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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 / 살림출판사 / 2022년 11월
평점 :
살면서 아프리카 땅을 밟아볼 수는 있을까요. 특히 칼라하리는...
세계에서 가장 드넓은 야생보호구역의 하나로 아프리카 원주민들도 살고 있지 않은 오지, 제게는 우주만큼 멀게 느껴지는 곳이에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와는 무관한 세계, 아니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가끔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본 적은 있지만 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에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스스로 자연과 동떨어진 삶, 별개의 존재라고 느끼니 말이에요. 이러한 단절감이 초래한 문제들이 현실적인 위기로 닥치고서야 잘못을 깨닫는 중이네요.
《칼라하리의 절규》 는 생태학자 델리아 오언스와 마크 오언스 부부가 아프리카 보츠나와 공화국의 야생 오지 칼라하리에서 7년간 생활한 기록이에요. 오언스 부부는 결혼한 이듬해, 1974년 1월 4일 배낭 두 개와 침낭 두 개, 소형 텐트 한 개, 최소한의 가재도구만을 지닌 채 야생연구프로젝트를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조지아 대학의 원생동물학 수업 시간이었고, 그때 교수로부터 아프리카에서 야생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대해 들은 뒤 아프리카의 육식동물을 연구하겠다는 결심을 했대요. 그곳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은 마음, 서로의 목표가 같았다는 점이 놀라워요. 타인들의 눈에는 무모한 모험일진 몰라도 오언스 부부에겐 사랑의 여정이지 않았을까요.
"더 늦기 전에 살아있는 야생을 직접 보고 싶었다." (19p)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져요. 사냥꾼이 직접 보고 싶다는 건 사냥 욕구겠지만 오언스 부부는 덫이나 올가미, 총이나 독극물로 살해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을 보러 갔고, 곁에서 생활하며 연구했어요. 동물 연구의 시작은 관찰이에요. 신기한 건 사자, 갈색하이에나와 자칼 친구들이 트럭에서 자신들을 관찰하도록 두 사람을 받아들여줬다는 거예요. 만약 거절했다면 살아남지 못했겠지요. 동물과의 소통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오언스 부부는 이웃이 된 야생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줬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물론 정확한 관찰을 위한 식별 과정이지만 패치스, 스타, 럭키, 섀도, 포고, 호킨스, 리자, 블루, 본즈 등 이름을 가진 뒤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야생의 삶, 솔직히 두 사람의 기록이 아니었다면 결코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우리에게 야생은 그저 위험천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착각이었어요.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위험한 존재가 누구일까요. 약육강식의 생태계보다 더 잔혹한 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인 것 같아요. 자연을 지키지 못한다면 인류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어요. 이 책이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건 1984년이에요. 안타깝게도 칼라하리는 여전히 절규하고 있어요. 더 늦기 전에 지켜내야 해요.
나를 아래를 본다. 모든 것이 변한다.
무엇이건 내가 잃어버린 것, 내가 눈물 흘리는 것은
야생의 부드러운 것, 비밀스럽게 나를 사랑하는 작고
검은 눈이었네.
- 제임스 라이트 (28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