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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평점 :
거짓말쟁이,
진짜 거짓말쟁이는 들키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까지 속일 수 있는 사람.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들 중에서 거짓은 전혀 없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은 무시하면 그만이고, 애매한 말들은 흘려보내면 돼요.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그 말이 진실인지 여부보다는, 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아요.
소설은, 그런 면에서 우리를 깜쪽 같이 속이면서도 당당할 수 있어요.
누군가가 겪었던 진실도 허구의 이야기라고 숨길 수 있고, 상상 속 이야기인데도 현실감 있게 묘사해낼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소설을 읽으면서 진실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순순히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어요. 몰입되는 순간, 이야기는 생생한 현실로 느껴지고, 우리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요.
《고스트라이터》 는 앨러산드라 토레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헬레나 로스는 서른두 살의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예요. 그녀는 죽어가고 있어요. 종양이 온몸에 퍼진 상태라는 것을 불과 열흘 전에 알게 됐고, 의사는 3개월정도 남았다고 선고했어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암 선고를 받는다면 그 충격에 며칠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헬레나는 집필하던 원고를 중단하고, 새로운 책을 쓰겠다면서 대필작가를 구하게 되는데, 헬레나가 선택한 고스트라이터는 10년간 앙숙으로 지낸 작가 마르카 반틀리라는 게 놀라워요. 물론 더 놀라운 반전은 따로 있지만.
도대체 왜 자신의 남은 시간을 집에 틀어박혀 책을 쓰려는 것일까요.
그녀가 말하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요.
생애 마지막 책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헬레나와 대필작가의 현재 이야기와 함께 헬레나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4년 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이 결코 가벼울 수 없지만 신기하게 대필작가, 고스트라이터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그 두 사람을 보면서 악연과 인연은 한끗 차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한다면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면이 싫으냐고, 어쩌면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니까요. 사랑도 마찬가지, 자신의 영혼과 통했다는 착각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가장 나쁜 거짓말쟁이는 인간인 척 속이는 괴물인 것 같아요. 괴물은 결국 파멸을 불러오니까요.
"사랑은 아주 단순한 거야, 사이먼."
바보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내가 꿈꾸고 갈망하고 글을 쓰는 유일한 것이 사랑이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랑이 얼마나 잔혹한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를. (34p)
"나는 지난 4년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려왔다.
느슨해진 실밥 하나를 누군가가 잡아당겨 주기를,
한 번의 가벼운 잡아당김으로 많은 것들이 풀려나오기를,
우리의 비밀이 온 세상에 드러날 때까지
모든 것이 풀려버리기를 바라고 바라왔다.
나의 이야기는 미디어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최대의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의 시한부 삶에 힘입어 그 화제성은 더욱 크게 증폭될 것이다." (7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