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 구글러가 들려주는 알기 쉬운 경제학 이야기
박진서 지음 / 혜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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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꼴찌부터 잡아먹는다》 라는 섬뜩한 제목과는 달리 귀여운 표지가 반전인 이 책은 경제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엥?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뜬금없이 악마가 왜 등장하는 걸까요.

인도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 아시아인 최초의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쿠마 센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리주의를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잔인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해요. "기근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경제 위기 또한 '악마는 제일 뒤처진 꼴찌부터 잡아먹는다.'는 표현처럼 사회에서 가장 최하층에 속한 사람들부터 희생시키지요." (124p)

센은 GDP 대신 빈곤층이 얼마나 가난한지, 그 빈곤 정도를 보여주는 종합지표를 만들었는데, 그 지표가 바로 빈곤과 불평등을 건조한 수식모형으로 풀어낸 '센 지수 Sen index'이며, 0과 1사이의 값으로 계산되고, 그 값이 1에 가까워질수록 빈곤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센은 1999년 싱가포르 아시아 ·태평양 강연에서 한국을 언급했는데, IMF 사태와 같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한국은 공정성을 보장해 주지 못했고, 어떠한 보장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어요. 저자는 센 지수를 활용해 한국 사회를 분석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불행하게도'라고 표현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니 너무나 충격적이네요.

저자는 21세기인 지금도 대학에서 경제학을 현실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러니 일반인들이 경제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여기며 멀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거예요. 사실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뿐더러,그러한 삶과 현실이 곧 경제인데, 그 경제를 알고 싶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 굉장한 아이러니인 거죠. 도대체 무엇이 우리와 경제학을 갈라놓고 있는 건지, 그 거대한 힘을 살펴봐야 해요. 1879년 『진보와 빈곤』을 출간한 헨리 조지는 열세 살 이후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놀라운 책을 저술했고, 버클리 대학교에서 특강을 했어요. 그때의 강연을 저자의 말로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경제학 교수들은 현실을 찬양하고 정당화하기만 한다. 경제학자들을 믿지 마라. 경제학은 누구나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상식이다!" (18p)이며, "경제학은 일반인들이 이 분야를 들여다보는 것을 꺼리게 만들어 영역 보존을 하는 데 전대미문의 성공을 거둔 학문" (15-16p) 이라고 했던 21세기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흡사해요. 이 거대한 힘을 뚫고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를 찾아 헤매던 저자는 문제의 핵심은 경제학자가 아닌 학문의 힘과 통찰력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였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학을 오로지 경제학자에게만 맡겨 두기엔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니까요. 따라서 경제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100을 투입해 200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경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79p)라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요. 경제와 정치의 관계가 건강하게 형성되려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민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지금, 너무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어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인간의 존엄성과 빈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든 악의 뿌리는 불평등에 있다."고 말했어요. 우리는 그 악의 뿌리를 뽑아내야 할 책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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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트리플 15
이유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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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유체이탈의 순간, 물론 진짜는 아니고 상상의 차원에서 경험할 때가 있어요. 대부분 머릿속을 벗어나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러한 상상이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되어주더라고요. 그냥 개꿈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꿈을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숙면하는 스타일이라서 꿈이다 생각하고 의식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든요. 오호,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상상의 세계를 만나고야 말았네요.

《모든 것들의 세계》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열다섯 번째 책이에요.

죽음 뒤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바로 그 점 때문에 무한한 상상이 가능한 것이겠지요.

영혼결혼식으로 만나게 된 고양미와 천주안의 이야기를 보면서 두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을 떠올렸어요. 사람이란 어쩔 수가 없나봐요. 아직 젊은 나이에 죽은 고양미와 천주안이 주인공인데 그들 부모를 생각하다니 말이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건 살아 있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이지, 떠난 이들이 아니니까요. 사실 죽은 망자의 의지와는 무관한 영혼결혼식이 갖는 의미는 양가 부모의 작은 소망이 아닐까 싶어요. 생전 본 적 없는 사람을 죽어서 부부의 연으로 만난다면 너무 황당할 것 같지만 고양미와 천주안은 잘 받아들인 것 같아요. 간섭하지 않고 각자 존중하며 거리두기.

