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가 두려운 날엔 - 흔들리던 날들의 스피치, 나를 다시 세운 목소리의 기록
신유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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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놈의 말!

말 때문에 곤란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괜한 오해였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순 없으니... 너무 속상해서 차라리 말을 말자고 다짐했으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제대로 표현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말하기, 스피치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진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아마도 우연은 아닌 것 같아요. 말띠의 해를 맞으면서 여러 가지 목표와 결심을 했는데, 그동안 문제가 됐던 말 습관을 뜯어 고치는 계기가 되었네요.

《말하기가 두려운 날엔》은 신유아 아나운서가 들려주는 흔들리던 날들의 스피치, 나를 다시 세운 목소리의 기록이네요. 저자는 SBS 공채 개그맨 출신 아나운서로 SBS와 KBS에서 리포터로, 이후 기상 캐스터로 활동하면서 '말의 힘이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현재 U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로서 말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말과 마음을 다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저자가 스피치 전문가로서 만난 수강생들이 스피치 교육을 통해 얼만큼 향상이 되었고, 더 나아가 인생이 달라졌는가를 이야기하면서 스피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네요. 스피치의 기본은 소통 그리고 진정성이라는 것,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강조하네요. 단순히 말을 잘하는 달변가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고 진심으로 듣는 스피커가 되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과 진짜 소통을 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스피치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말을 못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우습게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과거에 스피치로 인해 창피를 당한 경우 실패 경험이 떠올라서 두려워하기도 한다. ··· 스피치도 의료 진단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상황 파악과 처방, 훈련이 필요하다. ··· 스피치 교육 전의 상담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교육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자신의 목표와 문제를 명확히 알고 맞춤형 스피치 솔루션을 받아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 필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6-8p)


"스피치의 기본은 소통 그리고 진정성이다. 소통을 잘하려면 동감과 공감을 잘해야 한다. 동감은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를 하는 것, 공감은 상대방의 의견에 이해와 인정을 해 주는 것이다." (16p)


"즐거운 스피치를 하기 위해서는 내 즐거움의 상승구간을 확인하자.

현재 본인이 40대라면 10대부터 시작해서 20대, 30대, 40대에서 즐거웠던 순간을 각각 3가지씩 적어 본다. 즐거웠던 이유도 함께 작성해 본다. 10대부터 40대까지 즐거웠던 순간의 공통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음은 50대 이후 당신이 무엇을 하면 행복하고 즐거울지를 적어보아라. 즐거웠던 순간의 공통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50대부터 100세까지의 즐거움을 미리 찾아본다. 그리고 1년마다의 목표, 10년마다의 목표를 적어 본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즐거움도 상상해 본다. 

 ··· 적어 보긴 했지만 과연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것이다. 괜찮다. 이미 반절 이상 성공한 것이다.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주저하지 말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길 바란다. 그래야만 스피치를 즐겁게 할 수 있고 당신의 인생도 즐거워진다. 

··· 스피치는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서 입으로 말해야 한다. 마음으로 느껴서 하지 않으면 척을 하는 것이다. 척을 하지 않고 마음으로 느껴서 스피치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의 인생이 즐거워야 한다." (183-184p)


스피치 교육에서 첫 수업은 자신에게 맞는 편안한 보이스톤을 찾는다고 하네요. 성대에 손가락을 댄 상태에서 소리를 내는데, 가장 낮은 저음 내 보기 - 가장 높은 고음 내 보기 - 중간 정도의 소리 내 보기 순으로 해보면 성대가 지나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는 진동이 느껴지는 상태가 바로 자신에게 맞는 보이스 톤인 거예요. 자신의 목소리에 이토록 집중하면서 들어볼 일이 거의 없었는데, 가장 알맞은 나의 목소리를 찾는 일 자체가 새롭고 특별했네요. 항상 목소리 좋은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스피치 교육이 자신의 매력을 높이는 방법이었네요. '말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의미를 확실하게 알겠어요. 편안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 유쾌하면서도 논리적인 말하기의 핵심은 '나'를 바꾸는 일이었네요. 이 책에는 부록으로 '스피치 노트'가 함께 있는데, 실전 노트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책에서 봤던 스피치 비법의 핵심이 정리되어 있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이 나와 있어서 직접 적어가면서 스피치 훈련을 할 수 있어요. 새로운 내용과 방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해요.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빨리 좋아질 수도 있고 천천히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 결국 누구든지 이 책을 통해 열심히 훈련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스피치 변화로 새롭게 달라진 나, 즐겁고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걸 배운 것이 가장 큰 보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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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세계 명시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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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리도 이쁘게 표현했을까요.

'그대'는, 분명 사랑하는 사람일 테니, 말 한 마디도 허투루 전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김옥림 시인이 엮고 쓴 '세계 명시 필사책'이네요.

