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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의 불꽃 - 청년 전태일의 꿈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윤자명 지음, 김규택 그림 / 풀빛 / 2022년 11월
평점 :
2022년 11월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일이라면 좋으련만 많이 아프고 슬퍼서 기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줘야 할지를 고민했는데, 이 책이 해결해주었네요.
《11월 13일의 불꽃 청년 전태일의 꿈》 은 근현대사 100년 동화 가운데 197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근현대사를 다룬 창작동화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까마득히 먼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불과 50여 년 전의 일이기에 우리와 밀접하게 이어져 있어요. 전태일 열사는 1948년에 태어나 1970년 만 스물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요.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근로 기준법을 지키라고 절규하며 1970년 11월 13일 집회에서 근로 기준법 법전과 자신의 몸을 불에 태웠어요.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사회적으로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노동자들의 저항과 단체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어요.
이 책의 주인공 순옥이는 열세 살의 어린 소녀예요. 어려운 환경 때문에 고향을 떠나 동대문 평화시장 봉제공장으로 오면서 재단사 태일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예요. 미성년 노동자인 순옥이의 눈으로 그려낸 봉제공장의 현장은 참혹하네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쉴 틈 없이 일하지만 월급은 쥐꼬리보다 못한 데다가 혹사당한 몸은 병들어가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다 아픈 건데도 사장은 나 몰라라, 도리어 일자리를 뺏어버리니 소녀들은 아파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이 암담한 상황에서도 희망이 된 사람이 바로 전태일 재단사였어요. 미싱사들 사이에 바보 회장이라고 소문난 그는 순옥이를 위해 공장장과 맞서다가 해고를 당했어요.
"공장장님, 노동자들도 사람입니다. 기계가 아니니 아프고, 아프면 치료받고 쉴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요."
"노동자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습니다. 근로 기준법에 정해진 대로 우린 최소한의 권리를 찾고 싶을 뿐입니다." (87-88p)
태일은 노동청 직원을 만나 청계천 노동자들 사정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신문 기자들에겐 노동자들이 밤새워 쓴 진정서와 설문지를 전달하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노동 현장을 고발했어요. 공장 밖 세상을 향해 외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거예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146p)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떠난 전태일 열사는 어머니에게는 자신이 못다 한 일을 이뤄 달라고 부탁했고,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아들의 뜻을 이어 청계 피복 노조를 세우는 데 성공했어요.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청년 전태일 열사를 기리면서, 마음이 몹시 무거웠어요. 4년 전 스물네 살의 김용균 씨가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서 사망했고, 한달 전에는 스물세 살의 여성 노동자가 빵 공장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는데 사고가 난 기계를 비닐로 가리고 그 옆에서 계속 빵을 만들도록 지시했다고...
2022년 11월 2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는 건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어요. 지난 2년 반 사이 숨진 건설노동자가 1천128명이라고 해요.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자와 설계, 시공, 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관리 미비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벌칙을 주는 내용으로 2020년 9월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하네요. 어째서 노동자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는 걸까요. 그건 노동자의 목숨값, 즉 노동자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고작 벌금 50만원이기 때문이에요. 양심은 사라지고 돈 계산뿐이니 생명과 인권은 짓밟히고 만 거예요. 전태일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