누군가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세상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거예요. 만약 내일 죽는다면 지금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도 우리에게 똑같은 걸 말하고 있어요. 살아 있을 때 후회 없이 아낌 없이 사랑하자고요.

양고미와 안도일의 마음소라 이야기는 우리에게 신기한 '마음소라'가 존재한다는 설정이에요. 각자 마음소라를 가지고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소라를 주면 그 주인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한번 누군가에게 마음소라를 선물하면 평생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기 때문에 부부나 부모 자식 사이라도 함부로 달라고 요구할 수 없어요. 정말 마음이 실물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보이지 않아도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때로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걸 말이죠.

페어리 코인, 요정 이야기는 뒤통수를 치는 번뜩임이 있어요. 이유리 작가님의 들려주는 세 개의 이야기는 결국 마음에 관한 탐험이었던 것 같아요.




"주안 씨, 아까 차사가 말했잖아요. 우리는 '소멸되기 전까지' 부부 사이라고."

"그랬죠."

"그런데 소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요?"

...

"귀신이 소멸되는 조건은 단 하나. 피가 섞이지 않은, 그러니까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 우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지막 한 사람이 사라지는 때. 그때 비로소 우리도 사라져요." (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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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 고서점 요괴 수사록 YA! 11
제리안 지음 / 이지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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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한국적인 것이 세계 주류가 되고 있어요.

판타지 장르도 달라진 것 같아요. 우리만의 정서나 전통적인 소재, 이미지로 이루어진 한국형 판타지 세계가 환영받고 점점 확장되는 분위기예요.

《화월 고서점 요괴 수사록》 은 매력적인 한국 판타지 소설이에요.

제리안님의 장편소설로, 이미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었던 화제의 작품에요. 이번에 이지북 YA! 시리즈 열한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어요. 'YA!'는 영어덜트를 뜻하며, 새로운 개념의 영어덜트장르픽션 시리즈라고 해요. 보통 나이 제한을 두는 장르는 엄격한 편이지만 여기서 영어덜트는 본인 기준으로 판단하면 될 것 같아요.

이 소설의 특징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다정한 백호, 천진한 청룡, 도도한 주작, 과묵한 현무라는 신비롭고 개성 넘치는 사방신과 운명의 아이까지 마블 어벤져스 못지 않은 최강의 조합이랄까요. 사방신인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환상 속 동물들인데 이 소설에서는 멋진 젊은이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인간 세상에 어울려 살고 있어요. 청룡은 청류, 백호는 백연, 주작은 주아, 현무는 현담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주아가 홍일점이에요. 화월 고서점은 사방신의 아지트이며, 그들이 잡은 요괴들은 책에 봉인되어 서점 깊숙한 곳에 보관하고 있어요. 문제는 나날이 책이 쌓여간다는 거예요.

우연히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는데, 그 여고생 지유가 운명의 아이였던 거예요. 백 년에 한 번 태어나는 운명의 아이는 책에 봉인된 영혼을 구원할 존재라는 거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 요괴들이 와글와글 있는 거라면 너무 무서울 것 같지만 평범한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겁 먹을 필요는 없어요. 세상은 넓고 요괴들은 많지만 사방신과 운명의 아이 덕분에 무사히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책으로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화려한 액션판타지 영화로 나오면 훨씬 멋질 것 같아요. 괜히 혼자서 캐릭터마다 누가 가장 어울리는지를 상상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곱씹으며 즐거웠네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웹소설과는 살짝 다른 버전이라서 원작이 궁금한 분들은 웹소설 버전을 찾아봐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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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국물요리 - 계절을 전하는 국, 탕, 찌개, 전골, 찜 레시피
류지현 지음 / 영진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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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면 겨울이 왔더라고요.

지금 시기에 어울리는 국물요리 레시피를 담은 책이 나왔어요.

그동안 여러가지 요리책을 봐 왔지만 국물요리만을 소개한 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보글보글 국물요리》 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류지현님의 책이에요.