표지에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어서, 책 자체가 선물 같아요. 이 책에는 세상의 모든 시들 가운데 아름다운 일흔네 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각 시마다 김옥림 시인의 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네요. 책의 구성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손끝으로 쓰는 우리 시'와 '내게로 와서 사랑이 되었다 - 펜 끝에 스며드는 세계의 시'로 나뉘어져 있어요. 한 편의 시를 읽고 필사하면서 시의 세계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어요. 시와 친하지 않더라도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명시라서 읽고 음미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통해 삭막했던 마음에 단비가 내린 듯, 뭔가 촉촉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다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맑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 기억하라 / 만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202-204p)

미국 시인 샘 레벤슨(Sam Levenson)의 <세월이 일러주는 아름다움의 비결 Time Tested Beauty Tips>라는 시인데, 오드리 헵번이 숨을 거두기 일 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시를 두 아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사랑받은 오드리 헵번은 은퇴 후에는 유니세프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평생 헌신적인 봉사를 실천하여 수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뭔지를 몸소 보여줬어요. 마치 오드리 헵번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 시를 읽으면서 아름답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좋은 시들을 읽으면서 맑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느꼈고, 스스로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랑에 대해 이토록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좋은 시란 우리를 좋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힘을 지닌 것 같아요. 그리고 필사는 그 긍정의 힘으로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인 것 같아요. 올 한 해는 이 책과 함께 한 걸음씩 더 나은 길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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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자마자 사건과 인물이 보이는 세계사 연대기
아즈하타 가즈유키 지음, 한세희 옮김 / 보누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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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처음 배울 때는 외울 것들이 너무 많아서 괴로웠던 기억이 있어요.

문제는 그냥 외웠다가는 엉뚱하게 연결되어 외우나마나 머릿속이 엉망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역사 공부에서 연대별 정리는 필수라고 볼 수 있어요. 1만 년에 이르는 방대한 세계사를 한 권으로 정리한 책이 나왔네요.

《읽자마자 사건과 인물이 보이는 세계사 연대기》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역사책이네요.

이 책에 수록된 주요 연대는 다음과 같아요. 기원전 7000년경에서 5세기 후반 고대 오리엔트· 지중해 세계, 기원전 1500년경에서 10세기 초 남아시아· 동아시아, 5세기 말에서 15세기 말 중세 유럽, 7세기 초반에서 18세기 말 이슬람 세계, 10세기 초반에서 18세기 후반 남아시아· 동아시아, 15세기 말에서 17세기 후반 근대 유럽, 17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반 근대 유럽, 19세기 세계 (1807년~1899년), 20세기 세계 (1900년~ 1945년), 현대 세계 (1944년~2012년)까지 나와 있어요. 세계사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볼 수 있어서 편리하네요.

일단 책을 펼치면 좌측 끝에 시간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세기]가 BC 기원전부터 AD 기원후까지 표시되어 있어요. 왼쪽 페이지에는 연도와 사건이 나와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추가적인 해설이 나와 있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의 개요와 진행 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네요. 각 장의 마지막에는 '문화사 CHECK!' 코너가 있는데, "수메르인이 만든 점토판에 새겨진 문자는? 쐐기문자(설형문자)" (20p), "피렌체 사람으로 지옥 · 연옥 · 천국의 여행을 그린 <신곡>의 저자는? 단테" (96p)와 같이 문화와 예술에 관한 퀴즈 형식이라 문제를 풀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네요. 중간에 핵심적인 내용들은 따로 '한눈에 파악한다!' 코너로 정리되어 있어서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어요. 세계사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과 인물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지루할 틈 없이 술술 읽어가며 공부할 수 있어요. 부록에는 세계사 총정리 연표가 있어서 굵직하게 [BC] - [1세기] - [2세기] - [3세기] - ··· - [21세기] 주요 사건의 흐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서, 복습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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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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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발굴은 단순히 한국과 일본의 과거를 파내는 어둡고 무거운 행사가 아닙니다.

젊은 세대들이 만나 교류하고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역동적인 현장입니다." (133p)

공공인류학의 길을 정립한 정병호 교수가 일본 현지 주민들에게 1997년 슈마리나이에서의 유골발굴 경험과 그 의미를 설명한 내용이네요.

《긴 잠에서 깨다》는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에요.

이 책의 내용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해발굴과 한·일 시민 평화운동 : '동아시아공동워크숍'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故 정병호 교수 구술녹취록을 바탕으로 펴낸 기억과 연대의 기록이라고 하네요. 강제노동 희생장 유골발굴에 관한 이야기 속에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막연히 반일 감정이 앞섰는데 어떻게 발굴이 시작되어 기나긴 프로젝트로 이어졌는가를 알고 나니, 역사의 교훈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네요.

