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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김윤정 옮김, 사토 마사루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1월
평점 :
세계사를 처음 배웠던 때를 떠올려 보면 칠판 위에 빼곡히 적힌 내용을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연대별 주요 사건과 인물을 요약 정리하여 달달 외우는 것이 세계사 공부였으니 딱히 흥미로울 게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세계사 관련 책들이 눈길을 끄네요. 뭔가 궁금해지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요.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는 일본 외교관 출신의 저널리스트 사토 마사루가 감수한 책이라고 해요.
이 책은 세계사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남긴 인물 365명을 골라 소개하고 있어요. 숫자 365에서 짐작했듯이 하루에 한 명씩 알아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한 번에 쭉 읽는 통독이 기본적인 독서법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나눠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이 최적화된 구성인 것 같아요.
첫 장에 '인물로 읽는 세계사 교양 수업 365 체크리스트'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하루에 한 장씩 읽은 인물의 번호를 체크하는 거예요. 365명 인물들은 고대 시대부터 시대순으로 나와 있지만 독자가 원하는 대로 골라 읽을 수 있고, 체크리스트에 표시해둬서 확인하기가 수월하네요. 분야도 정치, 군사, 철학ㆍ사상, 종교, 과학, 문학ㆍ연극, 음악, 미술 · 건축, 경제ㆍ경영, 사진ㆍ영상 등 다방면으로 아우르는 인물들이라서, 인류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가늠할 수 있어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한 번 봤을 뿐인데도 줄거리와 대사까지 기억하잖아요. 그만큼 등장인물에게 몰입했다는 의미일 거예요. 마찬가지로 세계사 교양 수업도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니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게 되네요.
세계사 속 인물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위인만 있는 건 아니에요. 로마 제국의 폭군인 칼리굴라와 네로, 잉카 제국을 멸망시킨 비겁한 정복자 피사로, 아스테카 제국을 멸망시킨 잔학한 정복자 코르테스, 세계를 대전쟁으로 내몬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도 등장해요. 우리나라 인물은 2명이 나오는데 김일성과 박정희, 씁쓸하네요. 아무래도 일본인이 만든 세계사 책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 김대중 대통령은 한 명의 인물로서 소개되지 않고 박정희 편에 살짝 언급되는 정도라서 아쉽네요. 일본인이 본 세계사 속 박정희는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뒤 자유를 탄압해 독재 정권을 쌓은 군인'이며,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와 있어요.
"박정희는 대한민국 군인이자 제5대부터 제9대까지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며 재임기간은 1963년부터 79년까지다.
... 1963년에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반공 자세를 강화하고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독재 정치를 공고히 했다. 박정희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협력하는 한편, 1965년에는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다. 사실 박정희는 전쟁 전 일본군에 소속되어 있었다. '메이지 유신'의 사상을 지지하고 만주의 관동군에서 군무를 보았던 그였기에 전쟁 후 구성된 일본의 이케다 내각은 박정희가 실권을 잡은 지금이야말로 국교 회복의 기회라고 보았다.
... 1979년 10월 박정희는 중앙정보부 부장 김재규에 의해 61세에 암살당했다. 한국은 이후 '서울의 봄'이라고 부르는 민주화의 시대를 맞이하지만, 1980년 5월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후 전두환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해 한국의 민주화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2013년에는 박정희의 장녀 박근혜가 대통령에 올랐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등으로 인해 2017년 대통령에서 파면되었다." (416p) 이부분을 읽으면서 최근 국내 정세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졌어요. 과거 이케다 내각의 속셈, 거기에 동조했던 그를 과연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요. 우리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다면 실수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역사를 배운다는 건 과거를 통해 더 나은 길을 찾는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과거의 인물들이 역사 공부의 훌륭한 본보기가 된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