이 책에는 국물요리의 기본인 육수와 양념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평소에 육수를 만들 때는 멸치와 다시마, 표고버섯, 대파 등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넣고 푹 끓이는데, 이 책을 보면서 좀더 깔끔하고 깊은 맛을 내는 육수 레시피를 배웠네요. 육수를 끓일 때는 뚜껑을 덮지 않아야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고 국물의 색이 탁해지지 않아요. 고깃국일 경우에는 핏물을 빼는 과정이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 고기를 볶다가 물 또는 육수를 부어줘요. 뼈가 있는 고기는 핏물을 뺀 후 끓는 물에 데치고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줘야 해요. 뼈를 함께 끓이면 뿌옇게 되고 불순물이 상대적으로 많이 뜨기 때문에 끓이는 중간마다 제거해줘야 해요. 며칠 전에 사골을 푹 끓여서 맛있게 먹었는데, 국물요리 레시피 덕분인 것 같아요. 그냥 사골국만 먹는 게 아니라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었더니 질리지 않고 맛난 음식을 즐길 수 있었어요.

책의 구성은 사계절로 나뉘어 있어요. 살랑이는 봄을 담은 산뜻한 국물요리,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는 마음이 시원한 국물요리, 따스한 가을 햇살을 담은 국물요리,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만드는 포근한 국물요리 그리고 게절과 무관하게 언제든지 쉽게 만드는 국물요리 레시피가 잘 정리되어 있어요. 요리책이 필요한 이유는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잖아요. 홍합이라는 재료로는 홍합국만 끓여 먹었는데, 이 책에서는 토마토홍합스튜 레시피가 있어서, 특별한 날에 기분을 내고 싶을 때 준비해볼 생각이에요. 포테는 간단하지만 근사한 프랑스 요리예요. 재료는 통베이컨, 소시지, 양송이버섯, 감자, 양파, 셀러리, 당근, 방울토마토, 양배추, 월계수잎, 버터, 포도씨유가 필요한데 몇 가지를 제외하면 자주 쓰는 것들이라 레시피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똑같은 재료라도 레시피에 따라 색다른 일품 요리가 된다는 것. 보글보글 국물요리라고 해서 한식만 생각했는데, 의외의 레시피들 덕분에 더욱 풍성한 식탁이 될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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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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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행 가방을 쌌어, 레니. 분명 너도 잘했다고 하겠지?" (496p)



《레니와 마고의 백 년》 은 매리언 크로닌의 장편소설이에요.

인간의 삶에서 백 년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은 것 같아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두 가지가 있었대요. 크로노스는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인 시간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기회를 잡거나 결단을 내리는 주관적인 시간을 뜻해요. 우리가 평소 시계를 보며 무언가가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그 양적인 시간이 크로노스이고, "이제 갈 때가 되었다"라고 말할 때 생각하는 질적인 시간이 카이로스예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한부 병동에서 만난 열일곱 살 레니와 여든세 살의 마고예요.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백 년 동안의 기억들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요. 이 특별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열일곱 살과 여든세 살 사이 그 어디쯤 나이일 텐데,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말고 의미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를 떠올리는 계기가 될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른 누군가에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돼요. 삶의 시작과 끝, 그 가운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선택할 수 있어요.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처럼, 레니와 마고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레니는 달리는 것과 달아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레니가 자꾸만 달아나면 다른 곳에 갈 기회를 박탈하겠다고 말했어요. 병원 문을 나서지만 않으면 그건 달아나는 게 아닌데, 레니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거든요. 병원 이곳저곳을 달리다가 짙은 자주색 가디건을 입은 노부인 마고를 만날 수 있었다고요. 만약 얌전히 누워 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요. 숱한 우연 속에 놀라운 인연이 숨겨져 있다면 그 어떤 우연도 허투루 여길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중요한 건 우리가 카이로스를 자각하며 이 순간을 값지게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나도 곧 죽을 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넌 죽어가는 게 아니야."

"아니라고요?"

"그래."

"그럼 저 집에 가도 되죠?"

"내 말은, 지금 죽어가는 건 아니라는 뜻이야. 사실, 지금 넌 살아가는 중이야." (69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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