"미국 대학 박사 학위 논문을 위해 일본 어린이집들을 비교하는 현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1989년 가을이었다. 훗카이도 시골의 작은 절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도노히라 요시히코 스님을 만났다. 매일 밤 서로의 가치관, 아동관, 보육관을 이야기하며 새벽을 맞이하곤 하던 어느 날, 도노히라 스님은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산중의 한 댐 공사 현장에서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온 많은 조선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벌써 10년째 숲속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모시고 있다고 했다. 희생된 분들의 유족을 찾아서 유골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_ <기억과 추모의 공공인류학> 중에서 (26p)

정부 차원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시민단체의 사람들이 해냈다는 점이 놀라워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던 2015년, 훗카이도에서 유골발굴을 시작한 지 18년이 되었는데, 한일 양국 정부가 내놓은 과거사 입장은 다음과 같았어요. 박근혜와 아베 정부가 나서서, "과거는 덮고 미래로 가자"고 선언했고, 한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모든 역사 문제를 덮고 넘어가려는 시도가 노골적이었어요. 유골발굴은 그저 과거의 흔적을 파내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기억 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유골 봉환을 해야 할 때라고 결정했고, '70년만의 귀향' 프로젝트에 돌입했다고 해요.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2015년 추석 무렵 일제 강제노동 조선인 희생자의 유골 115구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네요. 서울 시청 광장에서 장례식을 거행하고, 파주 서울시립묘지에 안치했으며, 이들이 안치된 납골 묘역을 '70년만의 귀향' 묘역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후 희생자들이 살았던 고향집 어귀에 각 개인의 존재와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평화디딤돌'을 놓기 시작해 일본 각지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과 희생 경위를 새긴 평화디딤돌을 놓고 있다고 하네요. 동아시아 공동워크숍 활동의 영향으로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과 시민운동가들이 모여, 2024년 가을 '슈마리나이강제노동박물관'을 건립했다고 하네요.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의 유골발굴과 유족 찾기, 그리고 '70년만의 귀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 이뤄낸 결과였네요. 다만 그런 활동과 경험이 사회적 기록으로 충분히 남아 있지 않는다는 점, 워크숍에 함께했던 구성원 중에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저자는 안타깝고 마음에 걸린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래서 이 책이 가진 의미가 더 크게 느껴졌네요. 가해자의 책임은 흐려지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지워진 채 과거를 묻지 않는 미래지향만을 강요하는 기이한 기억의 공백 상태에 대해, 우리 스스로 문제의식을 품고, 역사를 기억하며 오늘의 시대를 자각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서로 다시 연결되고 함께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미움과 분열, 갈등을 넘어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기억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이들의 발자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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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억해 -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그리고 폭풍우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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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이 책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인 것 같아요.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2020년 출간된 책인데 저는 2025년에 발견했고, 덕분에 그의 두 번째 책을 바로 만나게 된 거예요.

《언제나 기억해》의 부제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그리고 폭풍우'예요.

첫 장을 펼치면 꽃밭 위에 오선지, 악보 위를 뛰노는 친구들이 그려져 있어요.


"푸른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지."

"서로가 서로의 피난처가 되지."

"새들이 부르는 노래마다 듣고 있는 누군가는 있어."


가사처럼 적혀 있는데 멜로디와 합쳐지면 어떤 노래가 될지 궁금해요. 두더지가 말하길, "넌 누구도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네 속에 가지고 있어."라고 했는데, 그건 바로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일 거예요.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 역시 종종 느끼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친구들에게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삶이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말은 늘 곁에 있는 존재이며, 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줍니다. 그들은 조용한 여우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우는 그 까닭을 의아해합니다. 두더지는 케이크를 머릿속에서 결코 떨쳐 버리지 못합니다. 그가 케이크보다 더 사랑하는 것은 친구들뿐입니다. 소년은 종종 불안해하고, 그들 모두를 깊이 사랑합니다. 그는 친구들을 잃을지 몰라 몹시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성취해야 할 것이 아주 많은 것 같지만, 제 생각으로는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뤄 낸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다 알 것 같다고요? 그럴 리가요, 이 책은 그림을 봐야 진짜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어요. 다들 똑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봤을 때 이미 친구가 되었으니, 이번 책이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보고 싶은 친구들을 다시 만났고, 폭풍우 속에서도 잘 헤쳐 나가는 모습이 어찌나 듬직하던지, 함께라서 더 좋았네요.


"우리를 데려다줘서 고마워." 소년이 말했습니다.

"서로 기대며 온 건데 뭘." 말이 말했습니다.

"넌 내가 잃어 버린 걸 되찾아 줬어."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잃어 버린 게 뭔데?"

"경이로움."

···

"넌 정말 내게 아주 많은 걸 해줬어." 소년이 말했습니다.

"나는 너에게 해 준 게 딱히 없는데···."

"친구가 되어줬잖아."

말이 말했습니다. "그거야말로 정말 굉장한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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