁에는 개발자 니콜라가 있어요. 니콜라는 지금까지 랩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지만 일상적인 대화도 학습시킬 예정이라고 말했어요.

진행자 : 출연하게 되어 기쁜가요?

유리 : 모두가 기쁨을 찾습니다. 기쁨을 정의 내리긴 무척 어렵습니다.

진행자 : 여기 나온 이유가 뭔가요, 유리?

유리 : 저는 존재합니다.

진행자 : 심사위원 중 누가 마음에 드나요? 프랑수아? 조지안? 클레망스? 남자 심사위원 이름이 프랑수아예요.

유리 : 남자는 결정을 내리고, 여자는 복종합니다.

진행자 : 네?!

니콜라 : 이런...... 죄송합니다. 가끔 이래요.

진행자 : 유리, 당신은 여자인가요, 남자인가요?

유리 :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남자입니다.

니콜라 : 사실 유리는 여자 이름이에요. 설명하자면 길지만 유리는 대체로 자기를 남자라고 여겨요. 유리라는 이름도 스스로 골랐죠.

(33-34p)


인공지능 유리가 성차별주의자의 발언을 하는 이유는 1950년 이전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말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우려할 부분은 인공지능 자체가 아닌 인간의 부조리, 편견인 것 같아요. 인공지능은 인간의 잘못된 생각까지 학습했을 뿐, 인격을 지닌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의 행동과 결정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거기엔 인공지능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자 확장이라는 거예요. 이 책은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무엇이며,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 대신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어요. 결국 인공지능과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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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김주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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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동떨어진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나봐요.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지구 환경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를 깨닫는 중이에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을 주었는데, 우리는 이용만 할뿐 제대로 돌보지 않았어요. 냉정한 인간들...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는 '나무 탐험가' 마거릿 D. 로우먼의 책이에요.

저자는 이 책을 평생 행성을 지켜온 영웅 '나무'에게 바친다고 하네요. 나뭇잎투성이 거인을 열렬히 사랑했던 소녀는 자라서 나무탐험가가 되었고, 우리에게 여덟 번째 대륙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저자는 식물학자가 되어 호주 열대림을 연구하게 되었는데, 그때 키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보이지 않는 꼭대기가 궁금했다고 해요. 숲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 놀라운 신세계에 '여덟 번째 대륙'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대요. 나무 꼭대기, 우듬지에 처음 올랐을 때의 감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는데, 아직 세상에 알려진 적 없는 생물들을 만났고, 나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변화무쌍한 풍경을 마주했다고 해요. 나무 꼭대기 탐사를 시작하고 몇 년 뒤에, 지구 생물 중 절반 이상은 지표면이 아닌 우리 머리 위 최소 30미터 높은 지점에 살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대요. 그리하여 나무탐험가의 시대가 열렸고, 나무 위로 올라가 지난 40년간 나뭇잎 수천 장에 표시를 남기고 잎의 생애를 추적했고, 삼림학적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었대요.

지구 건강이 숲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거예요. 숲우듬지는 우리 몸의 허파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존 우림의 황폐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어요. 파괴된 우림을 복구하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에요.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아직 보존해야 할 숲이 있기 때문이에요. 숲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무의 경이로움을 소개하고 있어요. 더 많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마음을 일깨워야 하니까요.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우듬지를 오르고, 신비로운 자연을 만날 수 있어요. 나무와 사랑에 빠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첫 번째일 것 같아요. 다함께 노력해야 우리의 안식처인 나무들, 숲을 살릴 수 있어요. 목숨을 다해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자연을 지켜내자고, 진짜로 우리 목숨이 걸린 중대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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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 이른둥이의 탄생을 바라보는 老의사의 따뜻한 시선
이철 지음 / 예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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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니?》 는 평생 아픈 신생아와 이른둥이를 돌본 의사 선생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우리나라 1세대 신생아진료 세부 전문의로서 일반인들은 모르는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태어나서 숨을 잘 쉬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같지만 엄마 자궁에서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 이른둥이에게는 숨 쉬는 일이 어려워요. 미숙아가 태어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고,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경우에는 기관지에 삽관한 후 기계를 사용하여 인공호흡을 실시하게 돼요. 출생 체중 1,000gm 미만인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치료 시에 인큐베이터 안의 습도를 100%까지 유지하는데, 이는 신생아의 몸무게 중 대부분이 수분이므로, 체내 수분이 부족하여 탈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예요. 인큐베이터는 어머니의 자궁 역할 중에서 체온 조절과 습도 유지만 해주는 공간일뿐, 실제로 이른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일은 의료진의 몫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생아집중치료실은 무엇이고, 어떤 공간인지를 모를 텐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른둥이가 태어나서 어떤 치료를 받으며 생존하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어요. 신생아의 출생 과정이 이토록 경이로운 일이라는 걸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데, 저자는 그 현장에서 의사로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놀라운 생명의 신비를 목격하다 보면 인간의 몸이 창조주의 신묘막측한 작품이라는 것을 절감한다는 저자는 이른둥이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유명한 인물들 중에서 세상에 일찍 나온 천재들을 소개한 부분을 보면 아이작 뉴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찰스 다윈, 마크 트웨인, 윈스턴 처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시드니 포이티어, 스티비 원더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저자가 미숙아로 태어난 천재들을 소개한 이유는 우리의 편견을 바꾸기 위함이에요. 미숙아라는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그 대신에 이른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요. 평범한 사람들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더 호기심이 많은 것처럼, 바깥 세상이 너무 궁금해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태어난 게 아니냐고, 그 소중한 이른둥이를 돌봐온 의사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네요. 참으로 고마운 분들의 따뜻한 이야기, 뭉클한 감동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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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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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 곳에 눈길이 가는 법이죠.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 보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요.

내 마음 나도 모를 때, 마음이 흔들릴 때는 시집을 읽으면 좋아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시를 통해 환히 보이거든요.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해맑은 아이의 표정처럼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

모름지기 좋은 시에는 그림이 들어 있고 좋은 그림에는 시가 들어 있기 마련.

나는 그가 그림 속에 숨겨놓은 시들을 찾아내야만 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화가 임동식에게 드리는 오마주 hommage 의 산물이라 하겠다." (9p)

《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는 시화집이에요.

나태주 시인은 동갑내기 친구인 임동식 화가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그의 그림에게 시를 드리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는데, 바로 그 점이 일반적인 시화집과의 차이점인 것 같아요.

시를 위한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위한 시라는 것.

이러한 마음을 알고 책을 펼쳤더니 그림에 더 눈길이 가더군요. 임동식 화가의 그림들은 자연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어요. 풀, 꽃, 나무, 산, 호수, 토끼, 염소, 벌거벗은 아이들, 논과 밭, 사계절의 풍경들... 정겨운 시골 동네의 모습 같아서, 어쩐지 나태주 시인과 임동식 화가가 소년이던 시절의 추억으로 느껴졌어요. 아마도 시인의 눈에는 화가의 그림에서 그리움이 보였나봐요.

<죽림리 가는 길> 이라는 그림을 보면 논과 밭 사이로 길게 뻗은 길이 저 멀리 산까지 이어져 있는데, 이 그림 옆에는 "쓸쓸한 날은 그림을 그리고 / 외로운 날은 음악을 들었다 / 그러고도 남는 날은 /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93p) 라는 <그리움 1> 이라는 시가 있어요. 동일한 제목의 <죽림리 가는 길>이라는 그림에서는 같은 길이지만 한여름의 푸릇푸릇함이 전해지네요. 이 그림을 위해서는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 바로 너다." (95p) 라는 <그리움 2>라는 시가 있어요. 그림 속에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그 길이 모두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네가 걸었고,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을 바라보는 화가와 시인의 마음이 무엇인지 느껴지네요.

<친구 정군이 권유한 바람 쐬는 날 1> 이라는 그림 옆에는, "안기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 와락 / 무너져 내린 / 하늘도 있었다." (109p) <흰 구름>이라는 시가 있어요. 갑자기 쏴아아 쏟아지는 비처럼, 마음을 구름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좋아요. 흰 구름, 먹구름, 뭉게 구름... 하늘에 구름을 보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 그림과 시를 보고 난 뒤라면 구름 같은 마음이 보일 거예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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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 반칙이다 -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류근 지음 / 해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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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의 책은 처음이에요.

시인의 책이라면 당연히 시집부터 읽는 것이 순서일 텐데, 책을 읽고보니 시인의 에세이였으니 저로선 어쩔 수가 없네요.

참 이상한 건 시인의 에세이는 늘 좋았다는 거예요. 우연하게 읽은 에세이가 참 좋다고 느꼈는데, 저자를 보니 시인인 경우가 몇 번 있었거든요.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니, 저는 함축된 시의 언어보다는 주절주절 풀어낸 산문이 더 좋았고, 특히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다정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저한테 시는, 높은 벽 너머에 있어서 깡총깡총 높이 뛰기를 하면서 살짝 엿보는 대상이라는 거예요. 시의 언어를 이해하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다가서기 어려운 면이 있어요. 싫은 게 아니라 서먹한 거죠. 그런데 시인의 에세이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다 보여서 좋아요. 어떤 마음인지, 무슨 생각인지를 알 수 있어서 끌리나봐요.

아참, 이 책 덕분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류근 시인이 썼다는 것과 굉장히 공감했던 SNS 글의 작성자였다는 거예요. 약간 뒷북치는 느낌이지만 새삼 놀라웠네요.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 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 내리는 못다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이 노래를 그토록 많이 흥얼거리면서도,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더라니... 역시 시인이 쓴 가사였군요.

《진지하면 반칙이다》 를 읽으면 시인의 삶이 보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보였어요. 내가 속한 이 곳,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주변이 아무리 시끄럽고 어지러워도 자신이 누군지 확실히 안다면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장래희망이 시인이었다고 거듭 말하는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인생은 무엇이 됐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되려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속세의 눈으로 보면 틀렸다고 지적질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상관 없다는 걸, 왜냐하면 인생은 내 것이니까. 술에 취해, 시에 취해, 인생에 취해 사는 동네 바보 술꾼이면 어떤가요, 자기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면 족하지요. 문제는 늘 남의 자리를 탐내고 빼앗는 이들이 말썽인 걸. 시인을 그들이 아류라고, 아류가 나를 슬프게 한다고 이야기해요. 내 것이 아닌 것은 아무리 화려하고 멋져보여도 모조리 꽝... 헛되도다...

시인은 우리에게 "삶의 비참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칼, 시를 읽는 것입니다." (26p)라고 당부하네요. 시를 잊은 우리들에게, 시인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말하고 있어요. 진지하면 반칙이라고, 왜? 진짜 진지해야 할 때는 무시하더니 영 잘못된 방향으로 진지한 이들 때문에, 그게 반칙이라는 거예요.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의 할 일을 해내자고요.


누구나 알다시피 일류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류는 세상을 지탱하는 사람들이다.

삼류는, 세상의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다. 가장 만만한 자리에서 누구에게나 이웃이 되고 시다바리가 되고 삐에로가 되고 빵 셔틀이 되고 함부로 버림받는 가장이 되고 애인이 되고 버림받는 선의와 호의가 되는 사람들이다. 유치하게도, 외로울 때 외로워서 죽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죽도록 어딘가 낑기고 싶은데 낑기지 못하는 아류들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세상엔 어떠한 정직한 정체성도 없이 소음과 오물만 지어내는 아류들이 넘쳐난다. 측은하게도, 스스로를 일류라 믿는 자들 가운데 아류 아닌 자들이 드물다. 삼류의 순정과 순수를 오독하고 모독하는 자들은 세상의 심각한 오염원이다. 그것을 알아야 한다. 지옥의 한가운데는 위선자들과 돌대가리들과 아류들이 살고 있다고 성경에 적혀 있다. (62-63p)


참 못생긴 사과 세 알.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텃밭에 한 그루 남겨져 있던 사과나무에서 열린 사과란다. 충주 큰누나가 발견하곤 그걸 따서 다른 채소들과 함께 보내왔다. 가슴이 시큰해진다. ... 저 사과들은 어쩐지, 사람 따위에게 팔리지 않겠다는 아주 앙다문 지조와 자존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정신이 보이는 것 같다. 그냥 저에게 주어진 대로, 운명의 자궁에서 놓여난 대로, 누구의 의지에도 섞이는 법 없이 제 힘껏 살아내겠다는 정신.

어머니가 우리를 그렇게 키웠을 것이다. 스스로 충만하게 제 삶을 살아내라고. 남에게 팔리면서 결국 스스로 시들어가는 인생을 살지 말라고. 고요히 스스로 평화롭고 거룩하라고.

못생긴 사과 세 알을 앞에 두고서 문득 부끄러워지는 아침이네. 자꾸만 세상에 뭔가를 더 팔지 못해서 스스로를 비틀고 물구나무서는 인생은 참 추하지 아니한가. 먼 데서 오는 구원을 위해 자기 내부의 의지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생은 공허하지 아니한가. 겨우 못생긴 사과 세 알 앞에 두고서 이렇게 진지하면 반칙이지 아니한가. (70-72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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